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 1062대 단속·과태료만 2억6550만원… 전문가들 “과태료 소급 불가능할 것”
  • ▲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노후경유차 단속의 과태료가 과도하다는 시민들의 불판이 폭주하자 정부가 과태료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배출가스 5등급인 노후 경유차 단속 과태료를 10만원대로 낮춰달라고 청와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노후경유차 단속의 과태료가 과도하다는 시민들의 불판이 폭주하자 정부가 과태료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배출가스 5등급인 노후 경유차 단속 과태료를 10만원대로 낮춰달라고 청와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노후 경유차 단속 과태료가 과도하다는 시민 불만이 폭주하자 정부가 과태료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기존 과태료 25만원에서 10만원가량으로 낮추겠다는 건데, 일각에서는 “과한 걸 알면서 왜 시행했느냐”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배출가스 5등급인 노후 경유차 단속 과태료를 10만원대로 낮춰달라고 청와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미세먼지 시즌제 개정안이 계류돼 있어 현행법으론 과태료 25만원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시행령만 바꾸면 10만원대로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미세먼지특별법이 개정되면 (과태료가) 10만원 이하로 될 텐데, 현재는 법 통과가 안 돼 다른 법이 적용돼서 과태료가 25만원이라 너무 가혹할 수 있다”며 “서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다가가서는 곤란한 문제이니 법 통과를 위한 노력과 함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해달라”고 지난 3일 지시했다.

    서울시는 지난 1일부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의 일환으로 ‘녹색교통지역(사대문 안쪽) 배출가스 5등급 차량(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을 실시한다. 운행한 지 10년이 지난 경유차를 타고 사대문 안쪽으로 진입할 경우 25만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이 기간 사대문 안쪽으로 진입하다 적발된 노후 경유차는 ‘지속가능교통물류법’에 따라 과태료 25만원(1일 1회)이 부과된다. 종로구 청운효자·사직·삼청·혜화동, 중구 소공·회현·명동 등 15개 동 16.7㎢가 대상 지역이며, 이곳으로 진입하는 모든 노후 경유차가 단속 대상이다. 단속시간은 오전 6시~오후 9시이며, 주말·공휴일도 예외는 없다.

    노후 경유차 단속…“서민 말려 죽이려고 작정”

    서울에서 용달업을 하는 A씨는 노후 경유차 단속이 첫 시행된 지난 1일, 서울시로부터 녹색교통지역(사대문 안쪽)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노후 경유차)을 운행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25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날부터 시작된 노후 경유차 운행 단속에 적발된 것이다. 

    그는 “아침에 광화문을 지나니까 휴대폰이 울리더라. 나중에 확인해 보니 ‘녹색교통지역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위반’이라며 과태료 25만원을 내야 한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에서 20년 넘게 용달업에 종사했다. 출퇴근부터 업무까지 모두 지금 운행하는 1t 트럭이 필요한데, 이 차량이 운행제한에 걸렸다. 당장 차를 바꿀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 눈앞이 캄캄하다고 한다.

    그는 “생계수단으로 쓰이는 차량에 운행제한을 걸면 어떡하라는 건가”라며 “나 같은 서민을 말려 죽이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25만원이 옆 집 개 이름이냐”고 덧붙였다.

    과태료가 10만원으로 내려간다는 소리에 분노한 시민도 있었다. 용산구에서 고물상을 운영 중인 B씨는 과태료를 조정한다는 소식에 벌컥 화부터 냈다. 그는 “과태료 25만원이 비싸다는 걸 알았으면 시행을 늦추던가 해야 하는데, 부과할 건 이미 다 부과해 놓고 이제 와서 과태료를 내린다는 게 무슨 말이냐”며 “이미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람과 차후에 부과받을 사람 간의 형평성 문제는 생각해본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후에 과태료가 10만원가량으로 바뀌게 되면 25만원을 납부한 분들에게 소급 조치가 가능한지 법적 검토를 할 것”이라며 “무조건 소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법적 자문을 구해 가능한지 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지난 1~4일(4일은 오후 3시 기준)까지 단속한 노후 경유차량은 모두 1062대였다. △1일 416대 △2일 264대 △3일 225대 △4일 157대였다. 각각 25만원씩 총 2억65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이 과태료는 모두 서울시에 귀속된다. 

    “안 하느니만 못한 발언”…노후 경유차 단속에 대한 실효성 지적도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소급조치는 불가능하다”며 “과태료가 잘못 부과된 경우라면 몰라도, 법안 개정으로 인해 과태료가 내려갔다는 이유로 소급을 실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미 시행 중이고 밝힌 부분은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서울시장으로서의 엄중한 시정 원칙인데, 시민 불만이나 여타 이슈에 따라 말이 바뀌면 가장 중요한 서울시장으로서의 리더십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안 하느니만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노후 경유차 단속의 실효성을 꼬집는 전문가도 있다. 미세먼지의 주범은 중국인데 노후 경유차 단속 같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책으로 헛발질을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환경전문가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에는 찍 소리 못하니까 애꿎은 국민들에게만 화살을 돌린다”며 “2000년대 초반부터 겨울~봄철 황사·미세먼지 문제는 중국에서 비롯됐는데 왜 국민 부담만 늘리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 전문가는 또 “중국 환경과학원은 서울의 미세먼지에 자기들이 끼친 영향이 23%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우리 정부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는 국내 요인이 아닌 국외 요인에 모든 신경을 쏟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박재용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는 “서울 시내, 도심지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을 운행한다고 벌금을 부과하면 시민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노후 경유차들을 (사대문)안쪽으로 못 들어오게 막는다고 해서 ‘과연 미세먼지가 줄어들 것이냐’ 하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