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취재/새만금 게이트②] 구조계산 설계도면과 달라…관리감독 농어촌공사 책임 회피
  • ▲ 2015년 10월 12일 사망사고가 발생한 새만금 공사현장 모습. 슬래브가 찢어져 철근이 너덜거리고 있다. ⓒ독자 제공
    ▲ 2015년 10월 12일 사망사고가 발생한 새만금 공사현장 모습. 슬래브가 찢어져 철근이 너덜거리고 있다. ⓒ독자 제공

    2015년 10월 발생한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방수제 공사장 사망사고의 원인 중 하나가 구조설계 부실임을 보여주는 정황이 나왔다. 설계도면에 있는 하중값이 구조설계 계산서에 빠져 있거나 부재(H빔)를 대상으로 진행된 구조계산값도 엉터리였던 것으로 <뉴데일리> 취재결과 확인됐다.

    구조설계는 구조 계산에 의해 구조물의 안전을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구조체의 도면을 작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구조설계가 잘못되면 건축물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앞서 본지는 사망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설계 부실'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기사 [탐사취재]1000억 부실… 농어촌공사 '새만금 타워'

    이같은 사실은 결국 새만금방수제 공사현장 사망사고는 '설계 부실'에 이어 구조설계의 '부실'에 따른 것으로, 시공사의 불법적 행태와 농어촌공사의 관리감독 '부실'이 낳은 '인재(人災)'였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3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새만금지구 방수제 만경3공구 건설공사의 구조설계계산서(이하 구조계산서)에는 만경3공구 공사 설계도면에 있는 하중값이 누락되거나, 부재의 구조검토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 구조계산서는 시공사인 삼부토건의 의뢰로, M구조기술사사무소에서 작성했다.

    설계도면 ↔ 구조계산서, 하중값 서로 달라 

    우선 사고가 발생한 전망데크 부분의 경우 하중값을 구성하는 하중 종류가 설계도면과 구조계산서가 달랐다. 

    설계도면에는 전망데크의 고정하중 종류로 △조경공사 △THK100무근콘크리트 △THK20보호몰탈 △비노출복합방수 △THK15고름몰탈 등 5가지를 명시했다. 

    하지만 삼부토건이 농어촌공사에 제출한 구조계산서에는 전망데크의 고정하중 종류로 △방수 및 몰탈 △콘크리트 슬래브 등만 있었다. 

    삼부토건 측의 구조계산서는 이를 근거로 고정하중값을 4.20kN/㎡로 계산했다. 'kN/㎡’는 단위면적 당 하중을 나타내는 단위로 1kN/㎡는 1㎡당 1kN(102.04kg)의 하중이 가해진다는 의미다. 4.20kN/㎡는 방수 및 몰탈 30mm(0.60kN/㎡)과 콘크리트 슬래브 150mm(3.60kN/㎡)의 하중값을 더한 수치다.
  • ▲ 삼부토건이 M구조기술사사무소에 의뢰해 제작한 새만금방수제 만경3공구 구조설계계산서. 설계도면에 기재된 
 일부 자재의 하중값이 누락돼 있다. ⓒ독자 제공
    ▲ 삼부토건이 M구조기술사사무소에 의뢰해 제작한 새만금방수제 만경3공구 구조설계계산서. 설계도면에 기재된 일부 자재의 하중값이 누락돼 있다. ⓒ독자 제공
    설계도면에 있는 하중 종류를 구조계산 단계에서 제외할 수 있는 걸까. 업계 전문가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본지는 하청업체가 A구조설계사무소에 의뢰해 해당 설계도면을 근거로 하중값을 계산한 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설계도면 상에 있는 5가지의 고정하중 종류를 근거로 전망데크 고정하중값은 7.1kN/㎡이었다. 즉, 삼부토건 측 구조계산서의 하중값은 실제 하중값보다 70%가량 적게 계산됐던 것이다.

    전망데크의 문제만은 아니다. 휴게공간은 삼부토건 측의 구조계산서에는 고정하중값이 4.40kN/㎡였으나, A구조설계사무소의 결과치는 5.40kN/㎡이었다. 지붕층 역시 고정하중값이 달랐다.

    구조설계 전문가는 "설계도면에 있는 하중 종류를 임의적으로 제외하고 하중값을 계산할 순 없다"며 "하중값이 잘못 계산되면 결국 붕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구조설계 전문가도 "하중값이 잘못 계산되면 건물이 무너지지 않더라도 지붕이 처지거나 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설계도면과 다른 하중값 계산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이어 "충남 아산에서 공장 지붕이 붕괴됐던 사고나, 경주에서 리조트 지붕이 붕괴된 것도 하중값의 오류 때문에 발생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 ▲ 사고 발생 후 하청업체가 다른 건축사무소에 의뢰한 구조설계계산서. 삼부토건의 계산서와 달리 자재의 하중값이 모두 입력됐다. ⓒ독자 제공
    ▲ 사고 발생 후 하청업체가 다른 건축사무소에 의뢰한 구조설계계산서. 삼부토건의 계산서와 달리 자재의 하중값이 모두 입력됐다. ⓒ독자 제공
    H빔 구조 계산도 삼부토건 ↔ A사 서로 달라

    삼부토건이 제출한 구조계산서는 건축물의 메인 프레임이 되는 H빔(부재)의 구조검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0월에 발생한 사망사고는 전망대 설치를 위해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과정에서 H빔이 시공 중에 하중을 견디지 못하면서 일어났다.

    삼부토건 측의 구조계산서는 14개의 부재(H빔)에 대해 모두 'O.K'로 판정했다. 하지만 A사의 구조계산서에는 전망대에 들어가는 핵심 위치의 H빔 총 25개 중 10개가 안전하지 않다는 'N.G' 판정을 내렸다. 'O.K' 판정을 받은 15개 중 3개도 'SAY O.K' 판정이었다. 'SAY O.K'는 안전하다고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A구조설계사무소 관계자는 "경사부와 전망탑 연결부재는 횡령 및 경사에 따른 압축력 발생으로 1.33배에서 5.08배정도 부재 압축응력이 부족하고 휨응력은 1.164배에서 2.667배 정도 부족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말했다.

    하청업체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N.G가 난 부분에 대한 보강공사를 했다. H빔은 건축물의 메인 프레임으로 반드시 구조계산을 해놓아야 한다"며 "170m가 넘는 전망대를 지으면서 삼부토건이 구조검토를 이렇게 엉터리로 해놓았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 ▲ 새만금방수제 설계도면의 H빔 구조검토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부토건 측의 구조계산서는 모든 H빔에 대해 'O.K' 판정을 내렸으나(사진 왼쪽 붉은선), A사의 구조계산서는 일부에 대해 'N.G' 판정을 내렸다.ⓒ제보자 제공
    ▲ 새만금방수제 설계도면의 H빔 구조검토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부토건 측의 구조계산서는 모든 H빔에 대해 'O.K' 판정을 내렸으나(사진 왼쪽 붉은선), A사의 구조계산서는 일부에 대해 'N.G' 판정을 내렸다.ⓒ제보자 제공
    농어촌공사, "시공사 측에 문의하라" 책임 회피

    구조계산의 부실에 대해 농어촌공사 측은 "저희 쪽의 책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공사의 관리감독은 농어촌공사가 맡았다. 농어촌공사 측은 "농어촌공사가 삼부토건에 새만금방수제 만경3공구의 공사를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로 책임지는 턴키(turn-key)방식으로 발주했기 때문에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측에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농어촌공사가 발주처이기는 하지만 공사를 삼부토건에서 턴키방식으로 수주를 했기 때문에 사고의 책임은 삼부토건에 있다”며 “농어촌공사도 관리적인 부분에서 도의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나름대로 성실하게 공사감독을 진행했고 사전 검토도 충분히 했다"고 말했다.

    본지는 삼부토건에도 새만금방수제 만경3공구 구조설계 부실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