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250km '청주 F35 스텔스 기지' 사정권에… 합참 “단거리미사일과 궤적 유사”
  • ▲ 북한이 지난 5월 4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함께 발사했던 대구경 방사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지난 5월 4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함께 발사했던 대구경 방사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지난 7월31일 발사한 것이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대구경 유도 로켓)'라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같은 날 “북한이 어제 쏜 것은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했었다.

    김정은 “신형 유도방사포, 대단하다”

    북한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정은이 7월31일 새로 개발한 대구경 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대구경 유도로켓 시험사격 결과를 보고 “정말 대단하다. 이 무기의 과녁에 놓이기를 자초하는 세력들에게는 오늘 우리의 시험사격 결과가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며 신형 방사포를 만들어낸 관계자들을 치하했다.

    통신은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제시한 포병 현대화 전략에 따라 단기간 내에 지상작전의 주역을 맡게 될 신형 방사포를 개발한 것”이라며 “이번 시험사격을 통해 전술적 제원과 기술적 특성이 설계값(요구성능)을 충족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그러나 평소와 달리 방사포 시험사격이나 김정은이 지도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조선중앙TV'가 이날 오후 발사대를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만 몇 장 공개했을 뿐이다. 사진 속 비행체의 실루엣은 방사포에서 쏘는 장거리 유도로켓과 같았다.

    합참 “한미 정보당국 분석 결과는 탄도미사일”

    이에 대해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분석 중”이라면서도 “현재까지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어제 발사한 것이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과 같은 비행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합참은 이날 정례 브리핑 질의응답을 통해 관련 설명을 했다. “북한이 쏜 게 탄도미사일이라고 그렇게 빨리 규정한 근거가 뭐냐”는 질문에 합참은 “유사한 비행특성, 비행체의 여러 가지 제원에 대해 분석을 한 결과를 설명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합참은 이어 “지난 5월에 발사한 단거리미사일에 대해서는 현재도 분석 중에 있고, 어제 발사한 것은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비행특성을 갖고 있다고 보고 그렇게 평가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 “미사일과 방사포는 외관부터 다르다고 하던데 정찰위성으로 확인됐느냐”는 질문에 합참은 “구체적인 대북 정보능력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항상 제한된다”고만 답했다. 합참은 “다만 우리 군의 미사일방어체계로 북한의 대구경 방사포와 단거리탄도미사일을 구분해 낼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칸데르’와 비행특성 비슷한 중국제 GMLRS

    합참에서 “북한이 어제 발사한 것은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비행특성이다. 북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은 발사 직후 고도 50km까지 올라간 뒤 수평에 가까운 비행을 한다. 비행시간이 흐를수록 고도가 하강하는데, 목표물이 가까워지면 다시 고도를 높였다가 75도 이상의 고각으로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 합참은 이를 ‘풀업 기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런 비행특성을 가진 방사포도 있다. 중국제 A200과 A300이다. A200과 A300은 ‘사천항천공업총공사(SCAIC)’가 러시아제 BM-30 스메르쉬 300mm 대구경 방사포를 복제·개량한 유도로켓이다. 사거리는 A200이 50~200km, A300이 120~290km이고, 정확도(CEP, 원형공산오차)는 둘 다 30~45m 내외로 추정된다.

    중국은 A200과 A300을 ‘중국판 이스칸데르’라는 DF-12(수출명 M20)와 같은 특성을 가진 ‘GMLRS(유도 다련장 체계)로 소개하며 해외에 수출한다. 중국 영문 기관지 <글로벌타임스>는 2016년 11월 유튜브에 M20 미사일과 A200, A300 방사포 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보면 M20 미사일과 A200, A300은 ‘북한판 이스칸데르’처럼 ‘풀업 기동’을 하는 궤적을 보여준다. 그 비밀은 2단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것이었다.

    A200과 A300은 방사포임에도 사거리가 200km를 훌쩍 넘고, GPS와 러시아 글로나스, 중국 베이도우(北斗) 항법체계와 관성항법장치(INS)를 동시에 사용, 정확도가 높으며, 낙하 중 회피기동도 가능하다.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차이점이라고는 A200, A300 유도로켓에 비해 두께가 2배 가량 두껍다는 점뿐이다.

    군사전문매체 <제인스디펜스위클리>는 2015년 6월, 벨라루스가 중국 A200 방사포를 수입했다고 보도했다. 수단은 A300과 같은 계열의 방사포지만 구경은 더 큰 WS-3 방사포를 2009년 몇 기 수입했다는 설이 있다.
  • ▲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신형 조종방사포'의 발사장면. 이동식 차량 발사대(TEL)만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신형 조종방사포'의 발사장면. 이동식 차량 발사대(TEL)만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형 방사포, 황해도에서 쏘면 청주 F-35 기지까지 타격" 우려

    언론들은 이날 북한 선전매체의 주장과 합참의 설명을 함께 전하면서 "북한이 쏜 미사일 비행거리 230km를 기준으로 볼 때 황해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발사하면 청주 공군기지도 공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청주 공군기지는 향후 F-35A 스텔스 전투기 비행대가 창설될 곳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도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북한이 신형 무기 시험을 한 것은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이 '조종방사포'라고 부르는 신형 무기의 사거리를 고려하면 청주 공군기지만 문제가 아니다. 황해도와 강원도에서 발사할 경우 서쪽으로는 서울과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전체, 세종시와 대전을 포함한 충청도 전체, 동쪽으로는 해군 1함대사령부가 있는 동해시를 비롯해 강원도 전체와 봉화군 등 경상북도 일부가 사정권에 들어간다. 북한의 신형무기가 탄도미사일이 아닌 방사포일 경우 이동식 차량발사대(TEL) 한 대에서 한꺼번에 8발을 발사할 수 있어 대규모 타격이 가능하다.

    한편 합참은 이날 북한 선전매체가 '조종방사포'의 시험발사 장면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음에도 "현재까지는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는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는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어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추가적으로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