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홍승면 前 연구관 "행정처 작성 문건 보고 안 해" 진술
  •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70·사법연수원2기) 전 대법원장 재판에 전직 재판연구관들이 20일, 25일 증인으로 나왔다. ⓒ정상윤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70·사법연수원2기) 전 대법원장 재판에 전직 재판연구관들이 20일, 25일 증인으로 나왔다. ⓒ정상윤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70·사법연수원2기)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법원행정처 문건을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윗선'의 지시를 받고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사안을 검토한 사실도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나왔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1·12기)·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의 32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승면 전 재판연구관은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문건을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게 보고하거나 이들의 지시를 받고 관련 사안을 검토한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양승태에게 행정처 작성 문건 보고하지 않아" 

    홍 전 연구관은 전교조 법외노조 재항고사건과 관련, '고영한 전 대법관이 전교조 사건을 특별히 챙겨보라고 한 게 아닌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특별히 챙겨보라고 한 건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어 "이모 당시 재판연구관이 전교조 법외노조 재항고사건을 기각하는 취지로 고 전 대법관에게 보고한 사실 등은 모른다"고도 말했다. '애초 박병대 전 대법관(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전교조사건 검토 지시를 증인에게 한 게 아닌가'라는 검찰 측의 거듭된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그는 '증인이 법원행정처 실장으로 일하던 시절 행정처 작성 문건이 외부로 나갈 때 대법원장 보고를 거치고 나갔는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도 "대법원장이나 처장에게 보고한 적 없다"고 말했다.

    홍 전 연구관은 2013년 2월~2016년 2월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지냈다. 이후 2016년 2월부터 2017년까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으로 일했다. 그는 다른 연구관에게 강제징용 재상고사건 방향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던 2014년 12월, 김용덕 당시 주심 대법관은 황모 민사총괄연구관에게 강제징용 재상고사건 방향 검토를 지시했고, 이를 홍 전 연구관이 전달받았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2015년 상반기 강제징용 재상고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공개변론하되, 판결 선고 시기는 신중히 하는 방향으로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고 증언했다. '파기환송 이후 재상고된 사건을 주심 대법관이 연구관실에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냐"는 검찰 측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임종헌,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부정적 느낌"

    그는 임종헌(60·16기)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 2012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증언했다. "외교부가 강제징용 재상고사건에 의견서를 내려고 하는데 '절차적 만족감'을 주자"는 임 실장의 발언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강제징용 재상고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2013년 9월 이후의 일이다.

    앞서 20일 31차 공판에 출석한 김현석 전 수석재판연구관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2017년 3월 강제징용사건이 전원합의체 논의에 포함된다고 해서 문건에 강제징용사건을 포함시켰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