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법·사기·모욕 등 조국 혐의만 5~6개… 정권에 칼 겨눈 검사 모두 좌천됐는데
  •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뉴데일리 DB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뉴데일리 DB
    조국(54)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위장매매 의혹 등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한두 건이 아니다. 고발 건수만 네댓 건에 이른다. 부동산실명법 위반, 사기, 모욕죄, 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금지 위반 등 혐의도 5~6개에 달한다. 고발인도 개인부터 시민단체까지 다양하다.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도 거치기 전에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고발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조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된다면 헌정사상 최초로 법무부장관이 검찰 수사를 받는 오명을 남길 수도 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사 이후 권력에 반기를 든 검사들이 쫓겨난 상황에서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조국, 고발 건수만 4~5건… 혐의도 5~6개

    20일 검찰에 따르면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19일 조 후보자와 그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조 후보자 친동생의 전 부인 조모 씨 등 3명을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김 의원은 조 후보자 부부가 부산시 해운대구 경남선경아파트, 해운대구 우성빌라를 조 후보자 친동생 전 부인의 명의로 차명보유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도 조 후보자 동생과 전처 조씨 등을 소송사기죄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조 후보자의 동생과 그의 전처가 조 후보자 집안에서 운영해온 사학재단(웅동학원)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아내기 위해 51억원대 채권증서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 법률지원단도 조 후보자의 75억원대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 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금지 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자신의 재산보다 많은 투자는 확실한 정보 취득이 없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조 후보자는 <반일 종족주의>를 '구역질 나는 책'이라고 비방해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으로부터 모욕죄로 고발됐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도 이 책의 저자들을 대리해 조 후보자를 모욕죄로 고발했다.

    조 후보자는 또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에 의해서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 조국 고발 건 무혐의 처분 또는 조사도 안해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김 의원이 조 후보자의 부동산을 차명보유했다고 고발한 사건을 형사1부(성상헌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후보자에 대한 피고발인 조사가 이뤄질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 ▲ 윤석열 검찰총장. ⓒ박성원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 ⓒ박성원 기자
    형사소송법 제257조(고소 등에 의한 사건의 처리)에 따르면 검사가 고소 또는 고발에 의해 범죄를 수사할 때에는 고소 또는 고발을 수리한 날로부터 3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건이 무혐의 처분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 고발인·피고발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검찰의 인사권을 틀어쥔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에 검찰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조 후보자는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고발한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지난 4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비위를 무마한 혐의(직권남용)로 고발당한 사건과 관련해선 6개월째 수사가 지지부진이다. 피고발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조 후보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진정성 있는 수사'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을 보냈다.

    '살아있는 권력 눈치 보지 말라'는 文… 법조계는 '회의적'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사가 고발 사실 자체를 가지고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피고발인 조사 없이 수사가 종결될 수 있다"면서 "조 후보자와 관련된 건들이 근거 없이 남발된 고발건들은 아니지만 윤석열 총장 취임 이후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현 정부 인사를 수사했던 검사들이 거의 모두 좌천당한 걸 보고도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불러다 검사실에 앉힐 수 있는 검사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헌 한변 공동대표는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고발당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지금 당장이야 살아있는 권력이기 때문에 수사가 어려울 수 있겠지만, 공소시효가 있는 만큼 늦더라도 반드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식에서 윤 검찰총장에게 "그런(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은)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인 만큼 권한 행사를 헌법정신에 비춰서 하겠다"며 "원칙에 입각해 마음을 비우고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