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영 차관 "日, 오전 10시 각의 때 배제할 듯"… 방일 의원단도 1일 문전박대 당해
  • ▲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철회 요구를 위한 입장 전달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여야 방일의원단의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오후 일본 도쿄의 호텔 뉴 오타니 도쿄 가든타워 호텔에서 일한의원연맹 누카가 후쿠시로 회장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시스
    ▲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철회 요구를 위한 입장 전달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여야 방일의원단의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오후 일본 도쿄의 호텔 뉴 오타니 도쿄 가든타워 호텔에서 일한의원연맹 누카가 후쿠시로 회장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방일(訪日) 의원단과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의 회동이 결국 무산됐다. 일본 측의 일방적 회동 취소를 두고, 2일로 예정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가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조세영 외교차관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조세영 차관 "日, 2일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할 듯"

    조 차관은 이날 국회에서 "일본 정부가 2일 오전 10시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차관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1200개보다는 적은 품목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화이트리스트'를 둘러싼 마지막 변수는 태국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중재'라는 분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2일 방콕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중재를 시도할 계획이다. 

    니카이 간사장, 방일 의원단 면담 한 차레 연기 끝 일방 취소

    앞서 서청원 무소속 의원을 단장으로 한 여야 의원 10인 대표단은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31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으로 출국했다. 서 의원은 출국 직전 김포공항에서 "니카이 간사장과 면담이 확정됐다"고 말한 바 있다. 

    자민당이 일본의 집권여당이라는 점에서, 니카이 간사장 등 지도부 10명과 만남은 이번 방일의 핵심 일정으로 꼽혔다. 당초 면담은 전날 오후 5시로 예정됐으나 일본 측은 오늘(2일) 오전 11시30분으로 연기한 바 있다. 이어 전날 밤 "급한 회의가 잡혔다"며 만나기 어렵다고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자민당 내 긴급안전보장회의 개최로 면담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방일단에 참여한 한일의원연맹 회장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오전 국민민주당 대표와 회동장으로 이동하면서 "회동 취소는 외교적 결례"라며 "약속을 두 번이나 바꾸는 게 어디 있느냐고 (자민당 측에) 얘기했다"고 말했다. 

    與 강창일 "우리가 거지냐" 불쾌감 드러내

    강 의원은 다시 자민당 간사장과 회동을 추진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거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화가 나 있는데 우리가 왜 또 (만남을) 추진하느냐"며 "그쪽(자민당)이 추진한다면 우리가 받아줄지 말지 고민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강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만남을 피하는 것을 보니 오는 2일 일본 각의에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강행할 모양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이 (한일관계를) 어떻게 중재하는 것이냐가 중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면담 불발은 예정된 일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의원대표단 파견으로 한일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방식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자민당이 표면적으로는 면담 취소 이유로 '북한 미사일 관련 회의'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대화 상대의 '격'을 따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연립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의원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문제는 청와대다. 볼은 청와대에 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국회보다 청와대가 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뜻이다. 

    일본은 지일파(知日派)인 이낙연 국무총리를 협상 파트너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의원회의에 참석한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29일 “일본 측에서 이낙연 총리가 가장 자신들과 이 문제를 협상과 대화로 풀 수 있는 적격자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었다”고 밝혔다. 

    이상돈 "일본 측, 이낙연을 대화 적격자로 봐" 

    이 의원은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본 입장에서 (경제보복 문제를) 협상으로 풀기 위해서는 대화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총리가 언론인 시절 일본특파원을 지냈고, 일본사람들이 보기에 대화가 된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이낙연 특사’ 카드를 결정할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은 여전히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 카드는 실무협상 등을 통해 양국이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해결방안으로서 가능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일부 의원들의 제안이 일본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은 여전히 전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우리의 대화 제안에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일본”이라며 ‘이낙연 특사’ 카드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