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 페이스북에 배상판결 비판 글… "소멸시효·법인격 법리·기판력 무시"
  • ▲ 법원. ⓒ정상윤 기자
    ▲ 법원. ⓒ정상윤 기자
    현직 부장판사가 소셜미디어(SNS)에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파장이 일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구공개로 '징용 배상판결을 살펴보기'라는 제목으로 A4용지 26장 분량의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이 글에서 "나라면 2012년 대법원이 파기환송하기 전의 1·2심 판단(원고 패소 판결)대로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여모씨 등 4명은 지난 2005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012년 대법원은 신일철주금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어 2013년 서울고법은 대법 취지에 따라 신일본제철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고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결이 △소멸시효와 △법인격 법리, △일본 판결의 기판력(동일한 판결에 대해 다시 재판을 하지 못하도록 생기는 효력)이라는 세 가지 장벽을 어떻게 넘기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 부장판사는 해당 사건의 소멸시효에 대해 "일본과 국교가 회복된 1965년을 기준으로 봐도 40년의 세월이 흘렀다"면서 "민법 제766조에서 정하는 불법행위의 소멸시효 기간을 훌쩍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3심이 소멸시효의 벽을 넘어선 논리는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하여 권리 남용이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며 "보충적이고 거의 수용하지 않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이유로 소멸시효를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법인격의 법리에 대해 "원고들을 고용했던 구 일본제철(신일철주금)은 1950년 4월 1일 해산하며 소멸됐다"면서 "법인의 원리에 따라 원고들은 소멸한 회사를 상대로 더 이상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법률을 따를 경우 나타나는 결과가 대한민국의 공서양속(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위반될 경우에는 일본 법률의 적용을 배제하고, 대한민국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일본 법률이 터무니없었으면 우리가 수용하지 않았을 것인데, 일본이 자국 의회를 거쳐 제정한 법률을 우리의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판단한 것이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일본 법원 판결의 기판력에 대해서는 "외국 법원의 판결에 대해 기판력을 무시하고 한국 법원이 다시 판결하려면 그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일본기업의 배상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김능환 전 대법관이 "건국하는 심정으로 판결문을 작성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판결문에 노고가 엿보이지만 건국하는 심정이 들 정도의 논리 전개를 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 논리 전개가 자연스럽거나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