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반민주적"… 조응천 "사보임 각오로 반대"… 홍영표, 기자들 질문 피해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뉴데일리 DB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뉴데일리 DB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 문무일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반발하자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민주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은 반박성명을 내면서 맞섰지만, 조응천·금태섭 의원 등 여당 내 일부 '소신파'의 목소리까지 겹치자 사태 수습에 진땀을 빼는 모양새다. 

    해외출장 중인 문 총장은 1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수사권 조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국회에 올라간 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덜어내고, 경찰에 1차 수사지휘권 및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직 사정기관의 수장이 해외출장 중에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 견해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국회가 현재 논의 중인 수사권 조정안 등이 민주적 형사사법체계를 훼손한다고 검찰이 판단했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은 당초 오는 9일 귀국하려던 일정을 앞당겨 4일 귀국하기로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총장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다. 사실상 항명으로 비칠 수 있는 공개 반발"이라며 "즉, 문재인 정권과 여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처리가 얼마나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은 것인지를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견제받지 않는 권력" 검찰 비판

    민주당은 검찰의 권한을 축소해 경찰에 나눠 줘야 한다는 기존의 견해를 강조하며 검찰의 '조직이기주의'에 쓴소리를 날렸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총장님, 이런 측면은요?'라는 제목의 반박글을 올렸다. 그는 "우리 검찰이 유례 없이 많은 권한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간혹 부정적 사례가 국민들로부터 많은 질타가 있었다. 즉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라며 "우리 경찰은 지난 65년간 사실상 범죄예방과 수사·치안의 중추 역할을 맡아왔으나 수사지휘권의 그늘에서 많은 자존심의 상처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검찰은 권력집중의 부작용 모르는 척 말고 개혁을 수용해야 한다. 권력분산이 민주주의니까 경찰에 나눠 주자는 것"이라며 "한 몸에 두 칼 쥐니 가짜 간첩, 거짓 내란범 만들기, 내 식구 감싸기가 가능했다. 검찰은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의 여망대로 조직이기주의를 벗어던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총장의 반발을 이미 예상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그간 검찰이 밝혀온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 조직논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검찰 중에 다는 아니지만 대략은 그런(반대) 의견이 있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또 그런 우려 중에도 '완전히 그르다'고 할 수도 없고, 일정부분 일리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한번 논의는 해봐야 되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조응천 "사·보임 각오로 반대"

    민주당은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에 올린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법 등에 당 내부에서 비판이 잇따르자 곤혹스러워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조응천 의원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초 취지와는 정반대로 결론지어진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법사위 패스트트랙 심의과정에서 (당론에 따라 찬성해야 한다면) 사·보임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조 의원이 반대하는 이유는 검찰의 1차 수사권이 그대로 보장됐고, 경찰 또한 정보업무까지 전담해 비대화됐다는 점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 직후 조응천 의원의 반대에 대한 견해를 묻자 “나중에 이야기하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문무일 총장의 사표설까지 나온다”는 등의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금태섭 의원은 지난달 11일 페이스북에 공수처 신설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저는 그런 반대 말씀을 드렸지만, 이후 의원총회에서는 다수 의원들이 찬성하기에 당론을 존중하겠다고 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수처가 특별 권력기관이기에 '정권의 칼'로 악용될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다"며 강도 높은 주장을 펼치던 한 달 전 모습과 달라진 이유는 당으로부터의 일종의 압박이 작용한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