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영국 후보로 합쳐... 1위 지지율 한국당 "여야 단일화 처음 본다"
  • ▲ 경남 창원성산에서 치러질 4.3 보궐선거에서 좌파진영 단일후보로 확정된 정의당 여영국 후보. 여 후보가 25일 반송시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 경남 창원성산에서 치러질 4.3 보궐선거에서 좌파진영 단일후보로 확정된 정의당 여영국 후보. 여 후보가 25일 반송시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창원 성산지역구 단일후보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선출됐다. 권민호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다. 현재 여 후보에 근소한 차이로 1위 지지율을 점한 자유한국당은 "살다살다 여야가 합치는 이런 단일화는 처음 본다.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반응이다.

    25일 오후 4시30분쯤 여 후보와 권 후보 선거본부는 이 같은 단일화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여 후보는 이날 오후 창원 반송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을 반드시 꺾고 승리하라는 창원시민들의 마음이 단일화를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큰 결단을 내려주신 민주당 관계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불리한 결과 예측에 '꼼수'쓴 민주당?

    창원 성산은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지역구로, 당초 정의당 텃밭으로 분류됐다. 가장 최근에 조사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은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18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MBC 경남' 의뢰로 16~17일 양일간 창원 성산 거주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포인트) 조사한 결과, 강기윤 한국당 후보가 30.5%,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29.0%, 권민호 민주당 후보가 17.5%의 지지율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낮은 지지율 탓인지,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21일 공식 선거운동 개시 후 단 한 차례도 창원을 방문하지 않았다. 반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선거운동 시작과 동시에 창원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지원유세에 앞장섰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재·보궐선거에서 승산이 없는 민주당이 한 발 뺀 것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승산 없는 선거에 발을 담갔다 자칫 '집권여당에 대한 여론 심판'이라는 프레임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전략적으로 해당 지역구를 정의당에 넘긴 것 아니냐는 의미다.

    실제로 이날 단일화 발표 이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 성산은 정의당 몫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은 현재 창원에 한 번 내려간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 ▲ 21일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경남 창원성산 지역구를 찾아 강기윤 후보 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뉴데일리DB
    ▲ 21일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경남 창원성산 지역구를 찾아 강기윤 후보 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뉴데일리DB
    한국당 "2중대에 투항한 민주당, 집권당 자격 상실"

    한국당은 민주·정의당 단일화에 바짝 날을 세운 모습이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직후 논평을 내고 "살다살다 여야 후보 단일화는 처음인데 지금껏 이런 야합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선거 시작 후 창원 성산에 코빼기도 한 번 내비친 적 없다. 잘난 집권여당이 애초부터 2중대에 백기투항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집권여당이 야합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집권당 자격을 상실했다. 이는 대국민 배신행위"라며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주 창원 유세현장에서 '한국당 한 석 더 늘어나봐야 국민 골치만 아파진다'고 했는데, 정의당이 의석수 하나에 목 매는 건 알겠지만, 한국당을 지지하는 창원 시민에 대한 모독은 삼가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단일화 발표 이전 황 대표 역시 창원 현장회의에서 "집권여당이 5석 미니정당에 후보를 내주고 발을 빼는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국민 심판이 두려워 위장 여당을 앞장세우는 유권자 기만이며, 2중대 밀어주기 행태"라며 "대통령은 개성 챙기고 여당 대표는 베트남 가고, 대체 창원과 통영은 누가 지키나"고 반문했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 역시 "국정운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여당과, 이를 심판해야 할 야당의 이 같은 행태는 국민이 가진 마지막 기대마저 저버리는 것으로, 차라리 민주당과 정의당의 합당을 통해 자신들의 실체를 고백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도 "민주당, 경제 실패 책임 회피한 것"

    다른 야당들도 비슷한 지적을 쏟아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말이 단일화지, 민주당이 정의당에 양보하는 것이다. 결론은 이미 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화는) 정권에 대한 중간심판인 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이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의당 뿌리는 민주노총 PD 계열인데 기업 옥죄는 정당에 창원경제 맡긴다는 게 민주당이 말하는 정책인가"라고 지적했다.

    여영국 정의당 후보와 권민호 민주당 후보의 단일화는 지난 24~25일 창원 성산지역구를 대상으로 한 이틀간의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공직선거법과 양측 후보 합의에 따라 여론조사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권 후보는 이날 오후 6시쯤 성산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사퇴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