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앞두고 방북…"김정은 압박해 '비핵화 협상' 추진, 미국에는 갈등 완화 요구" 예상
  • ▲ 지난 1월 방중한 김정은과 함께 사열을 받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월 방중한 김정은과 함께 사열을 받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일, 1박2일 일정으로 북한을 국빈방문한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후자오밍 대변인은 지난 17일 “시 주석이 김정은의 초청으로 국빈방문한다”고 밝혔다.

    북한 선전매체도 관련 소식을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8시 “최고영도자 김정은의 초청에 의하여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시진핑이 20일부터 21일까지 조선을 국가방문하게 된다”고 전했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와 북한 선전매체는 시 주석의 방북 소식만 전했을 뿐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외교전문가들은 “시 주석은 방북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미국에 대한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풀이했다.

    “시진핑, 미국에 대북 영향력 과시할 것”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최우선 교수는 “시진핑 주석의 방북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결정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무역분쟁이 다른 분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북한을 압박해 미국을 움직이는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시 주석은 방북에서 김정은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약속함과 동시에 북한이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설 수 있도록 설득할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이렇게 설득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일 지렛대가 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시 주석은 이런 일련의 활동을 통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미국에 보여줄 심산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미국을 향해 사용하는 ‘북한 카드’는  강경한 태도가 아니라 외교적 해결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무역분쟁이나 북한 비핵화 등을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하는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중국은 그동안 무역갈등이 해소될 때까지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시 주석의 방북을 미뤄왔지만, 최근 미·중 간 대립이 다시 고조되고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더 이상 방북을 미루기 어렵게 됐다”며 “미국이 대만 카드를 꺼내드는 등 강경한 방법을 쓰고, 중국도 이에 강경대응하는 등 미·중 간 대립의 함의가 달라지면서, 중국은 더 이상 북한을 대하는 데 조심스러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금 고민이 많을 김정은이 시 주석의 설득만으로 미국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 2008년 국가 부주석일 당시 방북했던 시진핑.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8년 국가 부주석일 당시 방북했던 시진핑.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18일 “시진핑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 앞서 방북하는 것은 전략적 행동”이라는 미국의 한반도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미국은 중국을 통해 북한에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를 전하고, 중국은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해 김정은에게 다시 협상에 나서라고 압박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 간 견해차이를 좁히는 것을 도와주고, 미국에 중국과의 무역갈등을 해결하는 게 왜 중요한지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갈등 해결의 중요성 보여주려 할 것”

    보니 글레이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선임연구원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유지는 중국에 중요한 국가이익이므로, 시 주석은 이번 방북을 통해 “중국이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시 주석이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위배되지 않는 수준의 인도적 지원을 하면서,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외교를 포기하지 않도록 경제적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든 창 변호사는 “중국은 김정은을 도와줘야 하는 처지이며, 김정은은 분명 (시진핑에게)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며 “다만 중국은 미국이 허용하는 선까지만 북한을 지원할 것이므로,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 있으며, 미국은 그럴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의 방북은 2005년 후진타오 당시 주석의 방문 이후 14년 만이다. 시 주석도 방북 경험이 있다. 2008년 국가부주석을 맡았을 때였다. 일각에서는 ‘조·중관계 70주년’이 되는 올해를 기념함과 동시에 김정은이 여러 차례의 국빈방문 초청을 더는 미루지 못해서라는 해석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