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예산 처음으로 12조원 넘어… 서울시, 3조원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에 재정 건전성 ‘적신호'
  • ▲ 서울시가 40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안을 발표했다. 사회복지예산은 처음으로 12조원을 넘어섰고, 서울시는 3조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뉴데일리 DB
    ▲ 서울시가 40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안을 발표했다. 사회복지예산은 처음으로 12조원을 넘어섰고, 서울시는 3조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뉴데일리 DB
    서울시가 40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안을 발표했다. 특히 사회복지예산이 처음으로 12조원을 넘어섰다. 서울시는 재정 확보를 위해 사상 최초로 3조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1일 서울시는 39조5282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올해보다 3조7866억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의 ‘슈퍼 예산’이다. 서울시 예산은 2018년 처음으로 30조원을 넘긴 이후 2019년 35조원 등 해마다 급증했다. 시의회는 다음달 16일 본회의를 열고 2020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31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0년 서울시 희망의 선순환 예산안’을 발표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사회복지예산이다. 시는 내년도 사회복지분야 예산에 전체 예산의 3분의 1 정도인 12조8789억원을 편성했다. 이 분야 예산은 박 시장 첫 취임 당시인 2011년(약 4조원)보다 3배가량 늘었다. 시는 주거 지원과 돌봄, 청년 등 7개 분야에 집중투자할 계획이다.

    내년 전체 예산의 30%, 복지예산으로 편성… 시 채무비율도 증가세

    우선 시는 주거 지원을 위해 2조4998억원을 편성했다. 신혼부부 주거 지원에 4450억원, 주거급여 지원 강화 등 4190억원, 공공주택 비율을 1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1조6358억원을 편성했다.

    또한 임신부터 출산, 보육까지 완전 돌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조1595억원을 투입한다. 난임부부 시술비, 산모와 신생아 건강관리, 아동수당 등을 위해 6667억원을, 국·공립 어린이집 129개 확대 및 어린이집 보조교사·보육도우미 966명 채용 등에 1조3264억원을 쓰기로 했다. 우리동네 키움센터 설치와 아이 돌보미 확대, 지역아동센터 지원 등에도 1664억원을 편성했다.

    현금 지원사업으로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는 청년수당 확대, 청년 월세 지원에는 4977억원이 편성됐다. 청년수당은 904억원을 들여 3만 명에게 지원한다. 일자리예산도 2조126억원을 편성해 직·간접 일자리 39만3000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늘어난 재정을 감당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조원의 지방채 발행을 택했다. 걷히는 세금이 전체 예산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 예산은 2016년 27조원에서 2020년 39조원으로 약 44%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시의 세수는 2016년 14조원에서 2020년 19조원으로 약 3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지방채 발행은 그동안 서울시의 채무 감축 기조를 뒤집은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서울시 채무비율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시는 지난 8년간 채무를 7조원 이상 감축하며 채무비율을 줄여왔다. 그러나 박 시장 취임 3기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채무비율은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 ▲ 31일 서울시가 발표한 예산안 내용과 관련해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며,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판을 짠 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데일리 DB
    ▲ 31일 서울시가 발표한 예산안 내용과 관련해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며,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판을 짠 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데일리 DB
    박 시장은 "내년에 확대재정을 해도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22% 정도"라며 "채무를 7조원 이상 감축하고 재정 역량을 비축해온 재정 우등생"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재정을 늘리더라도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2%에 그쳐 행안부가 설정한 지방자치단체 채무비율(25%)에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선심성 정책 탓 재정건전성 위협… 내년 총선 위한 예산”

    하지만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지역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는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A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다른데, 서로 선심성 복지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지방정부는 생활정치, 행정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며 예산을 절감해 중앙정부의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이런 복지 경쟁에 뛰어들면 늘어나는 빚을 나중에 누가 어떻게 갚으라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B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누가 봐도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판을 짠 예산"이라며 "출산율과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 어떤 나라, 어떤 정부에서도 복지를 늘렸다고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 사례는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1000만 시민을 대표하는 서울시 예산이 이렇게 특정세대에 편중돼서도 안된다"며 "여당을 지지하는 젊은층 표심을 강화하기 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여명 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은 "내년도 예산안에 ‘청년수당 50만원 확대’로 대표되는 현금 살포성 복지를 비롯해 12조원에 달하는 복지예산, 북한으로 보내는 132억원이 포함된다"며 "이 예산안은 민주당 총선용 헌정예산이자 서울시장의 대통령 놀이와 다름 없다"고 비난했다.

    김소양 한국당 서울시의원 역시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으로 서울의 허리가 휘고 있는데 서울시 분담금이 늘어난 만큼 자치구의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며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정책과 역행하는 효과가 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