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 같은데, 유가족 청구자료와 국감자료 서로 달라… '진상 파악' 허위 가능성
  • ▲ 본지가 지난달 7일 입수한 2017년 3월 10일 당일 서울시 소방당국의 구급차 배치도. '(지역명)E'가 구급차 위치다.
    ▲ 본지가 지난달 7일 입수한 2017년 3월 10일 당일 서울시 소방당국의 구급차 배치도. '(지역명)E'가 구급차 위치다.
    2017년 3월10일 탄핵반대 집회 사망자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우리공화당과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2년째 지속되고 있다. 우리공화당은 오늘까지 55일째 광화문 일대 천막농성을 이어갔고, 유가족들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서울시에 재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고압적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본지 취재 결과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요청으로 서울시 소방당국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제출한 자료와, 유가족의 요청에 의해 공개된 1‧2차 자료의 앞뒤가 맞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2년 전부터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본지는 당시 사망한 이모(70대) 씨 유가족으로부터 ‘당일 소방당국 응급대처 관련 2차 정보공개자료’를 입수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종로소방서는 2일 “우파단체 집회에 구급차를 3분의 1 규모로 배치한 적 없다”고 답변했다.  

    종로소방서는 “우리 측은 당시 정확한 집회 인원을 알 수 없으며, 구급차는 집회현장에서 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즉시 응급처치 및 병원 이송을 했다”며 “우파 또는 좌파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차별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종로소방서는 앞서 유가족 이모(47) 씨가 요구한 1차 정보공개 요청에 대한 답변에서는 다른 말을 했다. 1차 답변에서는 “탄핵반대 집회에 3대의 구급차를 배치했다”던 종로소방서가, 2차 자료에서는 “그런 적 없다”고 말을 바꾼 셈이다.  1‧2차 자료를 보낸 담당자는 동일한 인물이다. 

    앞서 유가족 이씨는 지난 5월29일 ‘당일 안국역 주변에 배치된 119 구급차의 위치 및 수’ 등 사안에 대해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당시 구급차 배치도를 첨부해 보냈다. 이 자료에서는 당일 13대 구급차가 투입됐고, 이 중 3대가 탄핵반대 집회 장소에 배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나머지 10대는 퇴진행동, 즉 좌파단체 장소에 배치됐다. 소방당국은 탄핵반대 집회 운집인원(4만~6만명)을 퇴진행동(1만5000명)보다 최대 4배가량 많을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구급차 배치는 상반되게 한 것이다. 

    종로소방서는 이번 자료에서 “구급차 배치는 집회 참여자 진행 방향에 따라 신속출동을 위해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최초) 배치 장소는 신속한 출동이 가능한 곳으로 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당시 소방당국과 경찰은 유가족 측에 "인파가 몰려 구급차가 진입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국감 때 조 의원의 요청으로 소방당국이 제출한 자료에서도 마찬가지로 해명했다. 결국 소방당국의 구급차 배치 등이 '안이한 공부집행이었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본지는 이번 자료를 보낸 종로소방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우파 집회에 운집 인원이 더 많을 것을 예상했으면서, 좌파단체 집회현장에 더 많은 구급차를 배치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해당 관계자는 “구급차량 배치는 시민들의 안전을 가장 먼저 고려해 이뤄진다”고 답했다. 

    그에게 "안전을 위했다면 예상 운집 인원이 더 많았던 우파단체 집회에 소방력을 더 많이 배치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 "‘1‧2차 정보공개 내용이 왜 다른가. 진상조사가 제대로 안 된 것 아닌가"라고 재차 묻자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 담당자는 결국 “내가 그때 근무를 안해서 잘 모르겠다. 요청이 들어와 당시 작성된 문서를 보냈을 뿐”이라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그는 “서울시 모든 구급차량에 대한 승인권자는 서울특별시장(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 5명이 사망한 당시 사건에 대한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까. 본지는 지난 5월17일 서울시 공보실에 ‘사망사고에 대해 진상파악이 된 상황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공보실 담당자는 “문제가 있었으면 2년 전 내부조사를 통해 밝혀졌을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 답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내부조사를 실시했는지 여부는 확실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상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우리공화당과 유가족 측 목소리를 묵살하는 상황 아닌가 의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