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적 받으면 20% 감점, 신인 20% 가점 '공천 룰' 가시화…현역 프리미엄 사라져
  • ▲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뉴시스
    ▲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뉴시스

    내년 4월 총선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에 '전운'이 감돈다. 지도부는 선거 분위기를 띄우며 현역의원들의 입지를 좁히겠다는 '공천 물갈이'를 예고했다. 이해찬 대표의 파트너로 등판할 양정철 전 비서관이 다음달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친문체제를 강화하는 '큰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총선공천제도기획단은 16일 내년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은 전원 당내경선을 치르고, 정치신인에게는 심사단계부터 10%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거 공직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던 신인은 기존 경선 가산점 10%에 추가로 10%까지 받는 것으로, 총선에 첫 출마하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전 참모진이나 전 장관 등은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아울러 경선단계에서 경선 결과에 불복한 적이 있거나 탈당한 적이 있는 경우, 중앙당으로부터 징계나 제명당한 적이 있는 경우도 감산율을 20%에서 25%로 강화하기로 했다. 주류에 대한 '충성도'를 높게 평가하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서는 "친문체제를 위한 물갈이가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양정철 전 비서관이 먼저 연구원장 제안”


    이 대표는 특히 자신이 내건 '20년 집권론'의 첫 시험대가 될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걸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미 2012년 이 대표가 민주통합당 대표일 때 사무총장을 맡아본 바 있어 '한몸'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까지 합세해 비문계가 설 자리는 더 좁아진 형국이다.


    '문재인의 복심'으로 꼽히는 양 전 비서관에 대한 이 대표의 견해는 최근 묘하게 달라졌다. 당초 이 대표가 먼저 당직을 제안하자 정치에서 물러나 망설이던 양 전 비서관이 받아들였다는 설이 파다했지만,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만났을 때 양 전 비서관이 민주연구원장을 하고 싶다고 해서 제가 수용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먼저 만남을 제안한 쪽은 이 대표인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이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양 전 비서관이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총선의 전반적인 기획과 전략은 이·양 콤비의 '친문 순혈주의'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줄 잘못 서면 ‘샌드위치 신세’ 될 수도


    당장 현역의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천 배제 위기감이 현실로 닥쳤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위에선 누르고, 아래에선 치고 올라오는 판세가 예측된다”고 말했다.


    여당 지지율이 여전히 야당보다 높은 가운데 총선에 나설 경쟁자가 많아지고, 특히 호남과 수도권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친문 의원은 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인연을 쌓아둔 초·재선 90명에 몰려 있다. 초선의원들은 공천 걱정 없이 의정활동에 집중하고, 다선의원들은 지역구 관리에 여념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양 전 비서관이 정말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일단 올 가을까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 비문계는 구심점이 없는 모양새다. 박지원 의원과 함께 '박 남매'로 불리던 비문계 좌장 박영선 의원은 정권이 바뀌자 친문 이미지를 덧칠했고, 결국 중소벤처기업부장관으로 불려갔다. 새누리당 출신인 진영 의원도 행정안전부장관 러브콜에 손을 뻗었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비문계의 힘을 빼려고 장관 임명으로 사전에 포석을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힘 빠진 비문계… 靑 출신들 유리한 고지로


    현재 민주당은 4선 이상이 20명인데, 이 가운데 친문은 전무하다. 문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2012년 당시, 이들은 이미 재선의원이었다. 2015년 문재인 대표체제의 보궐선거 패배와 국민의당 분당으로 리더십이 흔들리는 사태를 두 눈으로 지켜봤고, 2016년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친노 컷오프'에서 살아남은 이들이다. 정치권에선 20대 총선에서 컷오프돼 무소속으로 출마해 복당한 이해찬 대표가 과거에 대한 '한'이 맺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같은 상황과 맞물려 '문재인 청와대 1기 남자들'이 여권 총선체제의 중심에 설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소통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이 줄줄이 출마할 예정이다. '리틀 문재인'으로 여겨지는 조국 민정수석 차출설도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탁현민 전 행정관도 입당해 요직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의 '친문 공천'이 가시화하면서 일각에서는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내에서 불거진 '친박공천파동' 상황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총선은 차기 대선 1년8개월 전이었고, 21대 총선도 차기 대선 2년 전에 실시된다. 청와대가 레임덕 현상을 최대한 방어하고 차기 대선에서 재집권을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하는 시점이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80석을 이야기할 때 청와대에서는 "100석이라도 좋으니 충성도 높은 의원들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 결국 청와대 주도로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발탁돼 친박 위주 공천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당·청 갈등은 심화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이 선거운동에 쓰이면서 최경환 전 부총리가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는 모습이 민심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많다. 결국 새누리당은 ‘옥새역풍’을 맞아 122석을 얻는 데 그쳐 원내 1당 지위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