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주권" 주장하더니, '조국 반대' 촛불엔 맹비난…시민들 "이중적" "어이없다" 냉소
  • ▲ 지난 28일 서울대 총학생회가 주최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퇴촉구 촛불집회 모습. ⓒ정상윤 기자
    ▲ 지난 28일 서울대 총학생회가 주최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퇴촉구 촛불집회 모습. ⓒ정상윤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정부성향 인사들과 지지층이 잇따라 조국(54)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촛불집회를 폄하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6년 탄핵정국 때는 ‘촛불집회는 주권재민’이라고 주장하며 집회를 주도했던 이들의 행태가 ‘이중적’ ‘위선적’이라는 비난이다.

    유시민 이사장은 2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서울대 총학생회가 주최한 촛불집회의 배후세력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유 이사장은 “(서울대 촛불집회에)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의 손길이 어른거린다”며 “순수하게 집회하러 나온 대학생이 많은지, 얼마나 모이나 구경하러 온 한국당 관계자들이 많은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친정부성향' 인사들, 대학생 촛불집회 노골적 비난

    유 이사장은 이어 서울대 촛불집회에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참석한 것을 문제 삼으며 “기득권을 가진 학생들이 집단으로 감정을 표출할 이유가 있는가”라며 “지금 조국 후보자를 욕하거나 대통령을 비난한다고 해서 누가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려고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2016년 탄핵정국 때는 촛불집회를 '주권재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2017년 3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고, 그래서 국회에서 탄핵을 의결했다"며 "이것이 바로 주권재민"이라고 평가했다.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지성용 신부도 고려대 학생들의 촛불집회를 폄하하고 나섰다. 지 신부는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고려대 이명박이 4대 강을 파헤치고 자원외교랍시고 수조원의 혈세를 '삥'뜯을 때는 침묵하던 너희들이 촛불을 들었다”며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소설가 공지영 씨도 지 신부의 글과 유 이사장의 ‘서울대 촛불시위에 마스크는 왜 쓰나’라는 글을 지속적으로 리트윗하며 대학가에서 확산하는 촛불집회를 비판했다.

    조 후보자의 지지자들도 각종 커뮤니티에서 "서울대·고려대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순수한 대학생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마스크는 왜 쓰나" "자한당 태극기부대가 주최 아니냐"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 같은 친정부성향 인사들과 지지층의 행태를 두고 2016년 촛불집회 당시와 반응이 너무 다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더욱 거세게 나온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억지논리'라는 것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조국 아웃(out)'을 외치며 촛불을 드는 후배들 중 상당수는 3년 전 '최순실 게이트'에 누구보다 분노하고 촛불을 들었던 청년들"이라며 "촛불을 정략적으로 이용한 건 학생들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그리고 유시민 자신"이라고 비판했다.

    황태순 "좌파의 전형적 진영논리"… "자기들만 정의냐" 시민들도 냉소적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본지에 "우리가 들었던 촛불은 정의롭고, 대학에서 벌어지는 촛불에는 비판을 가하는 좌파들의 전형적 진영논리"라며 "본인들도 억지주장이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 집회시위를 주도했던 세력이 대학생 촛불집회에 마스크를 썼다고 비판하는 건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반응도 냉소적이다. 서울 강동구의 남모(45) 씨는 "평소 촛불이 정의라고 했던 사람들이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대학생들의 촛불집회를 비판하는 것을 보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박모(34) 씨도 "대학생들이 당연히 할 수 있는 합법적 집회인데 굳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깔아뭉개는 태도가 정말 이중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조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학가 촛불집회는 점점 확산한다. 서울대 로스쿨에서는 재학생들이 조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 발표를 추진하고, 고려대 총학생회는 30일 6시부터 2차 촛불집회를 연다. 부산대 총학생회도 29일 학생투표를 통해 2차 촛불집회를 열기로 결정했고, 경북대와 영남대에서도 촛불집회 개최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