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민해방군 DF 시리즈 중거리 탄도미사일 대부분 INF 체결 후 개발…한반도·일본·괌 향한 핵미사일 수백여 기
  • ▲ 1987년 소련과 맺었던 중거리 핵전력 감축 조약(INF) 파기를 거듭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987년 소련과 맺었던 중거리 핵전력 감축 조약(INF) 파기를 거듭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1987년 러시아와 맺었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을 파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미국과 직접 조약을 맺은 러시아보다 ‘옆 동네’ 중국이 더 흥분해 날뛰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기존의 INF 체제를 끝내고 현재 중국이 자랑하는 ‘둥펑’ 미사일을 군축 대상에 넣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이는 지난 22일 트럼프 美대통령이 직접 이야기함으로써 사실로 확인됐다.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체결 당시 상황

    INF를 체결할 당시 세계는 냉전 체제를 조금씩 허물어 갈 때였다. 그러나 불과 3년 전이었던 1984년, 유리 안드로포프가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을 때까지만 해도 미국과 소련은 유례가 없는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특히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겨냥해 소련 동부전선에 배치해 놓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SS-20은 서유럽 국민들에게 ‘핵전쟁’의 악몽을 선사했다.

    1975년 개발된 소련의 SS-20(소련 명칭 RSD-10 파이오니어)은 길이 16.5m, 폭 1.8m, 발사 총중량 37.1톤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1.6메가톤의 수소폭탄 핵탄두를 장착하고 최장 5,000km까지 날아갈 수 있었다. SS-20이 처음 등장했을 때 눈길을 끈 이유는 바로 이동식 차량발사대(TEL)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소련이 1979년부터 동유럽 14곳에 SS-20을 배치하면서 미국과 서유럽의 위기감은 커졌다. 미국은 서유럽의 성화에 못 이겨 서독 등에 핵탄두를 장착한 ‘퍼싱-Ⅱ’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BGM-109G 그리폰’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배치했다. 미국은 서유럽에 ‘퍼싱-Ⅱ’ 108기, ‘BGM-109G 그리폰’ 464기를 배치했다. 탄도미사일은 모두 서독에, 순항 미사일은 서독, 영국, 이탈리아, 네델란드, 벨기에 등에 분산 배치했다.

    두 미사일의 사거리는 2,500km 가량으로 소련 전역을 타격할 수는 없었지만 서독에서 모스크바와 그 일대는 충분히 공격할 수 있었다. ‘퍼싱-Ⅱ’에는 최대 폭발 규모 80킬로톤의 W85 수소폭탄이, ‘토마호크’와 똑같이 생겼지만 이동식 차량발사대를 사용하며, 훨씬 먼 거리를 타격하는 ‘BGM-109G 그리폰’에는 150킬로톤 규모의 W84 수소폭탄이 장착돼 있었다.

    1980년대 초중반에는 이처럼 미국과 소련 간의 핵 군비 경쟁이 치열했다. 북한과 대치하던 한국에는 1979년부터 ‘랜스’ 전역용(戰域用) 탄도미사일이 배치됐다. 1991년 말 남북 비핵화 합의에 따라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던 모든 핵무기가 철수할 때까지 한국에는 최소 100여 기에서 최대 600여 기의 핵무기가 보관돼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1984년 말 안드로포프가 사망한 뒤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된 고르바초프는 미국과의 군비 경쟁을 대화로 끝내고자 한다. 그리고 1987년 12월 8일 美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레이건 美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INF에 서명하면서 유럽과 동북아시아 일대의 중거리 핵무기들을 차례대로 폐기하기 시작했다. INF는 1991년 6월 1일까지 시한을 가진 협정이었지만 그 사이에 사거리 500~5,500km이며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2,692기(미국 846기, 소련 1,846기)를 폐기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소 군축 열중할 때 핵 군비 증강한 중국

  • ▲ 미국과 소련이 INF를 맺게 만든 소련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SS-20.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우크라이나 키에프 박물관 촬영.
    ▲ 미국과 소련이 INF를 맺게 만든 소련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SS-20.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우크라이나 키에프 박물관 촬영.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로 바뀐 뒤에도 양국의 핵전력 군축은 계속됐다. 1991년 7월 31일 조지 W.부시 美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한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을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을 1998년까지 미국 30%, 러시아 38%를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러시아에서 지도자가 바뀐 뒤에도 START 연장과 재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계속 감축했으며, 2009년 12월 5일 협정 기한이 종료된 이후에는 ‘뉴 START’를 통해 핵 군축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를 계속 줄여나가는 상황에서 반대로 움직인 나라가 있었다. 중국이었다. 중국은 탄도미사일에 ‘둥펑(東風)’이라는 이름을 붙여 왔다. 영문으로는 그 이니셜인 DF를 붙였다. 중국의 첫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1966년 10월 개발에 성공한 DF-2A였다.  중국은 DF-2A를 1980년대 후반까지 사용했다. 사거리가 1,200km 안팎이라 동아시아를 제외하고는 큰 위협이 되지 않아 미국과 러시아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보다 더 성능이 나은 DF-3이 있었지만, 1966년 이후 20년 가까이 개발을 완료하지 못했다. 舊소련의 SS-5를 복제한 DF-3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은 1980년대 후반이었다. 중국은 1987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DF-3을 수출하기도 했다.

    중국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DF-21을 선보이면서부터다. 길이 10.7m, 폭 1.4m인 DF-21은 최대 사거리가 1,700km 안팎이며 250킬로톤의 폭발 규모를 가진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DF-21은 1991년에 처음 실전 배치됐지만 이후 성능 개량을 거듭, 현재는 A, B, C, D형 등의 여러 가지 파생 모델을 가진, 중국의 주력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돼 있다.

    중국은 2001년 12월 11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성공한 뒤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다. 자유무역체제 안에 편입된 뒤에도 공산당이 주도하는 경제체제를 고수한 중국은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군비 증강에 투입했다.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 미사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1999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06년부터 실전 배치를 했다던 지상발사 장거리 순항 미사일 DF-10(사거리 1,500~2,500km 추정)이나 2011년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간 DF-16 중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1,000~1,500km 추정), 2017년 5월에 처음 공개된 DF-27 중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3,000~4,000km 추정) 등이 그것이다.

    트럼프의 INF 파기, 목표는 중국과 군비경쟁?

  • ▲ 트럼프 美대통령을 화나게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1.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트럼프 美대통령을 화나게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1.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중국은 당장에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을 차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태평양, 태평양, 인도양 등으로 세력을 확장한다는 공산당의 패권 전략에 따라 군사력을 확충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10년 사이에 실전배치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대부분 한반도와 인접한 동북 3성 또는 동지나해·남지나해 인근에 배치해 놓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2015년 11월 발간한 보고서 ‘중국 탄도미사일이 한반도에 던지는 함의’에 따르면 중국은 황룽, 한청에 로켓군 소속 806여단을, 랴오둥 반도 덩샤허에 810여단을, 퉁화에 816여단을, 라이우에 822여단을 배치해 놓고 있다고 한다.

    아산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군은 황룽, 한청에 806여단을, 랴오둥 반도 덩샤허에 810여단을, 퉁화에 816여단을, 라이우에 822여단을 배치해 놓고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덩샤허의 810여단은 보유한 DF-3과 DF-21에 모두 핵탄두를 장착해 놓고 있다고 한다.

    2016년 7월 12일 MBN은 “중국은 한반도 어디든지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500여 기를 배치해 놓고, 한반도 전역을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MBN은 “중국이 한반도를 겨냥해 배치한 DF-21D의 최대 사거리는 1,500km로 유사시 한반도로 출격하는 美항공모함 전단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INF 파기를 외친 뒤 “러시아가 이를 상습적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해외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노리는 목표는 러시아보다는 중국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INF 파기 소식에 중국이 러시아보다 더 흥분하며 미국을 맹비난하는 모습 또한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