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전과' 때문에 형량 가중? 법조계 "이종전과로 가중처벌 받는 경우 드물어"
  • 만취한 여성을 집단성폭행한 사건에 휘말려 기소된 권OO(32·구속) 씨가 동종 사건으로 함께 기소된 가수 정준영(30·구속·사진)보다 높은 형량을 구형받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권유리의 친오빠로 잘 알려진 권씨는 준강간 등의 혐의로 지난 5월 10일 구속됐다.

    檢, '몰카·집단성폭행' 정준영에 '징역 7년' 구형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강성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의 죄질이 무겁고, 피해자들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며 정준영과 최종훈(29·구속·전 FT아일랜드 멤버)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5년을 구형하고, 권씨와 김OO(클럽 '버닝썬' 전 직원) 씨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또 YG엔터테인먼트 전 직원인 허O 씨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아울러 이들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신상정보 고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복지 시설에 10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2015~2016년 불법 촬영한 신체 사진과 성관계 영상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로 지난 3월 구속된 정준영은 절친한 관계인 최종훈·권OO·김OO·허O 등이 집단성폭행 혹은 준강간 등의 혐의로 차례로 기소되면서 '공범'으로 간주돼 지난 6월부터 함께 재판을 받아왔다. 정준영 등 5인은 2016년 1~3월 강원도 홍천과 대구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준영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와 준강간 혐의로 기소됐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2016년 일반인 여성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에 휘말려 특수준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누가봐도 두 가지 사건의 '주범'으로 몰린 정준영이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유리 오빠' 권씨와 '버닝썬' 전 직원에게 가장 무거운 형량을 구형했다. 이들 재판이 상당수 비공개로 진행된 터라 5명의 피고인이 각각 어느 사건에 가담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몇몇 피고인의 경우 지난 6~7월경 공개된 피고인 심문을 통해 공소사실 일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버닝썬 전 직원, 2016년 1~3월 사건에 모두 관여?

    클럽 '버닝썬'에서 MD(Merchandiser)로 근무했던 김씨의 변호인은 지난 6월 27일 진행된 증거인부(증거 동의 및 부동의) 절차에서 "피고인이 2016년 1월에 발생한 사건에서 성추행을 한 것은 인정하나 합동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은 부인하고, 3월에 발생한 사건에선 피고인의 추행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공개한 피고인 죄명을 보면, 김씨는 준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상대방이 항거불능이나 심신미약 상태일 때 강간을 저질렀다는 의미다.

    익명의 사건 관계자에 따르면 2016년 1월 홍천에서 발생한 준강간 사건은 한 명이 '단독'으로 저지른 사건으로 전해졌다. 앞뒤 정황상 혐의자는 김씨가 류력하다.

    변호인 진술에 따르면 김씨는 3월에 발생한 사건에선 추행 자체가 없었다며 다소 억울하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그러나 검찰은 준강간 외 또 다른 혐의까지 적용해 김씨를 기소했다. 따라서 김씨에게 적용된 나머지 혐의는 강제추행이나 준강제추행일 가능성이 높다.

    '유리 오빠' 권씨, 강간미수·특수준강간·준강간에 '몰카' 의혹까지


    준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권씨는 같은 날 진행된 증거인부에서 변호인을 통해 준강제추행 혐의만 인정하고 다른 공소사실(준강간 등)은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권씨를 대신해 법정에 참석한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 강간미수로 적힌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와 함께 헛개수를 마시다가 2층으로 같이 올라갔는데, 당시 피해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반항이 곤란한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합의에 의해 성관계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특수준강간이나 카메라로 피해자를 찍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을 뿐더러 피고인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영상에 찍힌 손이 피고인의 것인지도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변론했다.

    당시 변호인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권씨는 강간미수, 준강간, 특수준강간,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총 4가지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양적으로 보면 다른 피고인들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檢, '피해자의 수'에 따라 구형… '유리 오빠'만 예외


    이번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권씨와 김씨에게 동일한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권씨는 여타 피고인들에 비해 혐의 개수가 많고, 김씨는 2016년 1~3월 강원도 홍천과 대구에서 발생한 두 개 사건에 모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형량을 구형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한 명에게 피해를 입힌 피고인들(최종훈·허O 씨)에게는 징역 5년을, 두 명 모두에게 피해를 준 피고인(김OO 씨)에게는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구형기준을 '피해자의 수'에 뒀다는 얘기다.

    다만 정준영의 경우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 불법촬영물을 공유한 혐의가 추가돼 징역 7년을 구형했고, 권씨는 상대적으로 혐의 개수가 많고 죄질이 나빠 징역 10년을 구형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종전과 때문에 가중처벌된 전례 드물어"

    일부 언론에선 권씨가 2016년 12월 초 지인들에게 대마 0.7g을 판매하고 대마초를 2차례 피운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과 때문에 '가중처벌'을 받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과거 전과와 동일·동종의 범죄를 저지를 경우 가중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동종전과가 아닌 이종전과로 가중처벌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한 변호사는 "다른 종류의 범죄사실 때문에 그 정도(징역 10년)로 가중처벌 되지는 않는다"며 "물론 대마 전과로 집행유예를 받았기 때문에 가중처벌 요소가 될 순 있겠으나 이번 같은 경우엔 양형에 크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행위 가담 정도와 범행 횟수 등을 고려할 때 여타 피고인들에 비해 죄질이 나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거운 형량을 검찰이 구형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