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축사서 “동아시아 평화‧번영” 강조… 아베도 "한일 민간교류 계속돼야"
  • ▲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뉴시스
    ▲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을 직접 자극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대신, ‘대화’ ‘협력’ ‘공동번영’ 등의 단어를 주로 사용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일본에 유화(宥和)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집에서 열린 광복절 74주년 기념식 경축사를 통해“일본이 잘못된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겠다.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일본과 안보·경제협력을 지속해 왔다”며 “일본과 함께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하고자 했고 역사를 거울삼아 굳건히 손잡자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를 성찰하는 것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는 것”이라며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협력해야 함께 발전하고, 발전이 지속가능하다. 세계는 고도의 분업체계를 통해 공동번영을 이뤄왔다”며 “일본 경제도 자유무역의 질서 속에서 분업을 이루며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대한 성원도 보냈다. 최근까지도 여권 일부에서는 ‘도쿄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던 상황이어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내년에는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며 “올림픽 사상 최초로 맞는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이다. 동아시아가 우호와 협력의 기틀을 굳게 다지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라고 설득했다.

    이로써 극단으로 치닫던 일본과의 관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연일 ‘극일’ 기조를 몰아붙이던 여당도 다소 누그러뜨린 모습이다. 전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은 여러 갈등이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합리적으로 해결해서 함께 하는 이웃나라여야 하는 것을 잊지 않게 최대한 진실하고 성의 있게 일본을 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과 일본은 떨어질 수 없는 나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한층 ‘톤다운’된 모습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오봉(일본의 명절, 8월 15일)’을 맞아 선친 묘소 등을 참배하기 위해 야마구치(山口)현을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13일 저녁 시모노세키(下關)시에서 후원회 관계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한일 민간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징용 배상 문제와 수출 규제 강화로 한일 정부 간 관계가 얼어붙더라도 민간 교류는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