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일들이 개그보다 더 웃긴다면...개그맨들은 무얼 해서 먹고 사냐고?
  • ▲ 패스트트랙 난투극ⓒ연합뉴스
    ▲ 패스트트랙 난투극ⓒ연합뉴스

    李 竹 / 時事論評家

      이 나라에 현존하는 최고의 코미디 프로로 알고 믿어 왔다. 이제 방영 횟수가 1,000 회를 넘기게 됐다고 한다. 우선 축하부터 보낸다.

      비록 그 ‘공영방송’(空營放送)이 뜻 그대로 ‘주인’인 ‘국민’을 허수아비로 만든 채, 가소롭고 섬뜩함만 비춰대고 짖어대기에 철저히 외면당한다고 해도, 그나마 그 프로는 나름 챙겨보는 시청자가 많다고들 한다. 또한 그 웃음에 익숙해져 있다고나 할까. 특히, ‘봉숭아 학당’은 장안의 화제로 많은 입에 오르내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른바 ‘장미대선’(薔薇大選)이 끝나고 나서는 어쭙잖게 풍자(諷刺)랍시고 ‘북악(北岳)산장’ 세입자를 우상화(?)해대기도 했었다. “개그는 개그 일뿐”이라는 언제 적 대사가 무색하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개콘’이기 때문에 봤다. 오죽했으면 그런 개그를 짰을까 하는 측은함과 함께. 그건 그렇다 치고...

      요즘 들어서 왠지 시들해지는 느낌이다. ‘개가 먹는 옥수수튀김’ 맛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작가와 연출자와 연기자의 열정이 식었다거나, 너무 오래하다 보니 식상(食傷)하다거나 하는 차원은 결코 아니다. 그저 상대적인 측면에서 그렇다는 거다. 저들 작가·연출자·연기자들도 내심 위기감을 갖기 시작했을지 모른다.

      “김대중-김정일, 노무현-김정일 시대와 비교해볼 때 대화 상대가 바뀌었다...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체사상을 갖고 있었다면 김정은[국무위원장]은 자유 민주 사상에 접근한 상태... ”

      엊그제 국방을 연구하는 곳에서 개최한 세미나 자리라고 했다. 작년 9월 19일 그 무슨 ‘남북군사합의’로 나라를 뻥 뚫어놓는데 큰 기여를 한 전직 ‘국뻥장관’께서 아주 자랑스럽게 읊었다고 한다.
      이에 앞서 현직 ‘국뻥장관’께서는 지난 시절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불미스런 충돌”이라고까지 얼버무리기도 했었다.

      “사법부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라는 것을 확인해 준 재판부에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지지자들과 함께 큰길로 가기를 기원한다...” 어느 선출직 ‘관찰사’가 안도의 한숨과 버무려 한 말씀이란다. 관련된 기사(記事)의 토막을 함께 나열해야 될 듯하다.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라고 지시[직권남용]하고, 지방선거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공직선거법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물론 몇 날을 찧고 까불어 오면서, 수사관 152명을 투입하고도 그저 ‘뻥’이 결론이라는 ‘불타는 태양’의 수사 결과 발표도 있었긴 했다. 이와 함께...

      검찰과 경찰이 그 무슨 ‘수사권 조정’이란 걸 놓고 벌리는 다툼도 볼만하다. 서로가 서로의 전직 왕초들을 잡아가뒀거나 수사하겠다며 으르렁 대고 있단다. 동네 양아치들의 구역 다툼과 다를 바가 뭐 있겠느냐는 항간의 웃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이 와중에 ‘날계란’ 두 개를 들고 시장님·검사님 등과 맞짱 뜨자며 큰소리친 젊은 투사는 ‘살해(殺害) 협박범’으로 체포되기도 했었다. 더군다나...

      며칠 전, 그 무슨 ‘패스트트랙’이란 걸 놓고 여의섬 중간에서 벌어진 장엄(?)한 난투극은 자유분방한 ‘순간 대사’와 ‘몸 개그’가 잘 어우러진 한편의 ‘빅 쑈’였지 않은가. ‘나랏개’들의 연기와 스턴트, 그리고 동원된 소품(小品) 또한 절정의 감각을 과시하면서 ‘국민’들에게 큰 웃음보따리를 안겼다.

      이 정도의 스토리들이면, ‘개콘’의 작가는 가슴을 치지 않았을까. 이런 소재가 있다는 걸, 있을 수 있다는 걸 몰랐다니, 코미디적인 상상력의 부족함을 크게 한탄했을 법하다.
      또한 ‘개콘’ 연출자와 출연진들도 몹시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반전(反轉)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틱한 전개와 함께, ‘맹구’·‘오서방’·‘달인’·‘옥동자’ 등등 역대 인기 캐릭터들 뺨 싸대기를 갈길 정도의 뛰어난 연기력과 개성 넘치는 대사·말따먹기, 무대 스케일 등은 저들을 크게 위축시키고도 남을 만하다는 평가다.
      특히, 반전을 거듭하다가 결국에는 “뻥”이나 “황”으로 마무리 되는 ‘개그’의 본색(本色)마저도 제대로 완벽하게 갖추고 있기에...

      하지만, 위에 나열한 소재들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며칠 낮과 밤을 지새워도 모자랄 판이라고 한다.

      그 무슨 ‘여론조사’라는 건, 늘 상 이 나라 ‘국민’들을 웃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그 결과가 만족스런 무리들은 “역쉬!”하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들도 ‘조사’가 아닌 ‘조작’이라고 거세게 들이대지는 않지만, “역쉬!”라며 알 듯 모를 듯 묘하게 웃는다.

      무척 값나가는 ‘탄도미사일’이란 걸 바다에 처박아버리는 바로 그 ‘지상낙원’(地上樂園)에서 굶기 일보 직전의 ‘인민’들이 수백만에 이른다는 것도 그렇다. 거기다가 돈과 쌀을 갖다 바치면서 굳이 ‘인도적 지원’이라고 강짜를 부리는 건 ‘개콘’의 여러 코너들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과 그 구색(具色)이 유사하다.

      이제는 낯설지 않은 ‘북녘의 비핵화’라는 ‘연극’(演劇)이 ‘개콘’의 ‘봉숭아 학당’ 만큼이나 회를 거듭하고 있다. 비슷한 구성에 출연진도 크게 바뀌지 않은 채...
      이 ‘극’(劇)에서 주목할 부분은 어지간해서는 끝날 거 같지 않다는 예감마저도 ‘봉숭아 학당’과 닮았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극중에서는 역대급 대사가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고. 최근의 예를 들자면 뭐 이런 것일 게다.

      “한반도의 하늘과 바다, 땅에서 총성이 사라졌다... 한반도의 봄이 이렇게 성큼 다가왔다...”

      한편, ‘먹고 사는’ 일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대표적으로 ‘소주성’, 즉 풀어서 ‘소득 주도 성장’을 두고는 “이제 보니 ‘양주성’이 맞는 거 아닌가?”하는 볼멘 우스개가 널리 퍼지고 있단다. ‘소득’이 아니라 ‘세금’과 ‘통계’, 두 가지가 주도하고 있어서 그렇다나 어쨌다나.
      아무튼 ‘개콘’의 여러 명대사가 시청자를 자지러지게 했듯이, 이와 관련한 대사 또한 ‘국민’들을 “빵” 터뜨리게 만들었다고 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가슴 뜨거운’ 분이 힘주어 하신 말씀이라고.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 ‘개콘’은 웃긴다! 때론 억지춘향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도 그냥 웃고 말면 된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한 이런저런 나랏일들로 인해 낄낄대다보면, 뒤돌아서는 순간 허탈·분노·처량함이 짙게 밀려오지 않는가. 이 나라 ‘국민’임이 부끄럽기까지 하면서.

      한 번 더, 그건 그렇다 치고...

      ‘지키며 먹고 사는’ 나랏일들이 중요할지언정 모두·언제나 엄숙하고 딱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개콘보다 더 크게·많이 웃기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 그 프로 작가·연출자·출연자들의 생계는 누가 책임질 건가.

      혹시 조만간 광화문 광장에 천막이 하나 더 새로 들어서게 되는 건 아닐지. 천막 밖에는 이런 내용의 플래카드가 붙어있고...

      “느그들이 개그까지 다 해 처먹냐? 우리도 좀 먹고 살자니까!”

     ‘개그맨 생존권 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그 밑에 작은 글씨로 적혀있는...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