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주·시진국·박상언 판사 ‘재판 일정’ 이유로 불출석…“검찰 기소 무례” 해석
  • ▲ 사법농단 혐의를 받는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서 주요 증인들이 연이어 불출석하고 있다.ⓒ뉴데일리 DB
    ▲ 사법농단 혐의를 받는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서 주요 증인들이 연이어 불출석하고 있다.ⓒ뉴데일리 DB
    사법농단 재판이 파행을 거듭했다.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에 이어 시진국·박상언 부장판사 등 주요 증인들이 연이어 불출석해서다. 현직 판사인 이들은 ‘재판 일정’을 불출석 사유로 들었다.

    법조계 일각에선 현직 판사로서 증인석에 앉는 데 대한 부담감과 함께, 양승태(71·사법연수원2기) 전 대법원장 등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한 전직 대법관에 대한 검찰 기소가 잘못됐다고 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던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1·12기)·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의 세 차례 증인신문이 모두 불발됐다.

    ‘핵심 증인’ 정다주·시진국·박상언 판사… ‘재판 일정’ 이유로 불출석

    당초 21일 재판에서는 정다주 판사, 26일과 28일엔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판사,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 등의 증인신문이 각각 예정돼 있었다. 증인신문이 무산된 날 법정에서는 증인에게 제시할 증거조사 등 서류조사만 이어졌다. 10차 공판이 열린 28일에도 임종헌(60·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서 나온 사본 출력물, 법원행정처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된 문건, 증인에게 제시할 추가 증거 등 조사작업만 진행됐다.

    현직 판사인 이들은 피고인들이 받는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상고법원 추진을 위한 재판 개입 등 주요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인들이다. 정 판사는 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있을 당시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집행정지 관련 검토’ 등 문건을 작성했다. 시 판사 역시 기획1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 문건’ 등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명의 증인이 모두 불출석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진행도 차질이 예상된다. 실제로 재판부는 지난 26일 공판에서 “증거 검증을 진행하는 중간에 예상치 못하게 증거를 추가 심리하고 증인신문기일을 지정했다”며 “7월까지 검증을 한다 해도 (증거조사와 증인신문 등) 다 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 ▲ 법조계에서는 현직 판사인 주요 증인들이 불출석하는 이유로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정상윤 기자
    ▲ 법조계에서는 현직 판사인 주요 증인들이 불출석하는 이유로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정상윤 기자
    이들이 불출석한 표면적 사유는 ‘재판 일정’이다. 자신들이 맡은 재판 일정과 증인신문기일이 겹쳤다는 것이다.

    재판 일정은 핑계… 검찰 무리한 기소에 ‘항의성’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현직 판사로서 증인석에 앉는 것에 대한 부담감,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해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항의성’ 불출석 등 복합적 이유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 A변호사는 “재판상 일정이라는 이유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지만, 전직 대법원장 밑에서 일했던 사정 등 증인으로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변호사는 이어 “형사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다는 염려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장판사 출신의 B변호사는 무리한 기소를 한 검찰에 모욕당하지 않겠다는 ‘항의성’ 차원에서 증인들이 불출석했다고 봤다. 그는 “양 전 대법원장 기조로 보자면 (이번 기소는) 말도 안 되는 기소”라며 “(증인들이) 검찰의 기소가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B변호사는 또 “증인들이 법정에 가면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큰데, 그러면 검찰이 모욕적으로 현직 판사인 이들을 신문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래서 재판 일정이라는 핑계를 댄 거 아닐까 싶다”고 추정했다. 이어 “특히 후배 판사 앞에서 증인석에 앉아 있는 것도 모양새가 싫을 것”이라며 “구인영장이나 과태료 등 강제적 방법을 동원할지는 모르겠으나 계속 불응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7월에는 강제징용 재판거래 관련 한상호·최건호 변호사, 유명환 전 외교부장관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