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 기민당 총재·3선 총리…親난민 정책 이후 여론 악화로 궁지 몰려
  •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최근 지방 선거에서의 참패에 책임을 지고 기독교 민주당(이하 기민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英BBC 등 유럽 주요 언론들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英BBC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한 기자회견에서 “내 (총리직) 임기가 끝나면 더 이상 어떤 정치적인 자리에도 앉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고 한다.

    메르켈 총리는 2000년 4월부터 중도 우파 성향인 기민당 대표를 맡아 왔다. 총리직은 2005년 11월부터 맡고 있다. 3선 총리에도 성공한 메르켈 총리지만 연정을 맺고 있는 기독교사회연합(이하 기사련)과 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이 10월 치른 바이에른 주와 헤센 주 지방선거에서 지지율이 10% 이상 떨어지는 등 참패하자 대표직 사퇴와 불출마 선언을 승부수로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독일 바깥의 언론들은 메르켈 총리가 이런 승부수를 내놓은 가장 큰 이유로 난민 문제를 꼽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시리아와 이라크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유입될 때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국가지도자다. 2015년 8월까지 독일이 받은 난민은 100만 명이었다. 이들을 수용하는데 소요된 예산은 120억 유로(한화 약 16조 원)으로 알려져 있다. 메르켈 총리가 난민을 처음 수용했을 때는 독일 사회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1월 1일 쾰른 역 일대에서 일어난 집단 성폭력 사건, 그리고 계속된 난민들의 흉기 난동, 차량 테러 등은 독일인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2018년 2월 메르켈 총리는 기민당과 기사련, 기민련과 함께 사민당까지 묶은 대연정을 시도했다. 우여곡절 끝에 연정에는 성공했지만 난민정책 때문에 내홍이 일었다. 독일에 정착한 난민들이 자기 가족들을 초청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두고 기사련과 사민당이 정면충돌한 것이었다. 결국 ‘난민의 어머니’라 불리던 메르켈 총리마저도 정책을 일부 수정, 무조건적인 난민 수용에 제동을 걸었다.

    난민 문제 이후 '극우' 쪽으로 지지층 이동
    2015년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난민 문제, 독일 내 이민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터키인들의 이슬람 정치세력화 시도 등은 독일 국민들이 ‘극우’로 알려진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편에 서도록 만들고 있다. 이들이 중도 우파를 표방하는 메르켈 총리 측 정당(기민당, 기사련)의 지지층을 빼앗아 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美블룸버그 통신은 다른 시각에서 메르켈 총리가 위기를 겪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전 세계적 증시 하락 경향과 관련해 메르켈 총리가 당 대표 사퇴와 2021년 이후 총리 도전 포기를 밝힌 뒤 DAX 지수가 이날 2.2%나 반등한 것을 두고 “독일을 비롯한 EU 기업들은 메르켈 총리의 긴축정책이 조금이나마 완화되고, 그가 물러나게 되면 새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