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文정부 '예스맨'으로 전락…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 유승민 연설과 비교
  •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뉴데일리 DB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뉴데일리 DB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에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올랐다. 40여 분 동안 이어진 그의 교섭단체대표연설엔 여당 의원들만 공감을 표했다. 4년 전 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당당히 주장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해 야당의 박수를 받았던 때와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홍 원내대표의 연설에서는 현 정부를 향한 여당의 '충언'이나 공동책임에 따른 반성론은 언급되지 않았다. 불평등 심화, 양극화 문제 등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제시된 현 정부 '포용국가론'을 옹호하며 이전 정권의 정책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도 촉구하며 친문계인 그의 성향답게 문재인 정부의 '예스맨'으로 일관했다.

    반면, 야당을 향해선 불만을 드러냈다. 5·18 폄훼 발언, 최순실 태블릿 조작설 등을 열거하면서 "가짜뉴스로 진실을 왜곡하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통째로 부정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정치냐"라며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그러자 한국당 의석에서 "내로남불" "드루킹 댓글조작부터 밝혀라" "누가 할 소리를 하고 있느냐"는 등 고성이 터져 나왔다.

    홍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인상 과정에서 경제 전반을 세밀히 살피지 못한 점도 있다. 조금 더 가다듬고 보완하겠다"면서도 "포용적 성장은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단언했다.

    최근 결렬된 미북정상회담을 두고는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사이에는 깊은 신뢰와 심리적 유대감이 형성돼 있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협상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우리의 '촉진자'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당사자"라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北 동창리 발언은 '오락가락'

    그는 이어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북한 동창리 동향은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잘못 진전되면 향후 협상에 큰 난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남북관계 긍정론에 대한 여당의 '직언'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연설을 마친 홍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동창리 발언에 대해 "언론 보도에 기초해 연설을 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을 뒤집었다. 연설에 적힌 내용은 자신의 소신과 결이 다르다는 견해를 내보인 것이다.

    한편 2015년 4월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연설은 집권 3년차 박근혜 정부를 향한 '쓴소리'가 담겨 정치권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유 대표는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 부족은 22.2조원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中)부담-중(中)복지'를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정치권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세금과 복지의 문제점을 털어놓고, 국민과 함께 우리 모두가 미래의 선택지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그분의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고 인정했다.

    이에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우리나라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었다"며 "박근혜 정부의 조세정책, 단기부양책, 부동산정책 등 잘못된 실책에 대한 비판과 야당과 함께하자는 제안에 동의한다"고 환영했다.

    당시 청와대는 직접 대응하지 않았지만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여당 원내대표가 자신의 주장을 너무 앞세우는 것 같다는 불만이었다. 결국 당청관계는 '국회법 파동'으로 악화일로를 겪다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는 직격탄을 날려 '유승민 사퇴론'까지 불거지게 됐다.

    유승민 "지금 여당, 행정부 견제기능 완전 실종"

    지난해 1월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대표는 '평창올림픽 기간 정쟁을 중단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에 대해 "(나도) 정부·여당을 오래 했지만 할 말을 다했다"며 "민주당이 지난 8개월 하는 것을 보니 여당으로서, 여당 이전에 국회인데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이 완전히 실종됐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홍 원내대표는 이번 대표 연설 말미에 "대한민국임시정부 건립 100년을 맞아 20대 국회가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갑시다"라며 "나와 내 편이 아닌, 모두를 포용하는 통합의 원을 그려 나갑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응은 차가웠다. 4년 전 유 의원의 연설이 협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과 달리, 현 시점에서 도로 정쟁과 불신만 낳는 정치로 퇴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野 "홍영표 연설, 국민 인식과 떨어져"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경제·안보분야에서 국민 인식과 차이가 많이 있었다"며 "경제 어려움을 얘기하는데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한 부분이나 하노이회담 결렬의 가장 큰 문제점인 북한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발언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제조업 르네상스' '일터 혁신' 등 듣기에 좋은 말들만 늘어놓았다"며 "그렇게 좋은 말들이 쏟아지는데도 왜 우리 경제는 가라앉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고 자화자찬만 있었다"고 꼬집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도 "임금 양극화 (해소)와 사회적 대타협을 양극화 해소책으로 제시했다"며 "이것은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은 접근으로서 또 다시 실패가 예정된 수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