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헬기 이륙영상 찍고도 감췄다" 독도경비대 주장에 KBS "보안 문제 때문에 일부만 제공" 해명
  • ▲ KBS는 지난 2일 오후 9시
    ▲ KBS는 지난 2일 오후 9시 "소방헬기의 마지막 비행 영상"이라며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의 이착륙 영상을 단독 공개했다. ⓒKBS '뉴스9' 방송 화면 캡처
    공영방송 KBS가 독도 인근 해상에 추락한 헬기의 이륙 장면을 촬영하고도 사고 경위 파악을 위해 영상 공유를 요청한 경찰에 "찍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펜앤드마이크에 따르면 자신을 '독도경비대 박모 팀장'이라고 밝힌 네티즌(아이디 p672****)은 지난 2일 오후 'KBS 뉴스9'가 사고 직전 상황을 찍은 영상을 단독 보도한 직후 관련 기사 댓글난을 통해 "KBS 영상 관계자 두 사람이 영상을 촬영하고도 독도경비대 측에는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가장 먼저 독도공해상 사고현장에 도착해 수습을 담당했으며 사건 다음날까지 잠 한숨 못 자고 실종자 찾으면서 거센 파도를 뚫고 현장을 누볐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당시 배접안이 되지 않아 KBS 영상 관계자 두 분이 울릉도에 가지 못해 독도경비대에 하루를 숙식하면서 그렇게 호의를 베풀었는데, 사고 이후 수십 명의 독도경비대가 접안지에서 그 고생을 하는 데도 헬기진행방향 영상을 제공하지않고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해 (그동안) 헛고생을 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가슴아프고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 명이 이틀을 잠 못 자는 동안 다음날 편히 주무시고 나가신 게 단독 보도 때문이었나"라고 반문한 이 네티즌은 "당시 사고 현장 목격자로서, 수색자로서 지금도 독도에서 정신적 고통으로 잠을 못 이루고 있는데 이런 사건과 이런 사람은 처음 본다. 정말 큰 충격이다. 제 일평생 타인을 위한 경찰 생활과 2년의 국토 수호 독도 생활에서 당신을 만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분노를 표했다.

    이 네티즌의 주장으로 KBS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문제의 기사를 내보낸 KBS 강모 기자는 3일 새벽 "영상에는 헬기가 날아간 방향이 담겨있지 않다. 도착과 이륙 직후까지가 전부다. 그러니 경비대원이 댓글에 남긴 '헬기진행방향 영상을 제공하지 않고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내용은 오해일 테다"라는 해명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와 관련, 독도경비대 관계자는 3일 오후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독도경비대 소속 박 팀장이 해당 댓글을 쓴 것이 맞으며, 실종자 수색을 위해 사고 이후 KBS에 헬기 사고 관련 영상이 있는지 물어봤던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KBS 영상이 실제 수색에 도움이 됐을지는 어떻다고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어봤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 "영상 제공했다"… 독도경비대 "착륙 영상만 받아"

    논란이 커지자 KBS는 이날 공식입장문을 내고 "해당 직원이 사전 동의 없이 휴대전화 촬영행위를 한 점, 사고 초기에 '촬영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점, 어제 보도과정에서 이를 보다 철저히 확인하지 않고 방송해 논란이 일게 된 점 등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KBS는 "단독 보도를 위해 영상을 숨겼다는 비난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사고 직후 독도경비대가 해당 직원의 휴대전화 촬영 사실을 알고 관련 화면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하자 이 직원은 본인이 찍은 화면 중 20초가량 되는 일부를 제외하고 곧바로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KBS는 "이 영상은 당시 독도에 고정 설치된 파노라마 카메라를 정비·보수하기위해 입도해있던 본사 미디어송출부 소속 엔지니어가 심야에 일어난 돌발적인 상황을 휴대전화로 찍었던 것"이라며 "독도경비대가 헬기진행 방향 등이 담긴 화면을 제공해달라고 추가 요청했으나 해당 직원은 헬기 이착륙장 촬영의 '보안상 문제에 대한 우려'와 '진행방향과는 무관한 화면이라는 점'을 생각해 추가 화면은 없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직원은 특히 사고 직후에 수색대와 함께 사고지점을 손전등으로 비추는 등 수습에 동참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 중"이라고 밝힌 KBS는 "관련 사실을 인지한 후 해당 화면을 국토부 사고조사팀에 모두 넘기는 등 유관부서의 요청에 따라 독도 파노라마 카메라를 활용해 사고 수습과정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독도경비대 측은 TV조선과의 통화에서 "KBS가 영상 일부를 준 것은 맞지만 사고 수습에 필요없는 부분만 있었다"며 "우리가 필요한 것은 이륙 이후의 영상이었는데, KBS는 헬기가 대구 쪽에서 내려와 착륙하는 것까지만 보내줬다"고 반박했다.

    KBS "이륙한 헬기, 한바퀴 선회 후 남쪽으로 이동"

    앞서 지난 2일 KBS '뉴스9'는 '독도 추락 헬기 이륙 영상 확보…추락 직전 짧은 비행'이라는 제하의 보도에서 지난달 31일 KBS의 독도 파노라마 영상 장비 점검차 야간 작업을 하던 KBS 직원이 우연히 촬영한 헬기 이착륙 영상을 단독 공개했다.

    KBS는 "그제 밤(31일) 11시 20분쯤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두 시간 전 대구에서 출발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가 불빛을 깜빡거리며 독도 동도의 헬기장 쪽으로 진입했다"며 "그때 치료가 급한 환자 일행 등이 손전등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고 전했다.

    이어 "헬기는 손에 붕대를 감은 환자와 보호자를 태운 뒤 바로 이륙해, 한바퀴 선회한 뒤 남쪽으로 방향을 돌렸다"며 "해당 헬기의 마지막 비행을 촬영한 KBS 직원의 휴대폰에는 헬기의 독도 진입이 밤 11시 21분, 착륙은 23분, 이륙은 24분에서 25분 사이에 한 것으로 찍혀 있다"고 보도했다.
  • ▲ 3일 오전 7시 40분께 소방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독도 인근 해저에서 수습된 시신 2구가 독도 인근 해상에 머물고 있던 해경 경비함정에서 해양경찰 헬기를 통해 경북 울릉군의 울릉보건의료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뉴시스
    ▲ 3일 오전 7시 40분께 소방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독도 인근 해저에서 수습된 시신 2구가 독도 인근 해상에 머물고 있던 해경 경비함정에서 해양경찰 헬기를 통해 경북 울릉군의 울릉보건의료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