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조작논란' 전자투개표기와 선관위 장악 의혹②… 김용희씨 취임 후 수의계약으로 대박
  • ▲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합뉴스
    ▲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합뉴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용희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사무총장과 선거투개표 시스템 생산업체인 '미루시스템즈'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김용희 사무총장과 미루시스템즈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정황이 <뉴데일리> 취재결과 드러났다. 

    김용희 사무총장이 A-Web 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이 회사의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와 A-Web이 발주한 선거투개표기 관련 사업에서 미루시스템즈는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계약을 따냈다. 2010년까지 연매출액은 40억~80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수준이던 이 회사는 김용희씨가 A-WEB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2013년부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 2017년에는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채익 의원실이 받은 선관위 자료 입수

    업계 일각에서는 김용희 사무총장이 입찰정보를 이 회사에 미리 알려줬다는 주장도 공공연하게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A-Web과 미루시스템즈 간 입찰현황' 등의 자료를 19일 단독입수했다. 자료에 따르면 미루시스템즈는 지난해 5월 A-WEB이 공고한 ‘엘살바도르 공화국 선거 ICT 선진화 지원사업’에 선거장비(개표결과 전송 단말기) 1800대를 공급했다. 계약금액은 15억5550만원이다. 해당 입찰에는 미루시스템즈 외에는 응찰한 업체 없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A-WEB는 한국 선관위 주도로 만들어진 비영리 국제기구이다. 한국 선관위는 이 단체에 참여한 개발도상국에 전자투개표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미루시스템즈는 같은 해 6월과 11월에도 수의계약으로 수십억 원대의 계약을 따냈다. 이들 사업은 선관위가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등의 명목으로 A-Web에 돈(보조금)을 집행한 사업이다. 2017년 6월의 경우 '피지 공화국 투개표 선진화를 통한 선거관리 역량 강화' 명목으로 4억 8880만원을, 11월에는 ODA 기반조성 사업 명목으로 1억여원을 지원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선관위가 A-Web에 지급한 돈은 총 76억 5000여만원에 달했다. 이 중 미루시스템즈가 투개표 장비 구매 사업 등의 계약을 통해 가져간 돈은 전체의 28%가량인 21억 4000여 만원이다.

    선관위, 2013년부터 A-Web에 325억원 지급

    미루시스템즈는 2016년에도 선관위의 에콰도르 공화국 투개표장비 공급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계약규모는 12억4900만원이었다.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A-WEB 등 선관위는 지난 2013년부터 지난 6월까지 총 43건, 325억3000만원 상당의 사업을 미루시스템즈와 진행했다.  

    선관위 측은 이에 대해 "당시 선거장비 입찰공고에 대해 응찰을 해온 업체가 미루시스템즈 밖에 없었기 때문에 유찰에 의한 수의계약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 ▲ 김용희 A-Web 사무총장. ⓒ연합뉴스
    ▲ 김용희 A-Web 사무총장. ⓒ연합뉴스
    김용희 총장 취임 이후 적자→매출 ‘폭등’

    선관위가 발주하는 선거투개표 장비를 거의 '독점적'으로 수주하는 미루시스템즈의 감사보고서 등을 확인한 결과,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이 회사는 공교롭게도 김 사무총장이 A-Web 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매출액이 급등하며 흑자전환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0년까지 미루시스템즈의 연매출액은 40억~80억원을 맴돌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수준이었다.

    그러나 김 사무총장이 A-WEB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2013년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했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연매출 300억원, 영업이익 27억원을 기록했다. 이후에는 꾸준히 수백억대의 연매출을 냈으며 2017년에는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4년만에 매출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전북 정읍 출신으로 선관위 전자선거추진단장, 사무차장 등을 거쳐 2013년 10월 A-Web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2014년 11월에는 선관위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며 선관위의 실질적 권력을 거머줬다는 게 선관위 안팎의 증언이다.

    업계에선 미루시스템즈 급성장 배경에 김 사무총장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다. 김 사무총장이 입찰공고를 내기 전 입찰기준 등을 미루시스템즈에만 미리 알려줬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비상식적'으로 짧은 기간의 입찰공고에 미루시스템즈만이 입찰공고 기준을 충족한 게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선관위가 선거 관련장비의 입찰접수 기간을 한달 반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 기간 안에 선관위가 요구한 장비의 제안서와 샘플을 만드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결국 선관위에서 어떤 장비를 요구할 것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입찰정보를 알고 있는 업체만이 응찰이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입찰 공고 전에 미리 입찰정보 알려줘"

    2017년 A-WEB의 입찰공고서를 살펴보면 ‘A-WEB ODA 기반조성 사업을 위한 선거장비 구입’을 위한 유권자등록단말기 입찰공고는 2017년 6월 30일에 이뤄졌다. 마감일은 같은해 8월 16일이었다.

    이 관계자는 "2013년 4월 상반기 국회의원 재보선부터 사전투표제가 시작되면서 선거에 각종 전자장비 도입이 이뤄졌다"면서 "복잡한 기계 장비를 한달 안에 준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작업으로, 미루시스템 외에 다른 회사가 응찰을 안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루시스템즈의 심상민 이사는 "2013년 이후부터 매출이 급격히 오른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자료이기 때문에 상세히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김용희씨는 2013년 10월 A web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은 19일 오후 뉴데일리에 전화를 걸어와 "조원진 의원실 자료를 인용한 것 같은데, 기사 내용 대부분이 엉터리이고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원진 의원실 자료의 어느 부분이 사실무근인지, 기사의 어느 대목이 사실무근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