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말 구입비,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 존재 여부가 쟁점… 1.2심 엇갈려 '판단' 주목
  • ▲ 박근혜 전 대통령. ⓒ뉴데일리 DB
    ▲ 박근혜 전 대통령. ⓒ뉴데일리 DB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를 불러온 이른바 '국정농단'사건의 대법원 최종 선고가 이르면 이달 중 내려질 전망이다.

    박근혜(67) 전 대통령과 최순실(63) 씨,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연루된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의 구입비를 뇌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는지 여부다. 

    이 두 가지 쟁점에 대한 하급심의 판결은 엇갈린 상태다.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국정농단사건에 대한 최종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국정농단사건은 지난 2월 전원합의체에 회부됐으며 4개월여의 심리를 거쳐 선고를 앞두었다. 전원합의체는 지난 6월20일 열린 여섯 번째 합의를 끝으로 국정농단사건의 심리를 마무리했다.

    통상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심리를 종결한 뒤 두 달 정도 후에 선고를 진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8월 중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한다.

    '정유라 말 구입비' 뇌물로 볼 수 있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사건과 최씨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등 국정농단사건을 종합해 심리 중이다. 이번 전원합의체 심리의 핵심 쟁점은 삼성 뇌물수수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부와 이 부회장의 재판부가 엇갈린 판단을 내린 '삼성의 말 구입비를 뇌물로 볼 수 있느냐' 여부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1·2심 재판부는 정씨가 삼성으로부터 받은 살시도·비타나·라우싱 등 말 3마리 구입비 34억원을 뇌물로 봤다. 말의 소유권이 삼성에서 최씨에게 넘어갔으며, 이후 말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까지 최씨가 가졌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1심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했지만 2심 재판부는 소유권은 최씨에게 넘어가지 않았다며 말 구입비를 뇌물로 인정하지 않고, 산정이 불가능한 말 사용료만 뇌물로 판단했다. 
  • ▲ 이재용 삼성 부회장. ⓒ뉴데일리 DB
    ▲ 이재용 삼성 부회장. ⓒ뉴데일리 DB
    만약 전원합의체가 말 구입비를 뇌물로 인정한다면 이 부회장은 2심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의 횡령액은 최소 70억원으로 늘어나고 법정형 하한이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 집행유예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특가법상 횡령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된다. 

    반대로 전원합의체가 말 구입비를 뇌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수수액이 줄어들면서 형량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 2심에서는 뇌물혐의가 추가로 인정돼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 존재 여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는지에 대해서도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렸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묵시적 청탁을 대가로 최씨가 설립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총 16억원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1·2심 재판부와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이를 뇌물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승계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전원합의체가 2심과 다른 판결을 내릴 경우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52억원으로 늘어나 말 구입비가 뇌물로 인정되지 않아도 법정형 하한이 5년으로 높아진다.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가 전원합의체의 심리에 영향이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서울중앙지검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또 이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관련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전원합의체는 당시 삼성이 경영권 승계작업을 현안으로 두고 있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