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과거사 문제에 안보 끌어들여… 매우 위험한 생각"… "北 비핵화에 중요" 美도 우려
  • ▲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장면.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장면.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청와대가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간소화 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일본의 방침에 대한 대응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재검토 카드를 꺼내들어 논란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소미아’에 대해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협정 연장이 논의되는 오는 8월, 한국이 실제로 파기를 결정할 경우 일본의 이지스함, 정보수집위성, 지상 레이더 등 감시·탐지 자산을 이용한 대북 정찰기능이 대폭 상실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 실장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지소미아 파기 요구에 이같이 밝혔다. 지소미아 파기는 이날 공동 발표문에 포함될 수도 있었다. 회동에 참석했던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심 대표와 제가 이 부분(군사협정 파기)을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그걸 굳이 발표문에 넣어야겠냐'며 신중론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23일 체결된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처음 맺은 군사분야 협정으로, 북한핵과 미사일 및 북한군 동향정보 등을 공유한다. 1년 단위로 재연장된다. 

    지소미아로 한국은 대북 정찰기능이 확대됐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서해에 전력을 집중시킨 우리와 달리, 일본은 북한에 대응해 동해상에 주요 전력을 배치해 원산의 탄도미사일은 물론 인근 신포에서 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을 신속하게 포착할 수 있다.

    일본은 정보수집위성 5기와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000㎞ 이상 지상 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해상초계기 77대 등 다양한 정보자산을 보유했다. 일본이 우리보다 북한의 신호정보를 파악하는 데 강점을 갖는 이유다. 특히 일본의 정찰위성 5기는 핵시설이 의심되는 북한 특정지역에 대한 집중감시가 가능하다. 지소미아 파기 시 한국은 이를 이용한 혜택을 잃게 된다.

    백승주 "지소미아 취소 검토? 매우 위험한 생각"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의용 안보실장의 지소미아 취소 검토는 정말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며 "과거사 등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무역규제를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규탄하는 마당에, 안보문제를 끌어들인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소미아는 일본의 안보를 위한 것이 아닌 한·미·일 안보협력 차원에서 체결한 조약이다. 청와대는 신중하고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소미아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2년간 효력을 발휘해 한국에 안보이익을 가져다주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12월 대선 후보 시절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일본이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고 있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마당에 지소미아를 체결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집권 후인 2017년 8월 지소미아 1년 연장 결정 시점이 오자 '한일 양국 정보교환현황 전수조사'를 지시했고, ‘파기’ 아닌 '연장'으로 결론을 냈다.  

    2018년에도 국방부는 "한일관계와 국방 및 외교 측면에서 실익이 존재하고, 북한 비핵화 및 평화 정착 과정에서 한일 간 전략적 소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1년을 연장했다. 지소미아 갱신 시점은 11월이다. 갱신을 원하지 않는 쪽은 90일 전인 8월24일까지 상대 측에 의사를 통보해야 한다. 

    당장 미국 국무부는 지소미아 연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한일 경제갈등 중재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파기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의 뜻을 전한 것이다. 한-미-일 삼각 안보공조의 균열을 바라지 않는 미국이 결국 일본의 수출규제를 옹호하는 사태가 온다는 우려가 나온다.

    美 국무부 "지소미아,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해 중요"

    1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소미아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공동 노력에서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 "지소미아가 북한의 비핵화에 대응하는 양국(한일) 국방관계의 성숙도를 보여줄 뿐 아니라 한·미·일 3국 간 조정능력 개선에도 기여한다"며 "한국과 일본 양자 또는 미국을 포함해 3자가 동북아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공동 위협에 대응한 정보공유 능력은 이 같은 협력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논란이 커지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지소미아 연계를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정보보호협정의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공식 입장은 유지"라면서 "당 대표들이 고려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를 하니 한번 보겠다는 차원에서의 원론적인 입장(답변)이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