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美대사관, 방북 기업에 연락해 현황 파악"…외교가 "文 정부에 불신 드러내" 분석
  • ▲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한 재벌 총수와 경제단체장들이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한 재벌 총수와 경제단체장들이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정부가 한국은행과 컨퍼런스 콜을 갖고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을 따라 북한에 갔던 재벌 기업들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남북경제협력 사업 시행 여부를 확인했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청와대·외교부·기업 관계자들을 인용해 “주한 美대사관이 지난 9월 방북했던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등 주요 기업들에 직접 전화해 방북 때 논의했던 대북협력사업의 추진 상황을 파악했다”고 31일 보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주한 美대사관은 기업 외에도 북한산림복구사업과 관련해 산림청과도 별도로 접촉했다고 한다.

    ‘중앙일보’와 접촉한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은 남북 간 경제협력 사업의 현황 파악과 동시에 美北비핵화 협상에 앞서 한미 공조의 속도를 맞추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美재무부가 7개 한국 시중은행 준법감시인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대북제재와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경고한 일, 문재인 정부가 남북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美국무부가 “누구든 간에 대북제재는 지켜야 한다”는 성명을 거듭 내놓고 있는 점을 보면 ‘북한 비핵화 관련 한미 공조 속도 맞추기’라는 해석은 어색해 보인다.

    靑 "대북사업 확인 후 한미공조 조정하려는 것"

    ‘중앙일보’ 또한 “미국이 청와대나 외교부를 통하지 않고 국내 은행에 이어 민간 기업까지 잇따라 접촉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남북 경제협력 과속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민간 분야에 속도를 조절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풀이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부 관계자 또한 ‘중앙일보’ 측에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한다는 문재인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 미국이 주한 美대사관과 재무부를 통해 한국 민간과 관계 부처들 직접 챙기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를 ‘스킵(Skip)’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앙일보’는 “일부 기업은 혹시 모를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유관 3자 제재)’ 등에 대비하려고 비상 대책팀까지 가동 중인 것으로 안다”는 한 기업 관계자의 이야기도 인용했다. 주한 美대사관은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한 기업 가운데 남북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 중인 기업을 먼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 "美, 文 정부 못믿어 직접 챙기는 것"

    9월 평양을 찾은 주요 기업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용원 현대차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17명이다. 리선권 北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지금 목구멍으로 냉면이 넘어 가느냐”는 힐난은 받은 게 이들이다.

    주한 美대사관은 이들 외에도 북한산림복구 사업을 사실상 감독·관리하게 될 산림청에도 연락을 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북한산림복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19년 북한산림복구에 들어갈 예산은 1,137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