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올해까지 26년간 '영하 날씨' 7번 뿐… '대학입시' 중압감이 심리적 작용한 듯
  • ▲ 14일 오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이동 중인 수험생과 응원하러 나온 학생들의 모습. ⓒ이기륭 기자
    ▲ 14일 오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이동 중인 수험생과 응원하러 나온 학생들의 모습. ⓒ이기륭 기자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최저기온은 서울 기준 -3℃를 기록했다. 수능 전날인 13일보다 최저기온이 6도가량 떨어진 것이다. 

    ‘수능한파’는 매년 수능날이면 화제에 오르는 단골손님이다. 그런데 실제 통계상으로는 '수능한파'라는 단골손님은 자주 찾아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수능일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은 생각보다 적었다.

    수능한파, 26번의 수능 가운데 7번

    기상청에 따르면 2010년 수능날 최저온도는 영상 6℃였다. 이후 △2011년에는 1.9℃ △2012년 10.9℃ △2013년 6℃ △2014년 -3.1℃ △2015년 10.2℃ △2016년 4℃ △2017년 -2.5℃ △2018년 4.7℃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열 번의 수능을 거치면서 수능 당일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진 경우는 올해를 포함해 2014년과 2017년 등 세 번에 불과했다.   

    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된 199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은 △1997년 -3.2℃ △1998년 -5.3℃ △2002년 -0.3℃ △2007년 -0.4℃ 등 네 차례뿐이다.  이번 수능까지 합치면 1993년부터 치러진 총 26회의 수능 중에서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은 일곱 번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능한파는 기상청이 발령하는 한파주의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이 한파주의보를 발령하는 기준은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 이상 떨어져 3℃ 이하가 되고, 평년값보다 3℃ 낮을 것으로 예상할 때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 이하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급격한 저온현상으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등이다. 하지만 역대 수능일 중 이에 해당하는 날은 한 번도 없었다.

    심리적 요인이 수능한파 부추겨

    전문가들은 '수능한파' 이야기가 나오는 원인으로 수능이라는 압박감 등 심리적 요인을 꼽았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통계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수능날 실제로 한파를 기록한 날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며 “그럼에도 학생들이 춥다고 느꼈다면 수능이라는 압박감이 가장 큰 요인을 차지했을 거라고 본다. 그동안 공부했던 모든 것을 풀어내는 자리인 데다 시험장 역시 낯선 곳이라 압박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진상 수도권기상청 주무관은 “수능날에만 추워진다는 수능한파는 사실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수능 때 추위를 더 느낀다면 11월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본격적인 시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추위를 느끼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주무관은 “이번 수능 역시 기상청에서 한파라고 기준 잡은 요건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며 “몇 년마다 한 번씩 유독 추워지는 날과 수능 때가 겹치면서 사람들이 ‘역시 수능날은 추워’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