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라는 독재체제에 함께 맞서자"… ‘韓-대만 협력 과제와 미래 비전’ 강연
  • ▲ 강연에 앞서 변희대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뤼슈렌 전 대만 부총통. ⓒ이종현 기자.
    ▲ 강연에 앞서 변희대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뤼슈렌 전 대만 부총통. ⓒ이종현 기자.
    여성으로서 부총통을 두 번이나 지낸 뤼슈렌 전 대만 부총통이 한국을 찾았다. 뤼 전 부총통은 “한국과 대만·일본이 뭉쳐 동아시아의 평화를 수호하는 연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뤼슈렌 “한국은 대만에 친구 같은 나라”

    미디어워치와 홍문종의원실은 지난 28일 오후 6시부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뤼슈렌 전 부총통 초청강연회를 열었다. 미디어워치 측은 “뤼 전 부총통과 변희재 대표고문은 제롬 코헨 美하버드대 교수의 노력 덕분에 석방된 인연이 있다”고 소개했다.

    뤼 전 부총통은 변 대표고문과 인연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변 대표도 언론의 자유 문제로 투옥됐었다고 안다”면서 “저도 국민당 통치 시절인 1979년 12월10일 인권을 주제로 20분 연설했다 6년 동안 감옥생활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국경일인 지난 10월10일 변희재 대표고문이 한국과 대만의 국교정상화를 주장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굉장히 기뻤고, 떨리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뤼 전 부총통은 이어 한국과 대만의 인연을 소개했다. 1884년 한반도에서 청일전쟁이 발생한 뒤 대만이 먼저 일제의 식민지가 된 일, 일제가 조선을 병탄한 뒤 독립운동이 일어났을 때 중국이 꾸준히 지원한 일,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6·25전쟁이 시작된 뒤 미국이 중공 대신 대만을 중국으로 인정하고, 보호하기로 전략을 바꾼 일을 지적하며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은 대만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 ▲ 뤼 전 부총통은
    ▲ 뤼 전 부총통은 "한국과 대만, 일본이 함께 동아시아 평화연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종현 기자.
    이어 “한국은 정치적으로는 물론 역사적으로도 대만에 친구 같은 나라”라며 2017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 험악한 말이 오갈 때 많은 대만 국민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우려했다고 전했다.

    “中, 내년 대만 총통선거 개입 시도…막아야”

    뤼 전 부총통의 이야기는 곧 한국과 대만이 힘을 합쳐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데로 넘어갔다. 뤼 전 부총통은 최근 호주에 자수한 스파이가 “중국이 내년 1월 열릴 대만 총통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 폭로한 것을 언급하며 “이 스파이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이 대만 총통선거를 놓고 경쟁 중”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대만의 집권당인 민진당은 대만 원주민을 기반으로 한 반공친미 성향 정당이다. 반면 과거 장제스 총통 때부터 시작된 국민당은 과거와 달리 친중 성향을 띠게 됐다며 “대만에서 친중이냐 친미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뤼 전 부총통은 또 “대만사회는 홍콩 시위를 남의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5개월 넘게 이어지는 홍콩 시위와 시위대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 홍콩 반환 당시 “향후 50년 동안 자본주의를 유지하겠다”던 약속을 어긴 중국 지도부 문제 등을 지적하며, 중국이라는 독재체제에 함께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이 대만과 함께 평화를 위해 싸우는 연대를 맺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기대했다.

    한국-대만-일본의 평화연대 구상
  • ▲ 박성현 이선본 대표. ⓒ이종현 기자.
    ▲ 박성현 이선본 대표. ⓒ이종현 기자.
    뤼 전 부총통은 그러면서 “한국-대만-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유교문화국가의 평화연대”를 주장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중립을 선언한 나라에는 전쟁이 절대 발발하지 않는다”면서 “군대가 아닌 자위대가 있는 일본, 북한에 맞서는 한국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연대를 형성한다면 독재체제의 팽창을 막기가 지금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뤼 전 부총통의 ‘한국-대만-일본 평화연대’ 구상을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박성현 이런선한교육문화운동본부(이하 이선본) 대표는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에야 국민들이 국가체제를 인식하는 근대적 국가가 됐다”며 “한국과 대만의 관계 강화는 필요하지만, 아시아 평화와 한국·일본·대만의 평화연대만큼은 한국의 입장이 달라야 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재국가 중국의 존재로 인해 우리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현대 문명세계에서 아시아 최전선을 맡고 있다”면서 “나중에 중국이 해체된다고 해도 안정화되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한국은 계속 한미동맹을 통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상후 전 MBC 국제부장은 “좀 전에 뉴스를 보니 이대로 가면 내년 선거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덕담부터 건넸다. 박 전 부장은 “아시아에서 홍콩과 대만·한국의 정세는 연동돼 있으며, 한국과 대만은 많은 가치를 공유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통선거에서 민진당이 압승해 대만이 아시아 자유의 등탑이 되고, 이를 이어 한국에서도 총선에서 우파가 승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