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발자에 거짓말 정황도… 살인미수, 협박, 우편법 위반에 혐의없음 처분
  • ▲ 경찰. ⓒ정상윤 기자
    ▲ 경찰. ⓒ정상윤 기자
    서울 강남경찰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택에 쥐약을 보내 고발당한 유튜버를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발인 측은 "경찰이 고발 사건에 대해 수사를 종결할 예정이라고 전화했다"며 "피고발자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고발인에게 거짓말로 ‘고발 취하’를 회유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검찰이 지난 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하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자택을 찾아가 협박한 유튜버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과 대비된다.

    경찰, '살인미수·협박' 유튜버 무혐의 처분

    3일 본지 취재 결과 강남서는 최근 살인미수와 협박, 우편법 위반 등으로 고발당한 유튜브 채널 '고양이뉴스' 운영자 원모 씨를 ‘혐의 없음’으로 처분할 것이라고 고발인 측에 연락했다.

    원씨는 지난 3월1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명박 집앞에서 쥐약을 선물한 유튜버’라는 제목으로 15분 가량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는 원씨가 약국에서 ‘스트라타젬 그래뉼’이라는 쥐약을 사서 포장한 뒤 이 전 대통령의 자택에 전달하려다 경호를 맡은 경찰에 제지당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 직후 원씨는 쥐약을 이 전 대통령 주소로 택배 배달했다.

    영상이 업로드된 뒤 같은달 19일 원씨는 ‘정의사회구현을 위한 청년연합(정구연)’으로부터 살인미수와 협박, 우편법 제52조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했다. 현행법상 쥐약 같은 독극물을 우편으로 발송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특히 포장상태에 따라서는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그러나 수사를 맡은 강남서 형사4팀은 원씨에 대한 피고발자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정구연'에 따르면 강남서는 지난달 19일 원씨에 대한 고발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종결하겠다고 고발자에게 통보했다. 강남서는 수사과정에서 피고발자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정구연 측은 설명했다.

    정구연 측은 "경찰이 '상황이 애매해서 죄가 되기 어려워 피고발인을 소환할 수 없다'고 했다"며 경찰 수사행태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정구연 관계자는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 있다”며 “일개 팀의 판단이 아니고 윗선에서 수사종결을 지시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강남서, 원씨 조사도 않고… 거짓말로 고발자에 취하 요구

    강남서가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사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강남서 형사4팀은 지난달 2일 고발자 진술 중 “피해자인 이 전 대통령이 처벌을 원하지 않으니 살인미수와 협박 건에 대한 고발은 취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고발자는 경찰 요구대로 고발을 취하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처벌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구연 측은 “경찰이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으니 살인미수와 협박 부분을 취하해 달라고 회유했다”며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경찰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 ▲ 유튜브 채널 <고양이뉴스> 운영자 원모씨가 약국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할 쥐약을 구매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 유튜브 채널 <고양이뉴스> 운영자 원모씨가 약국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할 쥐약을 구매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에 대해 강남서 형사4팀 오준오 경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수사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 일단 끊겠다”고 말했다.

    강남서 “수사 중이라 할 말 없다”... ‘윤석열 욕설’ 유튜버 압색과 대비

    문제는 협박 등 같은 혐의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수사기관이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는 점이다.

    경찰이 ‘좌파성향’ 유튜버를 무혐의 처분한 반면,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하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자택을 찾아가 협박한 유튜버에 대한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신응석 부장검사)는 2일 오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김모(49) 씨의 서울 서초구 자택, 종로구 소재의 개인 방송 스튜디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했다.

    '애국닷컴' 대표로 활동하는 김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에 대한 검찰의 결정을 앞둔 지난달 24일 윤 지검장 자택 앞에서 유튜브 방송을 했다. 그는 방송 도중 "무언의 암시를 주기 위해 여기(윤 지검장 자택) 왔다"며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압박하려고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윤 지검장의 차량번호를 알고 있다"며 날달걀 2개를 보여주는 등 윤 지검장 차량에 달갈을 던지겠다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윤 지검장 차량이 나오면) 차량에 가서 그냥 부딪히겠다"면서 "자살특공대로서 너(윤 지검장)를 죽여버리겠다는 걸 보여줘야겠다"고 했다.

    ‘MB 쥐약’ 죄질 더 나쁜데도 무혐의…경찰 내부서도 비판

    법조계에선 ‘MB 쥐약 우편’ 유튜버가 죄질이 더욱 중하고 나쁜데도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봤다.

    한 법조계 인사는 “쥐약을 보낸 것은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이 가능한 사안”이라며 “그런데 피고발인조사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고발인에게 거짓말로 고발취하를 유도한 것이 맞다면,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도 “우편금지물품인 쥐약과 같은 독극물을 택배로 발송하는 행위는 우편법 위반”이라며 “명확하게 현행법을 위반했는데도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편법 제52조에 명시된 '우편금지물품 발송의 죄'에 따르면, 이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물건을 몰수하도록 돼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비상식적’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경찰관은 “고발사건에 대해 피고발인조사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한 것은 수사의 ABC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