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유조선 파괴, 사우디 송유관 공격, 이라크 美대사관 로켓… 배후에 이란 의심
  •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9일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 인근에 로켓 공격이 일어나자 트위터에 이란을 향한 경고를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트위터 캡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9일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 인근에 로켓 공격이 일어나자 트위터에 이란을 향한 경고를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트위터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다시는 미국을 협박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에 “이란이 싸우기를 원한다면, 그때는 공식적인 이란의 종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 이후 세계는 전쟁 위기감으로 긴장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19일 밤 이라크 바그다드 ‘그린존(안전지대)’에 위치한 미 대사관에서 약 1.6km 떨어진 곳에 로켓탄 공격이 있은 직후 올라왔다. 이라크군은 옛 소련제 ‘카추샤’ 로켓이 떨어졌으며, 바그다드 동부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지역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세력의 근거지다. 카추샤 로켓은 레바논에 근거를 둔 시아파 무장세력 ‘헤즈볼라’도 자주 사용하는 무기다.

    며칠 전까지 “이란과 전쟁 원치 않는다”던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일어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항구에서 일어난 유조선 ‘사보타지(의도적 파괴행위)’, 사우디아라비아의 송유관 시설 드론 자폭공격, 이라크 미 대사관 인근 로켓 공격 모두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곧 언론에도 소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UAE에서 유조선 사보타지가 발생한 이튿날인 지난 13일 이란을 향해 “그들이 무슨 짓을 벌인다면 그것은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송유관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은 14일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16일에는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발언은 최근 군사적 충돌 우려가 커지는 이란 주변정세와 맞물려 국제사회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5일 이라크에 근무 중인 인원 가운데 필수인력을 제외한 모든 직원에게 귀국을 명령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16일 아라비아해와 오만해에서 비행하는 민간 항공기들에 “군사행위와 지역의 정치적 긴장에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카타르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20일 “이라크 남부 바스라의 서쿠르나-1 유전에서 일하던 ‘엑손 모빌’ 직원 50여 명이 모두 UAE 두바이로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바레인 또한 이라크에 있던 자국민에게 ‘군사적 긴장 및 충돌 우려’가 있다며 대피명령을 내렸다.
  • ▲ 지난 9일(현지시간)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9일(현지시간)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는 최근 이란의 활동과 이에 맞선 미군의 전력 파견으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란은 지난 8일 미국의 핵합의 체제 탈퇴에 반발해 “부분적 핵개발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며칠 뒤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탄도미사일을 운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미국은 지난 10일 중부사령부 예하 전력을 이란과 이라크 일대로 급파했다. 당시 B-52H 전략폭격기와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강습단이 현지로 출동했다. 패트리엇 포대도 보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해군은 지난 17~18일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강습단과 시어사지 상륙준비단, 제22해병원정대의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미 해군은 “이번 훈련은 지역내 충돌을 억제하고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은 페르시아만 일대에서의 초계활동을 강화하고,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과 협력을 특별히 증진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vs 수니파 국가 간 분쟁 땐 전쟁 확산 우려

    국제사회는 이라크에서 시아파와 수니파 간 무력충돌이 일어나고, 이란이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과 예멘 후티 반군 등 시아파 세력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이 이란이 지원하는 세력과 충돌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세력으로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이 있어 수니파 국가와 시아파 무장세력 간 충돌이 길어지면 중동 전역이 전쟁에 빠질 수 있고, 미국과 이란이 직접 맞붙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예멘의 후티 반군은 대단히 호전적이다.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송유관을 향해 드론 자폭공격을 자행한 후티 반군은 19일 사우디아라비아·UAE 등 수니파 국가 300여 곳을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발생한 UAE 푸자이라 항만 유조선 ‘사보타지’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보유한 수중 드론 공격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GCC 회원국들은 이란과 무장단체들이 공격하면 무력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혀 전쟁 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 사보타지: 원래 뜻은 중세시대 소작농이 영주의 착취에 반발해 추수한 곡식을 나막신으로 짓밟는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노동자 계급이 증가하면서 고용주에 대항해 제조설비를 부수거나 상품 수송을 가로막는 태업을 뜻하게 됐다. 20세기부터는 ‘기업 또는 사회기반시설이 정상적인 작업이 불가능하도록 파괴하는 행위’라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