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직권 남용해 검사 권리 방해, 범죄 성립 소지… 전 정부와 같은 기준 적용돼야"
  • 조국 법무부장관이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현장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조 장관은 "아내의 건강을 배려해달라"는 취지였으며 수사 개입은 아니라는 주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이 자신의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 중인 팀장에게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택 압수수색 중 수사팀장과 통화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압력이고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 장관은 "제 처가 놀라서 연락을 줬다. 제 처가 정신적·육체적으로 매우 안 좋은 상태라서 배려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압수수색과 관련한 지시를 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자유한국당, '검사와 통화' 조국 직권남용으로 고발

    자유한국당은 조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장관의 행위가 법무부장관으로서 직권을 남용해 검사의 권리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조 장관의 전화를 직접 받은 검사 역시 "그런 과정(조 장관이 전화를 건)이 심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제123조(직권남용)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검찰청법에 따르더라도 검사 지휘 권한은 검찰총장에게만 있다.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만 지휘할 권한을 가진다.  

    조 장관은 딸의 입시비리 건과 관련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또 다른 직권남용 의혹을 받는다. 조 장관은 딸의 대학원 입시에 사용된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최성해 동양대 총장과 통화에서 "(정 교수에게 표창 수상을) 위임한 것으로 진술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권남용 사법적 판단 여지 명백하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전화를 받은 검사가 직무 집행에 영향이 있었다고 한 상황이기 때문에 직권남용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을 소지가 명백하다"며 "동양대 총장한테도 전화했다고 하는데, 당시도 장관 후보자 신분이었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법조인은 "현장에 나가 있는 검사 입장에서 인사권을 가진 장관이 전화한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며 "부적절한 행동인 것은 맞고, 검사도 (전화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직권남용이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됐던 만큼 조 장관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주요 관련자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해 "직권남용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도 직권남용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직권남용죄 성립의 모호한 기준이 문재인 정부의 정치보복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취지다.

    실제로 직권남용 성립 요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직권남용죄가 적용되려면 행위자에게 남용할 직권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하며, 남용된 직권이 실제 업무에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한 부분도 문제가 된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에도 재판 개입이 대법원장의 고유 직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그를 직권남용으로 기소했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전 정부 인사들과 같은 기준으로 조 장관의 행위를 살펴봐여 한다"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분명히 형평성 시비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