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관계 의심' 조국, 정경심 10여 차례 면회… 법조계 "같은 변호인인데 접견 허용, 명백한 특혜"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조국(54) 전 법무부장관과 그의 딸 조민(28) 씨가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등 혐의로 구속수감된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수시로 면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의 혐의에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조민 씨도 정 교수의 공소장에 입시비리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됐기 때문이다. 공모관계인 이들이 지속적 접견을 통해 증거인멸을 시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민 씨는 지난 16일 오전 9시30분부터 15분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정 교수를 면회했다. 조씨는 서울구치소를 직접 찾는 대신 다른 구치소에서 정 교수와 화상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와 조씨가 면회 대신 화상접견을 선택한 것은 면회 사실이 언론이 알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장관 역시 정 교수를 10여 차례 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가 구속된 이후 약 3일에 한 번 꼴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4일 첫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다음날인 15일 오전에도 서울구치소를 찾아 정 교수를 면회했다.

    '공모관계' 조국·'공범' 조민… 10여 차례 정 교수 면회

    문제는 조 전 장관의 가족이 '공모관계'라는 점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해 정 교수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 발급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한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정 교수의 더블유에프엠(WFM) 주식투자에 공모하고 시세차익을 통한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 수사 착수 이후 프라이빗뱅커(PB)에게 지시해 자택의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정 교수가 벌인 증거인멸 정황에 관여하거나 방조했다는 의혹도 있다.

    딸 조민 씨는 정 교수 공소장에 입시비리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됐다. 조씨가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하면서 허위 서류들을 위조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정 교수와 공모했으며, 또 직접 개입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법조계에서는 공모관계인 이들이 면회를 통해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회 중 오가는 대화는 모두 녹음되지만 정 교수가 구속되기 전 미리 약속한 '몸짓'이나 '눈짓' 같은 사인을 통해 서로 의사를 교환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차후 이들의 면회 기록을 살펴본다고 하더라도 '사인'으로 교환한 내용은 녹음되지 않기 때문에 알 방법이 없다.

    한 법조인은 "녹음한다고 해도 점검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더구나 그들은 수십 년을 함께 산 부부이기 때문에 눈짓만으로도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고, 남들이 모르는 그들만의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록상으로는 그냥 던지는 말 한마디라도 알고 보면 공범 간에 진술을 맞추고 죄증을 인멸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변호인단이 상당수 겹친다는 부분도 증거인멸 가능성을 더욱 크게 한다는 의견도 있다. 수감자와 변호인 간 면회 내용은 헌법에 명시된 '변호인 조력권'에 따라 기록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이 전달할 사인을 정 교수에게 미리 언급해줄 수 있다. 이 법조인은 "변호인들은 수감 중에도 만날 수 있고, 변호인 면회는 녹음이 안 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사인을 미리 설정해둘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정유라, 최서원 면회는 금지해놓고… "조국 접견은 특혜"

    무엇보다 검찰이 공모관계인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접견금지조치를 취하지 않는 게 특혜라는 지적이 많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증거인멸 가능성이 큰 공범과 접견을 금지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구속 피고인에게 죄증을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검찰에 접견금지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은 과거 국정농단사건을 수사하면서 최서원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의 접견을 금지했다. 정씨는 2017년 6월9일 당시 구속기소 상태였던 어머니 최씨를 면회하기 위해 서울남부구치소를 찾았지만, 교정당국이 "증거인멸 모의 가능성이 있다"며 면회를 불허해 만남을 갖지 못했다. 당시 정씨는 구치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법률상 어머니를 만날 수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적 상황이라면 공범 간 접견금지는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분명한 특혜"라고 강조했다. 이 법조인은 "가족이라고 접견금지를 안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과거 정유라 씨도 최서원 씨를 면회하러 갔다 불발돼 그냥 나온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이 법조인은 "조민 씨가 화상접견을 한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상접견은 일반적으로 지방에 있어서 직접 면회가 힘들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허용하는 것"이라며 "특혜로 보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