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물가상승률 0.4% 전망… '1% 이하 저물가' 역대 최장 11개월째… 전문가들 “디플레이션”
  • ▲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 ⓒ뉴시스
    ▲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 ⓒ뉴시스
    올해 물가상승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디플레이션(경기침체와 맞물린 지속적 물가 하락) 우려를 경고했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 하락, 기업 수익 감소, 경제불황 등 우리 경제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역대 최저 물가상승률'의 원인이 "폭염이 사라지고 복지를 늘린 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4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0.2% 상승했다. 8월부터 이어진 '0% 이하' 물가(△8월 0.0% △9월 -0.4% △10월 0.0%)에서는 벗어났지만 '1% 이하' 저물가는 올해 1월 이후 11개월째 지속됐다. 196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장기간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것이다. '1% 이하' 저물가의 종전 최장 기록은 10개월(2015년 2~11월)이었다.

    물가상승률, 11개월 연속 1% 이하… 역대 최장·최저

    11개월 연속으로 1% 이하 물가가 이어진 결과, 현재까지 누적된 물가상승률은 0.4%에 불과했다. 한국은행은 12월에도 비슷한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2019년 물가상승률을 0.4%로 내다봤다.

    0.4%는 기존 최저 기록인 2015년의 0.7%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역대 물가상승률이 1%에 미치지 못했던 적은 단 두 번뿐이다. 외환위기 직후 0.8%를 기록했던 1999년과 국제유가 급락과 메르스 사태가 겹쳤던 2015년이다.

    근원물가지수 역시 0.6%에 그쳐 물가상승률 저조현상이 장기간 이어질 것을 암시했다. 근원물가지수는 일시적 경제상황보다 기초적 경제여건을 보여주는 수치로, 장기적 물가가 어떻게 변할지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이처럼 전반적 경제지표가 디플레이션을 가리키지만 정부는 디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저조 현상은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가격 상승의 기저효과와 무상급식이나 교육 등의 복지 요인이 크다"며 "0%대의 저조한 물가상승률이 이어지고 있지만,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봤을 때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짓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물가상승률이) 1% 밑으로 내려가고 0%대 상승이 사실이긴 하지만, 이런 부분만으로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물가상승률에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조금 더 장기적 관점에서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 디플레이션 부인에도… 전문가들 “디플레이션 공포 엄습”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국내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접어들었다며 정부의 정책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년 가까이 (물가상승률이) 저조하다는 것은 충분히 디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지표가 개선돼 물가상승률이 높아진다면 디플레이션에서 빠졌다가 벗어났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현재까지 나타난 지표로만 봤을 때는 디플레이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런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면 경기상황을 추가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며 "경기를 가장 악화시킨 노동비용을 중심으로 한 비용충격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금리조정 등을 통한 통화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역시 지난달 28일 열린 '문재인 정부의 2020 경제정책 방향 국회 포럼'에서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디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며 "OECD 국가 중 GDP 갭이 유일하게 마이너스가 확대되고 있고, 생산자물가지수가 정체되는 등 산업 혁신에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