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성과내기 위해 무차별 진행"… 강간·사기 등 혐의 전면 부인
  • ▲ 김학의(62·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에게 뇌물 등을 건넨 핵심 인물, 건설업자 윤중천(58)씨.ⓒ뉴시스
    ▲ 김학의(62·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에게 뇌물 등을 건넨 핵심 인물, 건설업자 윤중천(58)씨.ⓒ뉴시스
    김학의(62·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건설업자 윤중천(58)씨의 첫 재판이 9일 열렸다. ‘별장 성접대’ 사건이 불거진 지 6년 만이다. 윤씨는 이날 성폭행 등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특히 검찰의 기소는 '윤중천 죽이기'라며 성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9일 오전 10시 50분 320호 법정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윤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윤씨에게 강간 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알선수재 △공갈미수 △무고 및 무고 교사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윤씨는 이날 푸른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윤씨 측은 먼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윤씨 측은 “윤씨가 사업적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자아도취한 마음에 당시 고위공직자였던 김 전 차관 등 지인들과 다수의 여성들과 성관계를 했다”면서 “그 중 한 명과 촬영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지도층에 대한 불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하지만 윤씨 측은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이하 김학의 수사단)의 기소는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윤씨 “수사단 수사, '윤중천 죽이기'… 성과 위해 무차별 진행”

    윤씨 측은 “이번 기소는 법령상 근거 없는 대통령 지시에 의해 설치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수사를 권고한 뒤, 수사단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것”이라면서 “실체적 진실은 없고 새롭게 별건으로 (기소를) 한 것”이라고 했다.

    또 “수사단에서는 김 전 차관 성접대 여부를 수사하는 것에서 나아가, 김 전 차관을 도와줬을 것으로 의심되는 윤씨 협조를 강박하기 위해 구속시키려고 개인 신상털기 수준으로 수사가 이어졌다”면서 “이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 간첩단 조작사건 같이 강압적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검찰 수사가 피고인의 방어권 보호, 변론권 등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했다. 윤씨 측은 “이번 기소는 검찰의 과거사를 반성하겠다는 당초 과거사위의 취지가 아니라, 대통령의 초법적 수사 지시로 인한 것”이라며 “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 원칙과 피고인의 방어권이 엄정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을 둘러싼 ‘별장 성접대 사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윤씨 측은 “윤씨가 2013년 7월 27일 검찰 피의자신문 당시 동영상 주인이 김 전 차관이라고 했다”며 “그런데도 이후 6년간 대한민국을 혼란에 몰아넣은 이 사태에 윤씨가 가장 큰 원흉이 돼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성폭력 공소시효 지나"… 강간·사기 등 혐의 모두 부인 

    윤씨 측은 전체적 의견을 전한 뒤, 개별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윤씨 측은 “성폭력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 10년이 완성됐고, 성폭력으로 인해 다쳤는지 여부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기 및 알선수재, 공갈미수, 무고 및 무고교사 혐의 등도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윤씨에 대한 2차 공판은 16일 오후 4시 열린다. 재판부는 이날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할 예정이다. 검찰 측은 윤씨에 대한 강간치상 부분을 먼저 다투겠다며, 성폭력 피해자 증인신문을 먼저 진행하자고 요청했다. 

    윤씨는 지난 2006~2007년 김 전 차관에게 소개한 여성 이모씨를 폭행·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성관계 영상 등으로 이씨를 위협해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2011~2012년 내연관계던 권모씨에게 원주 별장 운영비과 건설업 운영대금 등 21억6000여만원을 받고 돌려주지 않은 혐의도 있다. 윤씨는 이 돈을 갚지 않으려고 자신의 부인을 시켜 자신과 권씨를 간통죄로 고소한 혐의(무고) 등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