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벨기에 포인트제로(Point Zero)의 '잊혀진 땅' 공연 장면.ⓒ예술경영지원센터
    ▲ 벨기에 포인트제로(Point Zero)의 '잊혀진 땅' 공연 장면.ⓒ예술경영지원센터
    1986년 4월 26일 세계 최대의 참사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의 키예프 북쪽 104km에 있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제4호 원자로가 폭발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당시보다 100배가 넘는 방사능을 방출했다. 

    원자로 폭발로 인해 방사능 구름이 부풀어 올랐으며 방사능 물질이 함유된 비는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 전역에 피해를 입혔다. 사고 당시 원전 직원 2명과 소방대원 29명이 사망했으며, 약 5만k㎡에 달하는 땅이 오염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 사고로 9000명이 숨졌다. 하지만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미 죽었거나 암 등의 질병에 걸려 앞으로 사망할 사람이 총 9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벨기에 포인트제로(Point Zero)의 '잊혀진 땅'이 '2019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해외 초청작으로 18일부터 2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잊혀진 땅'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당시 체르노빌에 거주했던 지역민의 증언에서 받은 영감에 예술적 상상력을 더해 사람과 인형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이다. '자연방사능보호구역'이라는 이상한 이름이 붙여진 불가사의한 지역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 ▲ 쟝 미쉘 드우프 연출가.ⓒ예술경영지원센터
    ▲ 쟝 미쉘 드우프 연출가.ⓒ예술경영지원센터
    포인트제로 제작진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하고 취재했다. 피폭돼 무너져가는 주민들, 주로 노인이 걸리는 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 등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에 주목하며 우리가 묵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의식을 되새기게 한다.

    쟝 미쉘 드우프 연출가는 "사고 지역을 방문했을 때 기분이 이상했다. 유령이 사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지만 방사능에 노출돼 있다. 인형을 통해 보이지 않는 방사능을 표현하고, 유령과 우리가 사는 평행 세계도 그려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에 등장하는 거인과 꽃에 대해 "거인의 의미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관객마다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게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며 "꽃은 장례식에서 무덤에 꽃을 뿌린다는 의미로 죽음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포인트제로는 벨기에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는 극단이다. 쟝 미쉘은 브뤼셀 영화학교 졸업 후 배우로 활동하다가 포인트제로를 설립했다. 다원적인 예술영역에 관심이 많은 그는 최근 몇 년간 생물과 무생물을 주제로 한 인형작업에 치중하고 있다.

    쟝 미쉘은 "인형은 배우가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고, 두 개의 스토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인형이 상스러운 말도 내는데, 만약 사람이 직접 했다면 관객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인형은 정치적이거나 혁명적인 부분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