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 폭발 때 발생해 전자장비 무력화…美, 첫 행정명령 발동
  • ▲ 미국 서부 지상 400km 고도에서 EMP 폭탄이 터졌다는 가정 하의 밤 풍경. ⓒ올아웃도어 닷컴 화면캡쳐.
    ▲ 미국 서부 지상 400km 고도에서 EMP 폭탄이 터졌다는 가정 하의 밤 풍경. ⓒ올아웃도어 닷컴 화면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전자기 펄스(EMP)’ 대응책 마련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미국은 민간분야까지도 EMP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EMP에 대한 국가적 대응력 조율’이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며 “이 행정명령은 EMP와 관련한 정보수집, 실험, 민간부문과의 조율 등 방어조치를 이행하도록 지시해 EMP 공격의 대응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은 “미국정부가 EMP 위험을 공식 거론하고, 정부차원의 대응방안을 적시한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EMP란 성층권 이상의 높이에서 핵폭탄을 폭발시킬 때 나오는 대량의 감마선이 대기 중의 전자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전자기 펄스를 말한다.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수십~수백kv의 전류가 대기를 통해 지상에서 퍼지기 때문에 거의 모든 전자장비를 무력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냉전시절부터 EMP 대응능력을 키우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1986년에는 군사규격(MIL-STD) 461F를 제정, 군용 장비들은 EMP 공격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었다.

    2000년에는 미 정부 산하에 ‘EMP위원회’가 설치됐지만 “쓸모 없다”는 여론에 밀려 2017년 9월 해체됐다. 그러나 이후 북한의 행동 때문에 EMP 대응역량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북한은 EMP위원회가 해체된 달 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북한 선전매체 <노동신문>은 당시 김정은의 핵무기 연구소 시찰 소식을 전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폭탄이 목적에 따라 초강력 EMP 공격까지 할 수 있는, 다기능화된 열핵 전투부”라고 주장하며 미국을 위협했다.

    “EMP 공격, 전력망 등 무력화 통해 치명적 피해” 분석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명령은 또한 국방부·국무부·국토안보부·상무부·에너지부·국가정보국장실(DNI)·연방재난관리청(FEMA) 등 각 정부부처와 기관들이 EMP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상호 조율하고 효율성을 높이도록 했다. 동시에 주요 사회기반시설의 EMP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민간부문의 혁신도 장려하도록 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면 할 것”이라며 “EMP 대응역량 향상에 대한 포괄적 지침을 담은 이번 행정명령은 현존하는 위험과 미래 위협까지 경계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약속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2017년 말 ‘2018 국방수권법’에 EMP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위원회 구성 예산 300만 달러(약 34억1000만원)를 배정하고, 향후 20년 동안 이를 연구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 연구만으로는 전력망·상하수도·연료공급망·교통통제체계 등 민간분야의 EMP 대응역량까지 강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제임스 울시 전 미 중앙벙보국(CIA) 국장,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사무차장 등은 EMP 공격이 핵폭탄 공격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미국 언론 또한 EMP 공격으로 전력망·상하수도와 각종 통신망 등이 못쓰게 될 경우 몇 달 이내에 미국인의 90%가 사망할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