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산 항운노조 채용비리 수사 "31명 기소… 노조 간부 14명은 10억 챙겨"
  • ▲ 부산 중구에 위치한 부산 항운노조 사무실. ⓒ부산 항운노조
    ▲ 부산 중구에 위치한 부산 항운노조 사무실. ⓒ부산 항운노조
    검찰이 항운노조 가입이나 승진, 정년연장 등의 대가로 10억원대의 금품을 받아 챙긴 부산항운노조 전·현직 노조 간부 등 31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 중 일부는 채용비리뿐만 아니라 신항 전환배치, 일용직 공급 등 인력공급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며 업체 선정 과정에도 관여했으며, 교도소 수감 중에도 불법 취업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특수부(박승대 부장검사)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4개월간에 걸친 부산항운노조의 채용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소된 31명 중 전직 노조위원장 A(53)·B(71) 씨 등 2명을 포함해 터미널 운영사 임직원 4명, 일용직 공급업체 대표 2명 등 16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도주한 항운노조 지부장 1명은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배임수재, 업무방해,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다.

    A씨 등 노조 간부 14명은 노무독점공급권(클로즈드 숍)을 이용해 항운노조 가입과 승진, 정년연장, 신항 전환배치, 일용직 공급 등 인력공급 전반에 걸쳐 모두 10억여 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노조 가입에는 3000만~5000만원, 조장·반장·지부장 등 단계별 승진 시에는 2000만~4000만원씩을 받아 챙겼다.

    노조 간부의 친인척 등을 부산신항에 불법취업시킨 혐의도 있다. A씨 등은 2013년부터 올 초까지 노조 내외부의 청탁을 받아 항운노조 간부의 친인척 등 외부인 135명을 조합원인 것처럼 올려놓고 이 가운데 105명을 부산신항 물류업체에 취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근무여건이 좋은 부산신항으로의 전환배치를 기대하던 기존 노조원들은 기회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환배치는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하며, 항운노조가 경력직으로 추천하면 물류업체가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일종의 특별채용이다.

    B씨는 2017년 부산교도소 수감 중 동료 수형자의 아들을 취업시켜주겠다는 대가로 1000만원을 받는 등 총 세 차례의 취업청탁을 대가로 5000만원을 받았다. 또 지인 아들의 반장 승진을 대가로 4000만원을 받는 등 조장·반장 승진 대가로 여덟 차례에 걸쳐 2억98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측근의 정년연장을 대가로 제네시스 차량 대금 7520만원을 대납받는 등 952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부산항운노조와 일용직 공급업체, 터미널 운영업체의 유착도 포착됐다. 항운노조는 2014년부터 일용직 항운노조원을 터미널 운영사 등에 공급하며 노무관리를 C사에 대행하도록 했다. C사는 노조 지부장의 친형이 운영하는 회사로, 일용직 공급권을 독점하며 설립 2년 만에 연 매출 200억원을 거두는 등 급성장하지만 법인 자금 50억원을 빼돌려 부동산, 외제차를 구매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

    또 독점적인 노무공급권을 유지하기 위해 항운노조 간부나 터미널 운영사 간부에게 금품 로비를 하기도 했다. 항운노조 전 위원장 A씨는 이 과정에도 개입해 자신과 유착한 터미널 운영사 임직원들이 퇴직할 때 1억2900만원가량을 지급하게 한 혐의를 받다.

    국가인권위원회 간부도 항운노조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이모 팀장은 부산소장으로 재직할 때 채용비리로 구속된 전 부산 항운노조 위원장으로부터 가석방과 특별면회 등 편의를 알선해주는 대가로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다.

    1981년 설립된 부산항운노조는 다른 산업분야와 달리 노동조합에 가입해야만 부두에서 일할 수 있는 클로즈드숍 방식으로 운영된다. 부산항운노조는 정조합원 7695명, 임시조합원 2521명으로 전국 항운노조 중 가장 크다.

    검찰은 수사 결과 드러난 부산항운노조의 문제점을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등 감독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