대검 "수사 중립 침해" 불참, 다른 인사들도 모두 불참… 설훈 최고위원 "안 와서 유감"
  • ▲ 더불어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특위)가 6일 오후 2시 진행한 특위 간담회를 진행하는 현장. ⓒ박성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특위)가 6일 오후 2시 진행한 특위 간담회를 진행하는 현장. ⓒ박성원 기자
    집권여당이 '청와대 하명수사' '선거 개입' 의혹 수사에도 관여하는 모양새를 취해 논란이 일었다. 이는 사건 관련자, 검찰 수사 관계자 등과의 국회 간담회를 열겠다고 공언한 데서 비롯됐다. 대검찰청은 즉각 '수사 중립성 침해' 우려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당이 지목한 다른 인사들도 모두 불참했다. 법조계에서는 '정당 위원회가 법적 근거 없이 수사 관계자를 부르려고 한다' '청와대에 이어 이제는 여당도 수사에 관여하려고 한다'는 등의 비판적 목소리가 높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특위)는 6일 오후 2시 특위 간담회에 검·경 관계자 등을 부르기로 했다. 강남일 대검찰청 차장, 임호선 경찰청 차장,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김기현(60)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사건을 고발한 건설업자 김모 씨 등 4명이 그 대상이었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설훈(67)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5일 특위 첫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수사 중립성 침해' 논란이 즉각 불거졌다.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수사하는 관련자가 법적 근거 없는 자리에 나와 발언하는 게 이례적이라는 이유다. 대검찰청도 특위 결정 이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다음은 대검찰청이 밝힌 이유다.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의 사실관계 파악 등을 위해 사건관계자들까지 참석시켜 개최하는 간담회에 수사관계자가 참석하는 것은 수사의 중립성·공정성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아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법조계에서도 특위의 간담회 개최 등을 두고 쓴소리가 나왔다. '전례가 없는 일'이자 '수사 방해이자 개입'이라는 이유에서다.   

    "엄연한 수사 개입이자 압력"

    서울 서초동의 강모 변호사는 "위원회는 정당 내부적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그 위원회는 수사관계자 등을 부를 수 있는 권한도 없고 법적 근거도 없다"며 "(수사 관계자, 사건 관련자 등과 간담회를 하겠다는 발상) 그 자체가 직권남용 소지가 다분하고 황당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이는 엄연한 수사 개입이자 (검찰에) 압력을 넣는 것"이라며 "특히 황운하 전 청장은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왜 부르는가. 정치경찰과 부패권력의 야합 아닌가"라고 부연했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 역시 "진행 중인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관계자를 간담회에 부르는 경우는 말이 안 되고 법적 근거도 없는 것"이라며 "이런 경우도 지금까지 없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이는 수사에 직접 관여하는 인상을 준다는 말도 보탰다.  

    설 위원장은 6일 오전 제30차 확대간부회의에서 "(특위) 첫 일정으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사건 등 '공정수사촉구 간담회'를 오늘 오후 개최하기로 했으나, 강남일 대검찰청 차장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며 "이에 따라 임호선 경찰청 차장도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강 차장 등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설 위원장은 이날 오후 간담회 직후 '법조계에서는 수사 개입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본지 질문에 "위원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검찰이 잘못하고 있는 점을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날림공사처럼 특위 구성"… 급한 與?

    한편 특위 간담회는 '특위를 구성하겠다'는 발언이 나온 뒤 이틀 만에 열렸다. 구성 발언이 나온 건 지난 4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제184차 최고위원회의에서다. 당시 이해찬(67) 대표는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수사 지연을 지적하며 "검찰에 대해 준엄하게 경고하고 검찰이 직무를 유기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설훈 최고위원은 "검찰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 내에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제가 위원장을 맡아서 행동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6일 "(여당의 행태는) 미국식으로 이야기하면 사법방해죄로, 중하게 다스려야 할 사안"이라며 "특위가 구성된 뒤 간담회를 열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한마디로 날림공사 하듯 특위를 만들어 수사를 방해하고 축소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평했다.   

    현재 검찰은 '청와대 하명수사'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송병기(57)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6일 소환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이날 검찰은 송 부시장의 자택과 집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하루 전인 5일에는 문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소환조사했다. 송 부시장은 '김기현 측근 비위'를 문 전 행정관에게 처음 제보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송철호(70) 울산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측근이다. 

    청와대는 김 전 시장 등 야권 인사에 대해서는 표적수사를, 유재수(55·구속)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 여권 인사의 비위 감찰은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