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협박"…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7일 인권위에 진정서
  • ▲ 학습을 강제하는 등 대학 내 군기 문화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면서 또 다시 대학가의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연합뉴스
    ▲ 학습을 강제하는 등 대학 내 군기 문화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면서 또 다시 대학가의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연합뉴스
    강제 야간자율학습 실시, 복장·두발 규제, 학습 중 휴대전화 수거….

    고등학교에서도 보기 힘든 이런 모습이 대학가에서 포착됐다. 학습을 강제하는 등의 대학 내 군기문화 폭로가 잇따르면서 또 다시 대학가의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11일, 전남 순천 모 대학의 인권침해 사례를 확인하고 지난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이 대학 한 학과는 오후 9시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제로 자율학습을 진행했다. 졸업반의 경우 일주일 내내 오후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해야 한다. 일부 학생은 “야간자율학습을 거부하자 ‘학과 규칙을 지키지 못하겠다면 자퇴하라’는 강요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학과는 ‘강제 야간자율학습’뿐만 아니라 주름을 잡은 제복 착용, 두발 규정 강요, 학습 중 휴대전화 수거 등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간학습 강제, 형법상 협박에 해당"… 얼차려 등 대학가 '군기문화' 여전

    시민모임 관계자는 "야간학습 강제는 형법 제324조에 규정된 협박"이라며 "사람의 권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는 헌법 제10조가 보장한 인격권을 침해한 사례"라며 "교육현장에서 반드시 추방해야 하는 악습"이라고 강조했다. 또 "두발·복장 규제 또한 안전이나 위생상의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권침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후배 간 소위 ‘군기문화’를 짐작할 수 있는 녹음파일도 공개됐다. 한 제보자가 시민모임에 건넨 파일에는 선배가 후배들에게 “왜 제대로 인사하지 않느냐”며 욕설을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경남의 한 국립대 체육교육학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얼차려는 기본이고, 후배들에게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고, 군대식 말투를 강요하는 등 강압적 군기문화가 아무렇지 않게 행해졌다.
  • ▲ 올해 1월 전남 순천의 한 대학교 학과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 모임 제공
    ▲ 올해 1월 전남 순천의 한 대학교 학과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 모임 제공
    서울권 4년제 무용학과를 졸업한 A씨는 "선배를 만나면 멀리서 한 번, 가까이에서 한 번, 지나치고 나서 한 번, 총 세 번 넘게 인사해야 했다"며 "후배들이 사소한 문제를 일으켜도 폭언이 넘쳐났고, 원치 않음에도 선배들을 위한 선물을 꼭 준비해야 했다"고 폭로했다.

    충청권 대학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대학 내 군기문화가 많이 사라졌지만, 예·체능 계열이나 전문대 일부 학과에서는 아직도 이런 위계적이고 폭력적인 악습이 반복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학생 인권 위한 대학 내 제도 미비… 실질적 개선책 마련돼야

    이처럼 선·후배 간 위계문화로 인해 벌어지는 각종 부조리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학 내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도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절차가 미비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대학 내 민주주의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교육부는 민주시민으로 교육받아야 할 학생들이 일제강점기 혹은 군부독재 시절의 불합리한 질서를 학교에서 배우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이어 “강제 야간자율학습, 군기문화 등 대학가를 대상으로 한 전국적인 점검을 바라는 민원을 교육부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영남권 4년제 대학 사회학과 B교수는 “국립대는 대학별로 인권센터 같은 기구가 생겨나는 데 반해 사립대는 이마저 부족한 상황”이라며 “사립대가 더 많은 국내 대학 환경을 고려했을 때, 사립대에도 학생들의 인권을 중재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천대 인권센터 소속 전문가 A씨는 “대학 내에 설치된 인권센터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며 “교육부와 각 대학들이 학내 인권센터를 활성화하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