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극 '오만한 후손들' 포스터.ⓒ서울문화재단
    ▲ 연극 '오만한 후손들' 포스터.ⓒ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를 둘러싼 공공극장 논쟁을 다룬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 남산예술센터는 2019년 시즌 프로그램의 네 번째 작품으로 연극 '오만한 후손들'을 오는 18일부터 29일까지 공연한다.

    '오만한 후손들'은 극단 산수유가 공동 제작에 나서며 이양구 작가가 극을 쓰고, 고해종 작가가 각색과 드라마터그를 맡았다. 전작 '12인의 성난 사람들', '기묘여행' 등 인간과 사회의 문제를 주로 다룬 류주연이 연출로 참여한다.

    남산예술센터의 전신은 드라마센터다. 드라마센터는 1962년 동랑 유치진(1905~1974)이 미국 록펠러 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 정부가 제공한 땅에 개관했다. 건축가 김중업이 그리스의 야외극장을 본 따 원형극장으로 설계했으며, 현존하는 극장 중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가장 오래된 근현대식 공연장이다.

    2009년부터 10년간 서울시가 극장의 소유주인 서울예술대학(학교법인 동랑예술원)으로부터 임차해 서울문화재단이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의 위탁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1월 서울예술대학교가 서울시에 일방적으로 임대 계약 종료를 통보하면서 연극계 안팎에서는 극장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오만한 후손들'은 공공극장의 위상과 위치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극장의 역사를 추적해 부조리함을 재연하는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할 것인지'를 묻는다.

    극은 1962년 극장의 개막공연이었던 '햄릿'으로부터 시작된다. 극이 진행될수록 배우들의 이야기가 섞여 들어가며 연극과 현실의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진다. 생동감 있는 르포르타주가 겹쳐 '민족문화의 화합'을 위한 극장이 현재에 이르러 어떻게 '합법적'으로 사유화됐는지 법의 논리가 아닌 공공의 정의로 문제를 반추한다. 

    식민, 냉전, 독재 정권을 지나면서 당시 관료들과 결탁했던 일부 인사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불평등했고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은 불공정했으나 모두 합법적인 서류로 남았다. '오만한 후손들'은 '불법이라고는 찾을 수 없지만, 어딘가 찜찜한' 남산예술센터를 둘러싼 문제를 들여다본다.

    티켓은 남산예술센터,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오는 21일 공연이 끝난 후에는 김미도 평론가(한국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류주연 연출가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