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2년 대담서 ‘북핵, 경제’ 등 송곳 질문… “싸가지” vs “시원하다” 찬반 요란
  • ▲ 송현정 기자(위), 문재인 대통령(사진=방송화면 캡처) ⓒ뉴시스
    ▲ 송현정 기자(위), 문재인 대통령(사진=방송화면 캡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극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송현정 KBS 기자의 대담 진행 태도와 방식을 두고 비난이 들끓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에게 '독재자'라는 취지의 질문을 했으며, 대통령을 향한 표정과 태도가 무례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국민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대변했다" "기자로서 당연한 질문을 했다"면서 송 기자를 두둔하는 반응도 동시에 일었다. 

    10일 KBS 게시판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항의글이 쏟아졌다. "대통령에게 공격적 언행을 하고 질문 후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끊는 등 시청하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독재자 발언에 대해 해명하라" "편파보도에 대해 사과하라"는 내용이다. 

    KBS 시청자권익센터 코너에는 '송현정 기자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이날 오후 1시 기준 1만1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송현정’이라고 검색하면 항의성 게시글이 58개나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대통령과의 대담은 검증된 실력을 갖춘 대담자와 진행하도록 하여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10일 오후 1시 기준 1만5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심지어 송 기자의 사촌동생이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성규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성규의 인스타그램에도 비판 댓글이 몰려들었다. 이 가운데는 “느그 누나 왜 눈을 그따위로 뜨냐” “싸가지 없는 기자 XX” 등 인신공격성 글도 많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인 조기숙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이 뽑고 지지하는 지도자에게 무례하게 구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국민에게 수신료 받아 운영하는 KBS가 이렇게 다수 국민에게 모욕감을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지"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송 기자 사촌동생 인스타그램에도 비난 글

    전날 KBS 대통령 취임 2주년 특집 프로그램에서 송 기자는 북한 미사일 도발과 경제 실정 등 문 대통령에게 다소 불편한 주제의 질문을 가감 없이 던졌다.

    특히 "청와대가 주도해 야당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정국을 끌어가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에서 대통령께 ‘독재자’라고 얘기하는 것"이라며 "독재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느냐"고 문 대통령에게 ‘뼈직구’(뼈 때리는 직구)를 날렸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색깔론을 더해서 좌파독재 그런 식으로 규정짓고 추정하는 것은, 참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송 기자는 "그렇게 (독재자라고) 부르지만 만나야 할 상대라고는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이 같은 상황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때 경기방송 여기자가 경제 실정과 관련 "변화하지 않으려는 이유와 그 자신감의 근거를 알고 싶다"는 질문을 해 네티즌들에게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칭찬은 못할망정… 기본 잘 지킨 인터뷰"

    이번 네티즌들의 응집력과 비난 수위를 놓고 KBS·청와대 청원에 참여한 이들의 상당수가 '문슬람'(문재인+이슬람)이나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으로 불리는 강성 '친문 댓글부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들은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 공격을 받으면 집요하게 반격하는 습성을 가진 동물인 벌꿀오소리에 빗대, 스스로를 '문꿀오소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김태현 변호사는 이날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말을 끊는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을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이 문제 삼는 것 같다"면서 "기자가 그 정도도 못하면 기자 하지 말아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온라인에는 송 기자에 대해 긍정적 반응도 많다. "국민 마음을 속 시원하게 대변했다" "기자로서 당연한 질문"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 질문으로 보인다"는 것  등이다.

    KBS 정치부 기자 출신인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내 답답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담방송 중에서도 그나마 좋았던 건 송현정의 존재감이었다”고 토로했다.

    민 대변인은 “부드러운 품위를 갖추면서도 추가 질문으로 정곡을 찌르고, 필요할 땐 말을 끊고 들어가는 그를 보고 KBS가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는 안도감을 느꼈다”며 “송현정 기자가 대담 중에 인상을 쓰고 말을 끊었다며 힐난하는 기사를 봤는데, 칭찬은 못할망정 그런 기사를 쓰는 기자는 기자 자격이 없다. (송 기자의 인터뷰는) 기본을 잘 지킨 인터뷰였다”고 주장했다.

    KBS 기자 출신인 전여옥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송현정 기자는) 요즘 멸종상태이다시피 한 진짜 방송 언론인”이라며 “그녀는 인터뷰의 진면목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전 전 의원은 이어 “(송현정 기자는) 북한 ‘바르사체’(발사체) 미사일을 또 쏜 것에 대해서, 문 대통령을 독재자로 표현하는 문제까지 묻고 다시 묻고, 때로는 치고 빠지는 ‘현란한 투우사의 붉은 천’을 휘두르는 ‘인터뷰의 정석’을 보여줬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더듬고, 당황하고, 억지 미소를 짓는 표정관리로 최선의 방어를 했으나 결론은 송현정 기자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 SNS에서는 좌파들이 난리를 치고 있다”며 “청와대는 허를 찔렸다며 펄펄 뛰고 있을 거다. 몇 명 보직 날아갈 것이 확실하다. 그래도 송현정 기자는 절대 건드리지 말도록 우리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이 나라가, 이 국민이, 그리고 방송인이 우습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으니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