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우상호, 중기 박영선, 행안 진영 모두 ‘비문'…‘여당 내 야당’ 차단, 결집 시도
  •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뉴데일리DB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뉴데일리DB
    더불어민주당 비문계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는 모양새다. 임종석‧백원우‧양정철 등 친문계 인사들이 속속 당으로 복귀해 내년 총선 진용을 꾸리는 반면, 비문 인사들은 거꾸로 이번 주말로 예정된 ‘입각’을 위해 당 중심부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 상태로 총선을 치를 경우 향후 민주당내 권력지형은 친문 인사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비문 의원들의 이번 입각 전제조건은 ‘총선 불출마’다. 명분은 ‘입각’이지만, 실제로는 ‘비문 밀어내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해찬, 양정철·임종석·백원우·권혁기 잇달아 접촉

    이해찬 당대표가 최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과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친문 인사들에게 내년 총선에서의 역할을 주문하기 위해 접촉면을 넓히는 셈이다.  

    우선 임 전 실장은 지난해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조율하고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을 맡았던 만큼 당내 특별위원회 위원장이나 고문 등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본격 총선 태세에 들어가면 서울 서대문구갑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백 전 비서관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 같은 당의 제안에 백 전 비서관도 긍정적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권 전 관장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용산구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들은 지난달 18일 민주당에 복당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양 전 비서관의 정계복귀도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양 전 비서관은 총선에서 현역 의원 평가, 여론동향 파악, 주요 정책 발굴 등 역할을 할 민주연구원장 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임종석 서울 서대문갑, 권혁기 서울 용산 출마설

    반면 주요 비문 인사들은 이번 주 후반으로 예상되는 개각을 기점으로 당에서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현재 입각이 예상되는 당내 인사는 우상호·박영선·진영 의원이다. 각각 문화체육관광부·중소벤처기업부·행정안전부장관에 발탁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비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권 일각에서 이들의 입각설을 두고 ‘탕평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들에 대한 인사는 ‘친문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피해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친문의 당 장악을 위해 비문을 내보내는 작업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당 내 야당’이 생기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여당 내 야당,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

    실제로 민주당은 최근 무소속 손금주·이용호 의원의 입‧복당을 불허한 바 있다. 이들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당시 타당 소속으로 민주당 후보 낙선활동을 했다는 점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당 밖 비문 인사들에 대해 문을 닫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비문계는 “당이 순혈주의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봉쇄작전’에는 문재인 정부의 위기설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정부는 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로 인한 남북 정세 변화, 집권 후반기 진입에 따르는 조기 레임덕 등으로 위기를 맞았다. 여당의 적극적인 ‘내치’가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 내 야당’ 세력이 확산하면 국정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8개월간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마감하고 ‘황교안 체제’로 들어선 점도 여당의 조급함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계기로 우파가 집결하면 4월 재·보궐선거는 물론, 차기 총선에서도 승산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견고한 ‘친문 진영’을 꾸려 총선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친문-비문 간 갈등 ‘도화선’ 가능성

    이러한 노골적인 움직임이 친문-비문 간 갈등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문 핵심이 총선을 주도할 경우 공천 과정에서 친문 인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고, 이에 비문계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6·13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친문 인사들이 ‘친문 마케팅’을 펼쳐 비문 인사들이 소외되는 분위기였다. 현재 민주당 원내대표선거도 친문계 인사가 유력하지 않으냐”며 “‘집권 여당’이라는 최대 무기로 비문 의원들이 잠자코 있지만, 집권 후반기로 들어선 총선 때도 소외가 계속된다면 그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망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총선 당시에도 비문 인사들이 ‘친문 공천’에 반발하며 집단탈당한 이력이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이 민주당을 나와 국민의당을 창당한 사건이다. 당시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정당투표율에서 민주당을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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