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교대역 인근 빌딩 곳곳에 '임대' 현수막… "법조시장 '한파', 文 정부 경제 실정 따른 경기불황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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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수는 늘어나고 수임료도 그리 크지 않아요. 경기도 안 좋은데 변호사 사무실 임대료는 당연히 부담이 되죠."(서울 서초동 A 변호사)"제 사무실이 있는 빌딩에는 빈 사무실이 올들어 늘었어요. 과거 경기불황 때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서울 서초동의 B 변호사)5일 오전 11시께 법원·검찰청은 물론, 대형 법무법인(로펌)·법률사무소 등이 몰려 있는 교대역 인근. 빌딩과 버스정류소 등에는 '임대 문의'라는 글귀가 심심치 않게 보였다. 교대역 8번 출구 인근 모 빌딩 안내판에는 두 층의 사무소 소개란이 비어 있었다. 이 빌딩에서 양재 방향으로 100m도 채 가기 전에 '임대' 글귀를 또 발견할 수 있었다. 빈 사무실을 알리는 이 문구는 다섯 건물을 지나기도 전에 다시 보였고, 버스정류장 등에도 '임대' 글귀가 붙어 있었다.역세권이면서 '터 좋다'고 소문난 빌딩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대역 6번 출구 인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나란히 있는 두 빌딩에 모두 '임대'라는 문구가 있었다. 여기서 법원 방면으로 100m도 가기 전, 또다시 '임대' 글귀를 볼 수 있었다. 건너편 11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두 빌딩 유리창에도 공실을 알리는 '임대 문의'가 있었다. 이들 건물 주변으로는 대형 로펌이 자리하고 있다.15층짜리 빌딩에 공실만 22곳… "1~2년 새 공실 증가"법률전문가들이 주로 모인 15층짜리 C빌딩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이 빌딩의 빈 사무실은 무려 22곳. 한 층에서만 5개의 사무실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이날 본지와 만난 건물 관리인은 "7년 동안 건물관리를 해오고 있는데, 1~2년 사이 공실이 증가했다"며 "옛날 같으면 사무실도 꽉 차고 변호사를 찾는 손님도 많아 주차장이 꽉 찼는데 요즘에는 텅텅 비어있다"고 했다.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한 변호사도 건물 관리인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이 건물은 지하철역과 바로 인접한 곳이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다른 건물보다)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라며 "경기 불황 때도 사무실이 잘 나가는 편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들어 빈 사무실이 늘어난 데다, 다시 새 사람이 들어오기까지 시간도 꽤 걸리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건물은 병원·연구원 등 일부 사무실을 제외하면 대부분 개인 법률사무소 등이 몰려 있는 곳이다.서초동과 교대역 일대 이른바 '법조타운'의 '한파' 분위기는 지역 부동산 업계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서초·교대 지역의 개인 사무실 매물이 과거보다 많이 나왔다는 의견이다.지역 한 중개업자는 "변호사 사무실이 모인 모 빌딩에 매물이 많이 나왔다"며 "저렴한 곳은 나갔지만 여전히 매물이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도 "교대·서초 지역에 법률사무소로 사용되던 사무실이 예전보다 많이 비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금융위기에도 '불황'이 없었던 법조타운 부동산 업계에 '한파'가 몰아닥친 이유는 뭘까. 일각에선 변호사 수가 증가하는 데 빈 사무실이 많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법조계에선 10년 전과 똑같은 1인당 수임료, 비싼 임대료 등을 요인으로 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경기 불황' 탓이라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금융위기 때보다 현재의 '법조 경기'가 더욱 나쁘다는 이야기다.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에 따르면, 올해 전체 변호사(회원) 수는 2만 7306명이다. 5년 전인 2014년(1만 8711명)보다 8595명 증가한 수준이다.변호사 수 늘고 임대료 올랐지만… 수임료는 10년 전 그대로하지만 변호사 수임료는 10~20년 전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한다. 사건과 변호사 개인의 능력에 따라 수임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사건당 수임료는 300~500만원 정도다. 성공보수의 경우 민사사건은 승소액의 일정 비율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형사사건 성공보수는 공식적으로 받을 수 없다. 10년 차 이상 변호사의 수임료는 통상 500~600만원, 전관의 경우 1000만원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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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전관이나 돼야 사건당 1000만원 이상을 받지만, 전체 변호사 중 전관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며 "변호사 수임료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오히려 수임료가 낮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이어 "사건당 100~200만원에 수임하는 공격적 변호사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또 다른 변호사도 "장기간 진행되거나 준비할 서면이 많은 사건이 있고 이런 사건을 맡으면 다른 사건을 하기 힘들다"며 "이럴 때 우스갯소리로 (내가 받는 임금이) '서류 1장당 100원이나 될까' 싶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수임료에 비해,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 변호사 사무실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지역 임대료는 실평수 30~40평 기준 월 500~600만원가량이다. 관리비·부가세는 별개다. 법원 인근 C 건물의 한 사무실(실평수 14평)의 경우, 보증금 3000만원 월 150만원이다. 관리비는 50만원, 부가세는 10%가 붙는다. 다른 건물의 임대료도 비슷한 수준이다. D 건물 사무실(실평수 12평)에 들어가려면 2000만원에 월 120만원, 관리비 50만원과 부가세 등을 내야 한다.변호사들이 '전관이 아닌 일반 변호사들은 수임료만으로 임대료를 포함한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한다', '대형 로펌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1~2명의 변호사들이 함께 사무실을 꾸려야 한다'는 등의 하소연을 하는 이유다.법조타운, '경기불황'에 직격탄… 휴업 변호사 수 최근 5년간 2232명 증가하지만 금융위기도 피했던 서초 법조타운이 '직격탄'을 맞은 것은 무엇보다 현재의 국내 경제상황 탓이 크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통계청에 따르면, 현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9월 기준 99.5였다. 이 수치가 100 미만이면 경기 추세에 비해 실제 경기가 불황이라고 해석된다. 민간 소비 경기를 볼 수 있는 소매판매도 지난 9월 기준 전월보다 2.2%p 감소하는 등 경기 상황은 녹록지 않다.실제 휴업한 변호사 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대한변협에 의하면, 지난 10월 31일 기준 올해 휴업한 변호사(준회원) 수는 4991명이었다. 2014년 2759명에서 2015년 3107명, 2016년 3469명, 2017년 3833명, 2018년 4265명 등 최근 5년간 휴업 변호사 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휴업 변호사 수에는 변호사 업무 자체를 중단하거나, 변호사가 공무원이 되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법조 쪽 특수 직군이 모인 서초·교대 인근 공실이 계속 나오는 건 아무래도 경기불황, 특히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심리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같은 경제정책으로 경기가 악화된 것 아니냐"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금융위기도 피해갔던 법조시장까지 얼어붙게 한 것 같다"고 했다.변호사 수 증가, 수임료와 임대료 문제 등은 최근 변호사 시장도 변하게 만들었다. 사무실을 다른 변호사들과 '공유'하는 추세가 확산되는가 하면, 사내 변호사 등 '안정적 직업'을 찾는 변호사들이 늘었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로스쿨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 사무실을 (다른 변호사들과) 나눠 쓰거나 아예 위워크 같은 공유 오피스에서 작업을 하는 변호사들이 늘었다"며 "당연히 경기불황 요인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형급 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도 "예전보다 적은 평수에 실용적으로 사무실을 활용한다"며 "변호사들이 한 방을 함께 쓰는 경우도 확실히 많아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