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예산 전용해 국고손실죄로 구속"… 법조계 "김명수 내려와야"
  • ▲ '공관 리모델링 예산 전용(轉用)'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60·사법연수원15기) 대법원장이 현행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뉴데일리 DB
    ▲ '공관 리모델링 예산 전용(轉用)'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60·사법연수원15기) 대법원장이 현행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뉴데일리 DB
    '공관 리모델링 예산 전용(轉用)'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60·사법연수원15기) 대법원장이 현행법 위반으로 고발됐다. 자신이 사용할 대법원장공관 리모델링을 위해 법원 예산을 무단으로 빼내 이용했다는 혐의다. 법조계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예산 전용 논란을 두고 횡령 등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논란은 전모 변호사가 12일 김 대법원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한 것이 확인되면서 확산했다. 김 대법원장 등이 공모해 국회에서 확정한 예산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이 국회에서 확정한 예산액을 초과해 6억7100만원의 다른 항목 예산을 공관 리모델링 사업에 사용한 것은 '횡령에 해당한다'는 것이 전 변호사의 주장이다. 리모델링 예산 집행, 공사 등 일련의 과정은 김 대법원장이 취임한 2017년 9월 이후 발생했다. 대표적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도 공관 리모델링을 위해 예산을 전용한 김 대법원장을 비판한 바 있다. 

    "사실상 대법원이 공금 횡령한 것과 다름 없어"

    김 대법원장의 현행법 위반을 거론한 사람은 전 변호사뿐만이 아니다. 법조계 일부 인사들은 "비슷한 사례를 참고하면 김 대법원장도 현행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을 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임종헌(60·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임 전 차장은 2015년 공보관실 예산 약 3억5000만원을 전용한 혐의와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횡령죄 등으로 구속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예산 전용 문제는 기본적으로 횡령으로 처리됐고,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가 성립된다"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공보관실 예산 전용으로 국고손실 등의 혐의를 받았다면, 이 건에 대해서도 적용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사적으로 쓴 게 아니어도 행정부 공무원들이 예산을 유용하면 그동안 법원은 업무상 횡령으로 처벌해왔다"며 "예산 문제를 볼 때 (예산) 항목 간 유사성, 긴급한 필요성 등 두 가지 기준으로 보는데, 김 대법원장이 전용한 예산항목을 보면 예산항목 간 유사성, 긴급한 필요성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법원의 공금을 횡령한 것이나 다름없다"고도 부연했다. 검찰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도 "김 대법원장 경우가 임 전 차장과 비슷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횡령·직권남용·국고손실 등 관련 혐의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횡령·국고손실죄에 대해 "전용 가능한 예산 범위를 넘어선 것 같다. (법률상으로 전용 불가능한) 재판 예산을 공사비로 돌린 것 아닌가"라면서도 "횡령은 재산적 범죄에서 고의, 불법 영득의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대법원장 개인적으로 쓰려고 했다면 불법 영득 의사가 있는데 관사는 국유재산으로 남는 것이니 징계사유로 봐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국고손실은 회계관계직원에게만 적용하고, 예전에는 비신분범과 신분범이 공범이 된다고 해서 국정원장과 회계관계직원이랑 공모해서 하면 그 둘을 공범으로 엮었으나 법원에서 요즘 제동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영득 의사 놓고 다툼의 여지 있다" 의견도

    감사원은 대법원의 예산 전용이 국가재정법 위반 소지가 있음을 인정했다. 감사원이 지난 4일 발표한 대법원 재무감사 결과 자료에는 "총 4억7510만원을 '국가재정법'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과 다르게 이용 또는 전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자료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7년 9월29일부터 같은해 12월23일까지 노후한 대법원장공관 리모델링 사업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은 국회가 심의, 의결한 예산(9억9900만원)보다 6억7100만원 초과된 16억7000만원의 예산으로 공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이 초과예산은 법원의 사실심 충실화(2억7875만원), 법원시설 확충·보수(1억9635만원) 등 2개 항목의 예산으로 잡힌 4억7510만원으로 이용됐다.

    국가재정법 46조1항은 '예산의 목적범위 안에서 재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각 세항 또는 목의 금액을 전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경우 △사업 간 유사성이 있는지 △재해대책 재원 등으로 사용할 시급한 필요가 있는지 △기관 운영을 위한 필수적 경비의 충당을 위한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은 공관 리모델링 공사가 김 대법원장 입주를 위한 게 아니라는 해명을 내놨다. 공관 리모델링 사업이 김 대법원장 임명 전부터 예정돼 있었다는 설명도 있다. 김 대법원장 임기는 2017년 9월 시작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2017년 9월 대법원장을 지냈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12월21일 리모델링된 공관에 입주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예산집행지침'을 올해 안에 만들어 전국 법원에 배포할 방침이다. 이는 예산과 관련한 사법부의 자체 가이드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