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대상자 1473명중 1143명 참여… "적폐청산위 만들어 내부 갈등만 키워" 비판 거세
  • KBS노동조합(이하 KBS노조·위원장 정상문)이 지난 16~24일 조합원과 일부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양승동 KBS사장에 대한 신임 여부를 묻는 모바일 투표를 실시한 결과 87.3%가 불신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KBS노조는 24일 "무능경영과 불공정 방송으로 KBS를 궁지로 몰아넣은 양승동 사장에 대해 KBS 노동자들은 역대 최고급 낙제점을 줬다"며 "2015년 당시 언론노조 신임투표에서 조대현 사장의 불신임률은 82.4%였고, 2017년 KBS 양대 노조와 사내 10개 직능협회가 실시한 투표에서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응답이 88%에 달했던 것을 보면 양승동 사장이 '고대영급 불신임률'을 기록한 것"이라고 밝혔다.

    KBS노조는 "이번 투표는 총 투표대상자 1473명(조합원 1256명, 비조합원 192명) 중 1143명이 참여해 77.6%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며 "특히 휴직자와 해외체류자(연수와 특파원 등)도 투표에 참여하고, 교섭대표 노조가 따로 있는 데도 불구하고 KBS노동조합에 연락해 투표하는 등 높은 열기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양승동 사장 신임한다'는 의견, 5.25%에 불과"

    KBS노조에 따르면 전체 투표자 중 87.31%가 "양승동 사장을 불신임한다"고 응답했고 "신임한다"는 의견은 5.25%, "모르겠다"는 의견은 7.44%로 나타났다. 

    양승동 사장을 불신임하는 이유로는 "회사 재정 위기 유발"이 31.19%로 가장 많이 꼽혔고, "KBS 신뢰도와 영향력 하락"이 27.06%로 뒤를 이었다. 이어 "방송 공정성 훼손" 23.12%, "노동자 권익에 대한 심각한 침해"도 16.53%로 나타났다.

    반대로 양승동 사장을 신임하는 이유로는 방송 공정성 증가가 32.88%로 가장 많았고, 기타 24.66%가 뒤를 이었다. KBS 신뢰도와 영향력 확대가 20.55%, 건전한 노사 문화 정착이 15.07%로 나왔으며 회사 재정안정에 기여가 6.85%로 가장 적었다.

    앞서 KBS노조는 지난 5월 양승동 사장의 취임 1주년을 맞아 신임·불신임 투표를 교섭대표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KBS본부(이하 언론노조)와 같이 진행하려 했으나 언론노조가 단협에 명시된 사항이 아니라며 거부해 독자적으로 투표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동, 적폐청산위 만들어 내부 갈등만 키워"


    KBS노조는 "양승동 사장은 미디어 시장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예측해 대응하기는커녕 특정 노조 중심의 인사나 불법적인 적폐청산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내부 갈등만 키웠다"며 "자신의 무능 경영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양 사장이 뒤늦게 비상경영계획을 추진했지만 신입 채용 유보, 인력재배치, 지역국 기능 축소 등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꼼수만 넣어 놨다는 게 KBS 근로자들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KBS노조는 "KBS 생존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고 있는 양 사장이 역대 최악의 불신임률을 기록함에 따라, 양승동 사장의 무능 경영과 경영 실패를 KBS 이사회 및 방통위, 국회 등에 알리고 향후 경영실책 책임 요구, 퇴진 운동, 방송법 개정 요구 등 보다 적극적인 투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투표율 21.9%… 대표성·정당성 없어 원천 무효"


    이 같은 투표 결과에 대해 KBS는 "사장에 대한 신임·불신임 투표는 사장의 대표성과 경영권을 존중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 공사의 단체협약 정신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강조한 뒤 "KBS노동조합이 조합원이 아닌 직원에게까지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노동조합 활동의 정당성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고 공사의 경영권 및 지휘·감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24일 밝혔다.

    KBS는 "KBS노동조합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 투표 대상자 1473명 중 1143명이 투표에 참가해 77.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투표 공고일인 9월 6일 기준으로 KBS 직원은 5218명이라 실제 투표율은 21.9%에 불과하고, 불신임에 찬성한 투표자는 19.1%에 그쳐 투표권이 있는 전체 직원의 1/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KBS는 "이처럼 전체 구성원의 1/4에도 못 미치는 조합원과 자의로 포장한 일부 인원의 참가로 회사 전체의 여론을 반영한다는 것부터가 애초에 잘못된 시도"라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9일간의 투표기간 동안 KBS노동조합 조합원을 제외한 직원 3962명 중 217명(5.5%)이 참가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투표인단 명부도 사전에 확정하지 않고 숫자 채우기 식으로 실시한 이번 투표는 투표를 가장한 특정 조합의 여론 몰아가기일 뿐"이라고 일축한 KBS는 "이러한 투표행위는 회사의 흠집 내기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BS는 "이 같은 이유로 KBS노동조합의 사장 신임·불신임 투표의 절차적 정당성과 결과를 전혀 인정할 수 없다"며 "단체협약의 정신을 무시하고 상호성실의 원칙을 파기한 행위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양승동 사장, 구멍가게만도 못한 경영 해와"

    한편 KBS 복수노조 중 하나인 KBS공영노동조합(이하 공영노조·위원장 성창경)은 25일 배포한 성명을 통해 "민노총 산하 KBS언론노조가 빠진 상태에서 실시된 투표였지만 이번 KBS노조 설문조사에서 양승동 사장의 불신임률이 87.3%를 기록했고, 공정보도·신뢰도·경영실적 등 어느 한 분야에서도 좋은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며 "사상 최악의 낙제점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공영노조는 "양승동 체제의 이런 성적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며 "취임 후 특정 노조와 한편이 돼 정권홍보방송에 치중해오면서 내부적으로 반대 세력에 대해서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무자비한 보복을 일삼아왔다는 비판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승동 체제는 공영방송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사장은 어떤 일을 해야하는 지도 모르는 것처럼, 마치 구멍가게만도 못한 경영을 해왔다"고 비판한 공영노조는 "이제 직원들의 여론으로 확인된 만큼 양승동 사장은 더 이상 KBS와 대한민국을 망치지 말고 그만 물러가라"고 촉구했다.

    "'KBS노조' 절대 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는 게 중요"

    언론 비평 시민단체인 미디어연대(공동대표 이석우·조맹기·황우섭)도 KBS노조와 공영노조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성명을 냈다.

    미디어연대는 25일 'KBS 양승동 사장 불신임률 87.3%, 즉각 사퇴하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이번 KBS노동조합 설문조사에서 다수 직원이 KBS의 공정성과 신뢰도가 하락한 것을 양승동 사장에 대한 불신임 이유로 꼽았다"며 "이런 불신임 결과에 대해 KBS 사측이 '사장의 대표성과 경영권 존중을 명시한 단체협약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고 투표율이 낮아 대표성이 없다'는 반박문을 내놓은 것은 책임회피의 반복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연대는 "낮은 투표율이라는 것은 바로 언론노조 본부의 불참에 따른 것인데, 그것을 방패막이로 삼는 것 자체가 바로 언론노조 장악하의 KBS의 비정상적 위기상태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KBS노조라는 한 단체에서 조합원 절대 다수가 참여했다는 자체로서 상당한 유의미함을 가진다"고 해석했다.

    미디어연대는 "공영 KBS의 대표 프로그램인 저녁 9시 뉴스의 시청률이 양승동 사장 이전 15%에서 양 사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10% 수준으로 뚝 떨어져 버렸고, 전임 사장 시절인 2017년까지 줄곧 흑자를 기록하던 것이 양 사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1200억원 가량의 적자가 쌓여 차입경영까지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양승동 사장을 비롯한 KBS 수뇌부는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