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등 8명 첫 공판준비기일… 강 전 청장 “공소사실 관련 없는 내용 포함”
  • ▲ 강신명(54) 전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자신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를 지적했다.ⓒ정상윤 기자
    ▲ 강신명(54) 전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자신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를 지적했다.ⓒ정상윤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신명(54) 전 경찰청장 측이 검찰의 공소장을 비판했다. 강 전 청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이 재판부에 유죄를 예단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이른바 공소장 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강 전 청장 측은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장이 상당히 방대한데, 일부 기초사실에는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거나 강 전 청장의 범행을 예단할 수 있는 내용이 상당히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의 피고인은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청장을 비롯해 이철성 전 청장 등 8명이다.

    강 전 청장 측은 “특정 페이지를 보면 범죄사실이 아닌데도 재판부에 마치 유죄라는 마음이 들 수 있을 만한 표현들이 다수 있고, 이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피고인의 공소장에 재판부가 선입견을 가질 만한 서류 등을 첨부하거나 그런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가령 범죄사실과 관계 없는 개인의 성격, 가정환경 등이다. 

    재판부는 강 전 청장 측이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을 특정해서 의견서를 내면 검찰이 이를 검토하라고 전했다. 

    2012~16년 반정부 성향 단체 사찰 등 혐의

    강 전 청장 등은 2012~16년 정보경찰을 동원해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들을 사찰한 혐의를 받는다. 20대 총선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들이 이 기간 진보교육감 등 대통령·여당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세력을 ‘좌파’로 규정, 사찰한 것으로 본다. 당시 정부 비판세력에 대한 견제방안을 마련하는 등 정치적 중립 의무에서 벗어나는 위법한 정보활동을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2016년 4월 20대 총선 당시 ‘친박’을 위한 맞춤형 선거정보 수집, 대책 마련 등 등 선거 관여를 금지한 공무원 규정도 위반한 것으로 전한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운동 기획 참여, 실시 관여 행위 등을 금지한다.

    앞서 검찰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의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하면서 2018년 11, 12월, 올 4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보경찰이 만든 보고서들도 국가기록원에서 확보했다. 강 전 청장은 지난달 21일, 지난 8일 등 두 차례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한편 이철성 전 청장 측은 “이 전 청장의 경우 20대 총선 부분만 범죄사실에 포함됐으니 앞부분은 (재판을) 분리해서 (심리를)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기환(60) 전 정무수석 등 피고인 3명도 이같이 주장했다. 

    재판부는 분리변론 등을 향후 재판계획에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2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4일 오전 10시다. 강신명·이철성 전 청장 등은 2차 준비기일에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