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임금소송 상고심… "최저임금' 맞추려고 근로시간 편법 단축" 회사 패소
  • ▲ 회사가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어 명목상 근로시간을 단축했어도, 실제 근로시간이 줄지 않았다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정상윤 기자
    ▲ 회사가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어 명목상 근로시간을 단축했어도, 실제 근로시간이 줄지 않았다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정상윤 기자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회사의 ‘꼼수’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회사가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어 명목상 근로시간을 단축했어도 실제 근로시간이 줄지 않았다면 위법이라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6일 최근 택시기사 4명이 수원의 A택시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 상고심에서 회사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택시기사들은 2010~12년 임금협정을 통해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했지만 실제 근로시간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들은 실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택시기사들이 노사 양측 이익을 위해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로 합의했다”며 “소정 근로시간 감축 자체를 최저임금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탈법적 수단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4월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라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사들은 운송수입 중 일정금액을 회사에 사납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자신이 가지면서 회사에서 고정급을 받는,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0년부터 최저임금 산입 임금 범위에 생산고에 따른 임금이 제외됐고, 이후 회사는 1일 소정 근로시간을 줄이는 임금협정을 체결했다”면서 “그러나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시간이 변경됐다는 자료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피하려고 회사가 근로시간을 변경해 시간당 고정급을 외형상 증액시켰다”며 “이는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봤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4월19일 “택시운전자의 생활안전 보장이 국민의 교통편익 증진이라는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최저임금법 회피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무효로 봐야 한다”며 “이에 따라 사업자가 지급한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면 사업자는 당연히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