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국비로 불온방송 지원, 어이없다"… 법조계 "불법 방송에 세금… 국보법 위반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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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북한 방송 '조선의 소리'와의 공동 제작을 위한 재원을 내년 예산안에 편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의 소리는 북한의 대외 선전용 매체로, 불법·유해 사이트로 분류돼 국내에선 접속이 불가능하다.

    1일 방통위가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2019회계연도 예산안 사업 설명자료에 따르면, 방통위는 'KBS 대외방송 프로그램 제작비'로 내년도 예산 50억 600만원을 편성했다. 정규프로그램 제작비 29억 5900만원, 특집 프로그램 1억 3800만원, 기타 제작비 19억 900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8개국 언어로 방송하는 북한 선전매체

    지난 2006년부터 방통위는 방송법 제54조에 따라 매년 30~50여억원 규모로 KBS 대외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해오고 있다. 방송법 제54조에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국제친선 및 이해증진과 문화·경제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대외방송과 외국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대상으로 민족의 동질성을 증진할 목적으로하는 사회교육 방송에 제작 지원한다'고 명시돼있다.

    방통위 측은 "북한 국제방송 '조선의 소리(8개언어 방송)' 공동제작을 통해 남북한 바로 알리기 특별사이트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 소개했다. 목적은 '한반도 평화정착 '세계 여론 선도'다.

    논란의 중심에 선 '조선의 소리'는 북한판 KBS다. 김일성 · 김정일 · 김정은 일가를 찬양하는 북한 라디오 방송이다. 방송 시작 시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북한 국가를 연주한다. 방송의 주 내용은 북한 체제 선전,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서방 국가에 대한 비난 등이다.

    윤상직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방통위가 한 술 더 떠서 불법·유해사이트로 분류된 불온방송을 북한과 공동제작하자며 국비 지원을 검토한다니 기가막힐 노릇"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방통위 예산설명자료에서 국제방송 특집 프로그램으로 북한과 불온 방송을 공동제작하자고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방통위는 제발 상식에 맞는 행정을 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 구글에서 '조선의 소리' 사이트 접속을 시도할 때 뜨는 화면.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 구글에서 '조선의 소리' 사이트 접속을 시도할 때 뜨는 화면.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불법·유해사이트에 세금 지원… 국보법 위반 논란
     
    또 하나의 문제는 해당 사이트가 공식적으로 '불법·유해 사이트'라는 점이다.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는 검색해도 뜨지 않는다. 구글을 통해 검색하면 '관련 법령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불법 사이트로 분류돼 접근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나온다.

    국내 정부기관이 법에 명시된 주적 국가의 체제 찬양 방송 제작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 또 해당 사이트가 국내에서 불법·유해 사이트로 지정됐다는 점에서 이는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직 법조계 고위 인사는 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예산을 지원하려면 우선 불법 유해사이트로 지정된 것부터 해제를 하고 난 뒤에 해야 한다"며 "방통위가 관련된 법적 검토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개탄했다. 그는 "반국가단체로 돼 있으면 보안법 위반 논란이 생길 수 있어, 지원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면서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안검사 출신인 고영주 전 검사장 역시 "당연히 국가보안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 전 검사장은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작품을 만드는 데 우리 국비를 지원한다니, 이렇게 노골적인 정부 처사에도 처벌할 수 있는 기관이 사실상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고 전 검사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집권여당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6년 방문진에서 북한에 자유의 소리를 전하기 위해 '북한 방송 청취 확대 사업'에 1억원을 책정한 바 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어떻게 이따위 불순한 책동을 하느냐. 북한 주민이 외부 방송 듣는 것은 불법'이라고 하더라"면서 "이거는 불법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방통위, 논란 일자 "아직 제작 협의 안해"해명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아직 북한과 제작을 협의한 바는 없다. 남북관계가 개선돼 공동제작이 가능할 경우를 대비해 제시한 방안의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KBS의 북한 바로알기 제작비는 50억 중 1억 3천800만원에 불과하며, 그 중 '조선의 소리'와의 공동제작 비용은 1편 1500만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방통위 해명에도 사법부 출신 관계자들은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태훈 한반도인권과 통일을위한 변호사모임 대표는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게 구체적이지 않다. 지금부터 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김태훈 대표는 "국민의 혈세를 그렇게 불특정 집단에 갖다바친다는 것은 국보법 7조에 위반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