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뇌물 혐의' 1심 무죄… 법조계 "법리와 도덕은 달라… 처음부터 무리한 기소"
  • ▲ 지난 22일 1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김학의(62·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 ⓒ정상윤 기자
    ▲ 지난 22일 1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김학의(62·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 ⓒ정상윤 기자
    '전부 무죄.' 
    김학의(62·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의 1심 선고 결과다.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2013년 이후 나온 첫 사법부 판단이다. 건설업자 윤중천(58·구속)이 제공했다는 성접대, 그림 등의 뇌물은 일체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다. 

    사회적 파장은 확산 중이다. 일부 여성 단체뿐이 아니다. 일반 시민도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검찰은 즉각 항소 뜻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그러나 김 전 차관이 구속기소된 6월 무렵부터 무죄를 예상했었다. '법리적으로 무리한 기소'라는 게 이유다. 1심 재판부의 설명 그리고 법조계가 지목한 무죄 근거는 무엇일까.

    ① 뇌물 혐의, 관건은 대가성과 직무관련성

    2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이 김 전 차관에게 적용된 혐의다. 김 전 차관은 5월16일 구속, 6월4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공소사실 중 뇌물 혐의에 대한 내용은 이렇다. 먼저 윤중천 관련 부분이다. 윤중천이 2007년 1월13일~2008년 2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에게 제공한 1900만원, 2007년 1월 윤중천이 건넨 시가 1000만원 상당의 그림, 2006년 11월 200만원 상당의 코트 등이 혐의 내용이다. 이러한 뇌물의 대가로는 '사건 청탁' 등이 거론됐다. 윤중천이 2012년 4월6일 "특정 사건의 진행 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사실도 공소장에 들어갔다.

    '별건'이라는 법조계 비판을 받은 뇌물 혐의도 있다. 사업가 최모씨, 한 저축은행의 김모 전 회장이 김 전 차관에게 건넸다는 상품권, 금품 등이다. 최씨가 2000년 10월27일~2009년 5월 김 전 차관에게 건넨 법인카드 사용금액, 상품권 등 총 4800여만원, 2009년 추석과 2010년 설날 각각 100만원의 상품권, 2009년 6월~2011년 5월 차명 휴대폰 사용대금 170여만원 등이다. 김 전 회장이 2000년 6월~2007년 8월 제공한 9500만원, 2007년 9월1일~2009년 12월 5600만원 등도 9월 11일 공소사실에 추가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같은 뇌물(형법129조) 혐의는 대부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가 무죄 선고를 내린 이유는 이렇다. 먼저 윤중천 관련 부분이다. "윤중천한테 뇌물을 수수했다는 시점으로부터 (윤중천이 사건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시점이) 3~4년이 지나 뇌물로 단정하기도 어렵고, (윤중천이 건넨 뇌물 대가로) 피고인이 사건을 전달받고 알려준 경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힘들다."

    사업가 최씨, 김 전 회장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보면 공무원의 직무가 유사관계에 있으면 뇌물수수죄가 성립된다"며 "금품수수 시기와 직무집행 범위도 다르지 않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공무원이 뇌물수수한 점이 있지만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하고 추상적이거나 직무권한을 행사할 지 여부를 알 수 없다면 직무에 관해 기여했다거나 그 대가로 수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보탰다.

    재판부는 뇌물죄를 판단할 때 "해당 공무원의 직무내용, 직무와 이익제공자의 관계, 쌍방 간에 특수한 사적인 친분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참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이 이익을 수수한 행위가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 없다면 뇌물수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특히 "공무원이 장래에 담당할 직무에 대한 대가로 이익을 수수한 경우에도 뇌물수수죄가 성립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 이익을 수수할 당시 장래에 담당할 직무에 속할 사항이 그 이익과 관련된 것임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하고 추상적이거나, 그 이익과 관련지을 만한 직무권한을 행사할 지 여부 자체를 알 수 없다면 그 이익이 대가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 기소 때부터 비슷한 취지의 반응이 나왔었다. '뇌물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뇌물에 따른 대가가 있어야 하고, 김 전 차관과 뇌물을 공여한 사람 간의 직무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심 선고가 나온 직후 법조계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서초동의 김모 변호사는 "구체적인 업무관련성, 대가성이 있어야 하는데 대가성 없이 서로 도와주는 식으로 됐기 때문에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는 당연히 뇌물죄로 성립되지 않는다"며 "대법원에서도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사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가성이 없고 업무에 대한 부탁관계가 없다면' 무죄로 판단했는데 이번 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법리로만 본 판결 자체는 정상 판결로 나왔다"는 게 김 변호사 의견이다.

    서울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 역시 "사실 (당시 김 전 차관이 자리한) 검사장 직분에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의문인 데다, 직무관련성 부분 역시 판례에서는 '막연한 기대나 지나치게 추상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② '별장 성접대'에서 '뇌물'로… 성접대 금액도 특정 못 해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에는 성접대도 포함됐다. 당초 검찰이 김 전 차관을 재조사한 시발점 역시 '별장 성접대' 사건이었다. 2013년 의혹이 제기된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차관이 윤씨에게 받았다는 성접대 혐의는 2006년 여름부터 2007년 12월21일까지 발생했다. 총 7차례였다. 이것이 대가를 바라고 김 전 차관에게 제공된 '뇌물'이라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성접대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지 않았다. 성접대는 1억원 미만의 '일반 뇌물죄'인데, 이 뇌물죄의 공소시효(10년)가 만료됐다. 이를 이유로 재판부는 성접대 부분에 대해 면소(免訴) 판단을 내렸다. 면소는 소송 조건이 결여돼 기소를 면제한다는 의미다.

    법조계 다수는 김 전 차관의 성접대가 뇌물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수사단 내부에서도 '무죄가 나올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성접대 부분이 검찰 공소장에 명확한 금액으로 특정되지 않은 점, 뇌물죄가 성립되기 위한 대가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였다. 검찰이 성범죄로 기소하지 않았던 점도 도마에 올랐다.

    김학의 전 차관 수사 과정을 잘 아는 이모 변호사는 "2013년 당시 검찰의 1차, 2차 수사 자체가 법리적으로 큰 문제 없었다"며 그 이유로 "피해 여성의 진술이 번복하는 상황이었고 허위진술을 (다른 여성들에게) 교사한 정황도 나왔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여성의 진술이 오가고 교사 정황이 나온 경우, 여론만으로 한 사람을 무리하게 기소할 수는 없다"며 "이번 판결 역시 일부 단체의 당위성으로 인한 게 아닌, 법치주의에 맞게 법리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과거와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 다른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A 변호사는 "피해 여성이 윤중천과 금전관계로 얽혀 있다는 사건기록, 여성들 간의 대화 내용과 이들이 주고 받은 메일 등을 토대로 하면 2013년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타당해 보인다"며 "1심 재판부가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판단을 내렸는데, 공소시효가 남았어도 뇌물이 성립하기 위한 대가성, 직무관련성이 있는지는 실체적 진실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전문 강민구 변호사(법무법인 진솔)는 "물론 김 전 차관이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면 도덕적 비난이 당연하고 직무관련성까지 있다면 뇌물죄가 성립될 테지만, 이 사건은 직무관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며 "법치주의 사회에서 가장 지양해야 할 게 여론재판으로, 법률가는 오로지 법리로만 사건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③ "제3자 뇌물죄, 이런 공소장은 처음"

    애초 관건은 제3자 뇌물죄였다. 검찰이 김 전 차관을 기소할 당시, 뇌물 액수는 1억원 이상이었다. 이 금액 중 1억원이 3자 뇌물죄로 들어갔다. 김 전 차관이 자신에게 성접대 한 여성을 위해, 윤중천이 이 여성에게 받아야 할 1억원을 포기하게 했다는 혐의다.

    이 역시 1심 재판부는 무죄로 봤다. "윤중천의 진술 등을 보면 당시 윤중천이 (이 여성과) 채무관계를 명확히 표현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윤중천이 포기한 금액 역시 1억원 상당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윤씨의 1억원을 면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과정에서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여부도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판결문에 언급된 제3자뇌물죄 부분이다. 제3자뇌물제공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제공하면 성립하는 죄다. 재판부는 "이 '부정한 청탁'은 의뢰한 직무집행 자체가 위법·부당한 경우 뿐만 아니라 대가를 주고받을 내용의 청탁이면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때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기 위해서는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데 대해 당사자 사이에서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이) '네 선에서 알아서 잘 처리해라'라고 (윤중천에게) 말한 추상적 표현만으로 (보증금) 채무를 면제하는 방법으로 그 여성에 대한 고소사건을 마무리하라고 요구했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또 진술내용 중 윤중천이 김 전 차관에게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청탁했다는 건 없었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기소 시점부터 이 혐의를 두고 비판이 일었다. 제3자뇌물죄 근거 규정은 형법130조다. 이 조항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 변호사는 "공소사실에 들어간 제3자뇌물은 지금까지도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잘 안 갈 만큼, 법률가가 보기에도 무리한 기소라고 보인다"고 말한다. 윤중천이 피해여성에게서 받아야 할 보증금을 '포기했다'는 대목이, 제3자인 피해여성이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제3자뇌물에 대한 이런 공소장은 처음'이라고도 부연했다.

    강민구 변호사 역시 제3자뇌물죄가 성립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그는 "뇌물죄가 되려면 직무관련성이 입증돼야 하고, 제3자뇌물죄가 되려면 나아가 부정한 청탁도 있어야 한다"며 특히 "제3자뇌물죄 관련해서 당시 윤중천이 (여성 A씨에게 받아야 할 보증금 1억원 관련해) 채권포기각서를 쓴 게 아닌 한 종국적으로 제3자에게 금전적 이득을 준 것으로 보는데 무리가 있어 처음부터 법조계에서는 이것이 공소시효를 확장하기 위한 무리한 법적용이라고 우려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이 여론, 특정 단체 압력에 굴하지 않고 순수하게 법리적으로 이 사건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④ "사회적 의미는 법리와 별개… 도덕·윤리의 문제다"

    일각에서는 김 전 차관에 대한 무죄 판결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판단이 내려진 성접대 등 사건에 대해서다. 도덕적·윤리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특히 별장 성접대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아 부족한 판결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검찰이 기소한 사건을 재판부가 심리 이후 판단한 것이므로, 별장 성접대 등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일각에서 주장하듯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보여지지 않는다"며 "별장 성접대 부분 등에 대해 면소 판단을 내리면서 결국 실체적 진실에 대한 언급과 인정이 어디에도 없게 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자 여성의 진술이 정확하지 않는 등 시간이 지나면서 증거능력이 일부 유실됐을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 책임은 검찰에 있고, 또 사실관계에서 조금 다른게 있더라도 이야기의 큰 골자 등이 변하지 않고 일관성 있다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판례도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별장 성접대' 영상의) 해당 사진상으로 얼굴이 드러나 있는 남성은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을 토대로 비춰보면 김 전 차관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우연히 다른 사람이 찍혔을 가능성, 윤중천이 김 전 차관과 닮은 대역을 세워 촬영했을 가능성 등 다른 가능성은 지극히 합리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판결문에는 이 판단의 근거가 자세히 적시돼 있다. '윤중천 등이 김 전 차관에게 피해여성과의 성관계 기회를 제공해 온 점', '사진 상 남성과 김 전 차관의 사진을 비교할 때 (두 사람이) 매우 유사하고 사진 조작이 이뤄지지 않은 점', 피해여성이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김 전 차관에게 성상납했다고 말한 점' 등이다.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사실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이 6년여 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접대 관련 공소시효가 만료된 이유가 검찰의 늦은 기소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수사자료를 토대로 피해여성 진술의 신빙성 등을 의심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김모 변호사는 "6년 전 당시 진술과 자료 등을 근거로 조사를 제대로 했는데 오히려 이번 기소 자체가 여론에 떠밀려 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 역시 "여론과 법리는 별개"라며 "법률가는 법리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한편 이은의 변호사(이은의법률사무소)는 "성접대 뇌물을 다룰 때 '화대가 얼마' 이런 식 자체가 기계적이고 관행적"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이 전향적이고 실질적인 검토를 해서, 성접대를 금액으로 환산할 게 아니라 환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다른 뇌물 혐의가 있는 경우 조금 더 금액 많은 혐의에 편입해서 적용하거나 다른 입법 의견을 내는 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