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전문가들 "군사 요충지, 고려할 가치 없는 소리" 일축… 대선용 '포퓰리즘' 지적
  • ▲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동·유럽 순방 중이던 7일 기자간담회에서 ”성남비행장을 민간공항으로 전환해 수도권에 늘어난 민간 비행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실은 언론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다.ⓒ정상윤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동·유럽 순방 중이던 7일 기자간담회에서 ”성남비행장을 민간공항으로 전환해 수도권에 늘어난 민간 비행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실은 언론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다.ⓒ정상윤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남비행장 민영화'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박 시장은 경제 논리를 내세워 군 공항인 성남비행장의 민영화를 주장하지만, 군 안팎에선 국가 안보를 전혀 모르는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시 측은 "단순 아이디어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일각에선 박 시장이 실현 가능성이 없는 '군 공항 민영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대선을 염두에 두고 표 확장을 위해 던진 전혀적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2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중동·유럽 순방 중이던 7일 기자간담회에서 "항공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구 2500만명이 있는 수도권에 현재 공항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2곳이 전부"라며 "성남비행장을 민간공항으로 전환해 늘어난 민간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朴 "성남공항 민영화, 경제성 크다"… 군 "안보 모르는 소리" 일축

    박 시장이 성남비행장의 민영화 필요성을 주장한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민간 공항을 추가로 건립하는 것보다 성남비행장을 민간공항으로 바꾸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것이다.

    박 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지역에 공항을 신설하기에는 재정 부담도 크고 마땅한 입지를 찾기도 쉽지 않다"며 "성남비행장을 민간 수송용 공항으로 전환해 수도권 내 수요 대비 부족한 공항 증설 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3일 언론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고, 이후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보 논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이유에서다.

    군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 시장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 전용 공항으로도 쓰이면서 한·미 공군 부대가 함께 사용하는 성남비행장의 국가 안보적 중요성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며 "경제 논리만 앞세운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경제적 논리도 좋지만, 성남비행장은 우리나라 공군 15특수임무비행단과 미국 육군 항공대가 주둔하고 있는, 군사적으로 중요한 거점 기지"라며 "성남비행장을 민영화하면 이곳에 주둔하고 있던 비행대대는 어디로 가냐"고 반문했다.

    성남비행장을 관리하는 공군 측은 군 안보에 중요한 군 비행장의 민영화 문제를 박 시장이 갑자기 거론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안보 전문가 "서울시장이 왜 그런 소리를…어이없다"

    공군 측은 "성남비행장은 VIP(대통령)가 이착륙 하는 곳이고 공군의 귀중한 정찰 자산이 있는 곳"이라며 "서울시장의 성남비행장 민영화 추진은 검토하지 않았지만 (가능하겠냐). 성남비행장은 국가 안보적으로 중요한 비행단"이라고 말했다.

    성남비행장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수도권의 군 공항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공군의 전략정찰수단인 금강 정찰기, 백두 정찰기가 주둔하고 있어 안보적으로 중요한 비행장이다.

  • ▲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10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성남비행장)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공군 1호기로 이동하고 있다. 군 전문가들은 성남비행장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수도권의 군 공항으로 대통령과 외국의 국빈 및 대통령을 영접할 때 사용되는 만큼 지리적 이점이 큰 중요한 전략기지이며 공군의 전략정찰수단인 금강 정찰기, 백두 정찰기도 주둔하고 있어 안보적으로 중요한 비행장이라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뉴시스
    ▲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10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성남비행장)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공군 1호기로 이동하고 있다. 군 전문가들은 성남비행장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수도권의 군 공항으로 대통령과 외국의 국빈 및 대통령을 영접할 때 사용되는 만큼 지리적 이점이 큰 중요한 전략기지이며 공군의 전략정찰수단인 금강 정찰기, 백두 정찰기도 주둔하고 있어 안보적으로 중요한 비행장이라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뉴시스
    박 시장의 주장에 대해 군 전문가들도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공군참모차장을 역임했던 김형철 공군 예비역 중장은 "안보적 문제가 많다"며 "가치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김 예비역 중장은 "성남비행장은 한미연합에 중요한 전초기지"라며 서울시장이 '민영화'를 주장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성남비행장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반도 밖에서 들어오는 증원 전력이 들어오는 공동운영기지(COB)"라며 "미국 육군 항공대와 같이 사용하는 만큼 한미 연합군 증강에 꼭 필요한 기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남비행장이 위치한 경기도지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방부 장관이나 국토부 장관도 아닌 서울시장이 왜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전혀 자기와 관계없는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오지랖이 넓은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은 "성남비행장은 대통령이 직접 쓸 만큼 수도권에서 제일 가까운 공항이기 때문에 국가 전략적 가치를 갖는 곳"이라며 "이곳이 막히면 유사시 퇴로가 다 막히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했다. 이어 "지자체장이 국가 안보 전반을 보지도 못하고 자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 공항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박원순, 대선용 '간보기'로 던진 것?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전용 공항과 군 비행장으로 쓰이는 성남비행장의 민영화 추진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이 '무리수'를 던지는 것에 대해 '대선용 포퓰리즘 공약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은 "성남비행장의 민간공항 전환은 대표적 포퓰리즘"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표 확장에 도움이 되는지 계산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던져놓고 선거를 치르는 행태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며 "서울시장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인을 포함해서 이제 정치판도 바뀌어야 한다"고 개탄했다.

    황태순 정치 평론가는 박 시장의 발언에 대해 "여권에서는 이낙연 총리와 유시민 작가 쪽으로, 야권에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쪽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쏠리지 않냐"며 "잠룡 중 하나로 평가 받는 박 시장이 자신한테 관심이 안 오니까 몸살을 하는 모양"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성남비행장 민간화 문제는 국토부와 한국항공공사의 승인도 있어야 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은 인정한다"며 "박원순 시장이 해외 순방길에 공항을 지나치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말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